코로나 상처에 소금 뿌린 장관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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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처에 소금 뿌린 장관의 입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하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02 00:02:03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잇따른 망언들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 확산 사태가 심각해지며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 감염 확산 문제를 내국인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말들을 연이어 쏟아내며 대한민국 장관이 맞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박 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입국을 열어놓고 국내 감염자와 경로들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만을 잡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비유한 말에 그는 “겨울이라 모기는 없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말장난을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박 장관은 “지금까지 발생했던 환자들의 감염 요인들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내국인들이, 우리 국민들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도 했다.

우한코로나 전파를 내국인 탓으로 돌리는 발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 장관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규 확진자들은 국내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했다. “31번 환자 이후 실제 중국에서 유입해 들어온 사람으로 인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하며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입국하면서 감염원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고 재차 확인했다. 양측 간 언성이 높아지자 급기야 “애초부터 들어온 분들이 한국인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박 장관의 말 중에는 사실과 다른 말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권고했는데도 따르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말에 박 장관은 대한감염학회가 해당 분야에서 더 권위 있는 단체라며 그들은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대한감염학회는 정부가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한 데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낸 바 있다.

중국발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인종차별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우한코로나의 발원지이고 이미 중국 전역에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태인 만큼, 해당 지역에서의 인적 유입을 막아 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주장이다. 중국인 입국금지라는 말은 인종이나 국적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자는 말이다. 또한 이 주장은 국가가 자국민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 중국에서 입국하는 국민들을 격리수용하거나 자가격리 조치하고 모니터링하라는 것, 나아가 중국으로의 출국을 제한하라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박 장관이라고 ‘중국인 입국금지’로 표현되는 주장이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뜻과 우려는 외면한 채 국내 감염 확산을 국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작 그가 지목한 ‘감염원’인 국민들도 결국 발원지인 중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는 사실은 직면하지 않으려 들면서 말이다.

박 장관의 일련의 말들은 모두 ‘중국인 입국금지’ 요구와 관련해 반박하면서 나온 말들이다. 이 때문에 그가 과연 대한민국의 장관이 맞느냐는, 중국 장관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보건을 담당하는 국가부처의 수장으로서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할 장관이, 국민 건강과 국가 방역보다 우선에 둘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먼저 살피기에 코로나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후벼파는 말들을 쏟아내는가.

박 장관은 27일 “우리 국민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6일 법사위에서 터져나왔던 그의 발언들은 충분히 국민을 감염원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해석할 만한 말들이었다.

박능후 장관은 외교부 장관이 아니다. 중국 장관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 보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입장에서, 국가보건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다른 요인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라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이런 중차대한 일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역량이 부족하다면, 그 자리를 내려놓고 국민 건강만을 생각할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하은 he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