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시장개입에 되레 서민상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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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3-10-06 23:43:30

지난해부터 정부는 ‘전통상권의 보호’라는 명분하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하고 일부 품목의 판매제한, 영업시간 규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형마트 사업자들은 “영업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정책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형마트는 정부의 규제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지자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불편함을 토로하며 “차라리 규제를 해제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를 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유통업계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의아해 하며 “강압적인 규제는 결국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유통업계 전체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는 정부의 영업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2분기 97을 기록한 이 후 지속적으로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며 올해 4분기 92를 기록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결국 대형마트의 침체로 이어졌는데, 더욱 큰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당초 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전통 상권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들은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해야 했고, 이에 각종 고객 이벤트를 벌였다. 가격이 싼 대형마트는 그 가격마저 할인하는 ‘저가파괴’에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1+1 이벤트’, ‘100원 이벤트’ 등의 저가 판촉행위가 그 사례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간의 불꽃 튀는 가격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전통시장의 입지까지 흔들리고 있다. 전통시장의 가격경쟁력이 오히려 대형마트에 뒤처지는 이변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가격 대비 0~10% 저렴한 품목의 경우 대형마트는 51개에 달하는 반면 전통시장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통시장도 저가판매에 돌입하며 ‘출혈경쟁’마저 불사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은 고사하고 유통업계 전체가 ‘마진율 하락’이라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골목·서민상권을 위한 처방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오히려 시장의 서민들만 애꿎게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어렵게 자영업을 영위하는 서민들을 위한 ‘전통상권의 보호’는 분명 맞는 정책이다. 하지만 대증요법으로 시행한 정책이다보니 취지를 못 살리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골목·서민상권을 살리는 길은 스테로이드 같은 인위적인 처방이 아니라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소비층을 진작시키는 일이다.

골목·전통상권의 경쟁력을 길러주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난다. 경쟁력과 함께 지역별 특성화·전문화된 상권을 개발하거나 다양한 홍보를 해나간다면 대형마트에 경쟁할 수 있는 시장경쟁이 가능하다.

정부는 앞으로 즉각적인 효과는 있지만 얼마 안가 더 큰 부작용을 낳는 인위적 처방에 대해 재고하거나 자제해야 한다.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이 서민상권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정과 다르지 않다.

김신 skim115@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