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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지금처럼 은행계좌가 아닌 월급봉투로 받던 시절이 불과 30~40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누런색 월급봉투에는 현금과 함께 겉면에는 임금내역이 적혀 있었다. 월급은 당연히 동전까지 포함한 지폐로 지급됐다. 월급날이면 샐러리맨들은 아내에게 현금이 두둑한 봉투를 내밀면서 가장으로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이후 월급이 은행계좌로 입금되면서 이런 월급날 풍경은 사라졌다. 한 달에 한번 남자들의 기를 살리는 ‘월급의 역할’이 사라지자 남성 샐러리맨들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고 푸념을 했다. 월급봉투 시절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상여금이다. 정기 보수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지급시스템이 회사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샐러리맨들을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 상여금이 정기급여에 준하게 지급되기는 했어도 매달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보상에 대한 기대감과 기쁨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상여금은 얼마 안가 ‘연봉제’로 대체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모든 직장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년에 한번 연봉계약을 하면서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발탁하고 샐러리맨은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연봉의 성격은 이처럼 자발적 경쟁을 유도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다. 이른바 성과보상시스템이다. 하지만 여기서 예외가 되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기업의 오너나 특수관계자 등 등기이사들은 연봉이 보상시스템에 기초한 성격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일반 직원들에 비해 훨씬 많은 임금을 책정하고 가져가는 것이 일반화 됐다. 이에 따라 등기임원과 일반 임직원들의 임금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졌다. 정부가 이 같은 연봉격차를 투명하게 하면서 등기임원들을 견제하기 위해 연봉공개제도를 도입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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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기업들에 대한 5억원 이상 연봉자(등기임원)들의 신상공개가 오는 29일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오픈되기 시작된다. 대기업 오너와 특수관계인 등의 반발이 특히 많은 가운데 벌써부터 오너들은 등기임원에서 빠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계서열 10위인 한화그룹의 경우 등기임원과 평사원의 연봉 격차가 무려 24.09배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진은 중구 장교동에 있는 한화빌딜 전경. ⓒ스카이데일리
연봉공개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첨예하게 일고 있다. 개정 자본시장법이 이달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12월 결산법인 해당기업들은 당장 내년 3월 사업보고서부터 연봉공개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는가 하면 대기업 임원들은 등기에서 빠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기업 오너들 중에는 이미 등기임원에서 빠져 공개대상 의무가 아닌 사례도 적지 않다.
연봉공개 대상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들이다. 물론 모든 기업의 등기임원들이 공개 대상은 아니다. 상장회사 전체 1663곳을 비롯해 외부감사 법인이면서 주주가 500명 이상인 곳 등으로 총 2051개 기업(올 4월말 기준)이 일단 공개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들의 등기임원들은 연봉의 경쟁촉진과 성과보상 체계를 뒤흔드는 발상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민주화 분위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 연봉공개제도는 이변이 없는 한 시행이 확고해졌다.
이제 고액 연봉소득자들의 소득을 공개하는데 따른 실익을 국가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액연봉자의 실명과 임금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일부의 우려대로 많은 국민들의 시기와 질투를 촉발시켜 국론을 더욱 분열시킬 우려가 있을 가능성은 있는지가 우선 관심대상이다.
언뜻 보기에 고액 임금자를 공개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 중 상당수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에 빠져들 공산이 큰 탓이다. 나아가 국민들은 부자들을 더 많이 미워하고 이유없는 각을 세울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부자들이 대부분 기업주들이라는 데 있다. 기업을 불신하고 경멸시하는 사회 풍토가 급격히 확산된다면 연봉공개제도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는 외견상의 혼란이라는데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 일단 제도시행이 확정된 만큼 긍정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부의 성’을 높게 쌓고 안으로 숨어드는 부자나 기업인들이 많아진다면 국민들은 부자와 기업들을 더 미워하고 증오할 개연성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극심한 국론분열은 오히려 많은 국민들에게 ‘부의 길’이 닫히고 이른바 ‘부자들의 리그’만 형성된다는 여론이 확산될 때다. 부의 길이 다변화되고 공개되면서 부자들의 삶과 생활이 공개된다면 오히려 부자를 희망하고 부와 부자 그리고 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질 국민들이 늘어나 수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제도의 시행취지가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히 짚어보고 부작용이 있는 것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도 정부가 내건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 일단 공감을 해야 한다. 성과급을 빙자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자들의 독식은 경영투명성에 가장 해악이 될 요소들로 작용해 온 부분이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오너와 일부 등기임원들 연봉은 상상을 초월하게 지나치게 많다. 이들 연봉이 초고액이다 보니 ‘그들만의 잔치’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져 나온 지 오래됐고, 이는 또다시 은폐·엄폐 상부구조를 만들어 경영투명성의 최대 장애요소로 기능해 왔다.
최근 재벌닷컴이 조사·발표한 내용을 봐도 국내 10대그룹 상장사 등기임원들은 평사원에 비해 평균 15.6배 가량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기업 제외) 소속 93개 상장사 등기임원의 지난해 연봉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내용을 보면 등기임원은 평균 9억7830만원, 평사원은 6252만원을 각각 연봉으로 받았다. 이중 재계서열 10위인 한화그룹의 등기임원과 평사원의 연봉 격차는 무려 24.09배로 조사됐다. 한화그룹의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14억4300만원인데 반해 평사원은 599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상위권 대기업 대부분 큰 차이가 없었다. LG그룹도 등기임원 11억1900만원, 평사원 5590만원으로 그 차이가 20배에 달했고 삼성그룹은 등기임원 14억1300만원, 평사원 7120만원으로 19.8배를 보였다. 또 SK그룹 19.6배, 롯데그룹 16.4배, GS 15배, 한진 14배, 현대차 12.3배 등의 순을 나타냈다.
등기임원들의 보수액은 전체 인원수를 평균한 것이기 때문에 오너들은 그 이상의 보수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많다. 결국 이 같은 극심한 임금격차는 기업 내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갈등구조의 요소가 돼 가고 있다.
기업의 성과가 전체 임직원들에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임극격차는 오히려 성과보상주의를 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정 수준의 성과보상주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상식을 초월하면 특권과 특혜가 돼 성과주의 자체를 무력화 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을 해 온 탓에 자수성가 기업들이 많다. 이들과 그의 자손들이 부의 탑을 쌓기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고 고통을 겪어 온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가 10년이 넘게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전 국민들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고 있는 탓이 크다. 일부 성공한 사람들만 잘 사는 구조 하에서는 부자의 수가 많을 수 있다고 해도 선진국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빈부의 격차가 커질수록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내수시장이 그만큼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물론 부자가 갖고 있는 떡을 빼앗아 강제로 나눠주는 방식의 제도는 결코 도입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선진국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다양한 ‘부의 길’을 알아야 하는 것이고,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게 많은 다리를 놓아야 하는 일에 있다. 그 시작의 단초가 부의 정보를 공개하는데 있다.
모든 사람은 부자가 되길 상상하고 부자를 희망하며 부자를 향해 실제 쫒아간다. 그럼에도 부자들을 미워하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국가는 위험한 망국의 징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된말로 일은 하지 않고 땀은 흘리지 않으면서 ‘요행수’와 ‘일확천금’만을 바라는 사회가 이런 분위기인 탓이다.
부를 존중하고 부자를 선망하면서 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하는 일의 시작은 부자들의 행보가 오픈돼야 하는데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부자들의 ‘부의 행보’를 집중 보도하는 것도 모두가 땀 흘리고 잘 사는 사회·국가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사회, 땀을 흘리는 공정한 부의 경쟁, 요행이 통하지 않는 부자의 길 등이 정착된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강한 경제체질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나아가 이미 초대형 도박시장까지 제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돼 있지 않은가. 증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선물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연봉공개제도는 초창기 여러 구설수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국가경제 체질을 한 단계 강하게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자와 기업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고액연봉자나 부자들은 이번 기회에 진정으로 존중받는 부자가 되기 위해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부의 길(정보)’을 다양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스카이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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