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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법인세와 종부세 등의 세금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은 13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우리나라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경쟁국에 비해 굉장히 높다. 법인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 부총리는 지난 정부 때 종부세가 폭등했다며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방침도 밝혔다.
정부가 세금, 특히 법인세 인하에 나선 이유는 세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세수입은 19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에 따라 2차 추경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49.6%로 최근 5년 평균치 보다 2.5%p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세수진도율이란 정부의 세수 목표치인 세입예산 대비 실제 세수를 비교한 것으로, 국세가 안정적으로 걷히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다시 말해 올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 세금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미 들어왔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법인세는 1년 전보다 23조원 더 걷혀 총 추가 세수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법인세 진도율도 60%에 육박한 58.5%를 기록했다. 이에 21일 발표될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인하에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가세했다. 7월13일 현재 철회된 것을 제외하면 올해에만 30건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추 부총리가 임명되기 전 발의한 조정대상지역의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비롯해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안, 자녀 학원비나 직장인 식대 등으로 세액공제 범위를 늘리는 법안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최근 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주목된다. 고 의원 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고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고, 노 의원 안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향후 과세체계를 물가에 연동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2008년 이래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과세표준 구간이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고정돼 있어 명목소득이 늘어나 상위 구간으로 이동하는 경우 실질소득의 증대와 상관없이 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32% 오르고,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184만7000원에서 273만4000원으로 28%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근로소득을 신고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속해 있는 8800만원 이하 구간과 세율은 15년 동안 고정돼 있는 실정이다. 급여와 물가 상승에도 소득세 과표 구간과 세율이 장기간 고정돼 있는 것은 ‘사실상 자동증세’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근로소득세는 47조2000억원이었고, 올해는 58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 1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지난 13년 사이에 근로소득세가 4배 이상 늘어, 같은 기간 국세가 164조5000억원에서 396조6000억원으로 2.4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8.1%에서 올해는 14.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조세 부담보다 근로소득세 부담이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근로소득세를 부담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등골이 더욱 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전기·가스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이는 IMF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법인세 완화에만 집중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서민과 중산츷의 소득세 경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매번 세법을 개정하는 불편을 덜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자동증세를 방지하기 위해 물가조정계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생활비조정계수를 만들어 과표에 반영하거나, 물가상승률 자체를 완전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과세표준 조정 없이도 실질 소득에 따른 과세가 이뤄지게 되어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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