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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발생한 해병대 병장의 총기 사고가 군 안팎에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상 탐색 및 수송 지원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20대 수송병이 차량에 오르던 순간, 운전석 거치대에 있던 K2 소총이 격발돼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이다. 사고 시각은 13일 오전 7시 42분쯤, 기상 악화로 헬기 투입이 불가능해 해경 함정을 통한 이송이 준비되던 중이었다. 그러나 병장은 끝내 숨을 거두었다.
군 당국은 ‘충격에 따른 오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K2 소총은 구조적으로 방아쇠를 직접 당기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는 무기다. 안전고리(Selector)를 ‘안전’에서 ‘반자동’이나 ‘자동’으로 전환하고, 방아쇠를 압박해야만 격발이 가능하다. 단순히 차량 거치대에 부딪혔다는 이유로 탄환이 발사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핵심은 ‘안전 점검 절차’의 누락이다. 경계 근무나 수색 임무 투입 전, 소대장은 병사들의 총기를 점검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작동하는지, 방아쇠에 이상이 없는지, 이중 안전장치가 제대로 걸려 있는지 확인한 뒤 투입해야 한다. 이 기본적인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총기가 거치대에서 격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군이 줄곧 강조해 온 ‘투입 전 이중 안전 점검’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만 운영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총기 관리의 기본인 초탄 장탄 문제도 논란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첫 발은 공포탄이어야 한다”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청도를 포함한 서북 도서 지역은 일반전초(GOP)와 유사한 성격의 경계 지역으로, 초탄부터 실탄을 장전하는 것이 관례다. 공포탄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실탄을 다루면서도 안전수칙이 무시되었고, 기본적인 관리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다.
이번 사안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못지않은 대형 사고다. 당시 해병대 지휘관들이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군 수사단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포함한 8명의 지휘관을 입건했다. “지휘부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휘 라인에까지 책임을 물은 것이다. 채 상병 사건이 지휘관의 ‘위험 지시’ 문제였다면, 이번 대청도 사건은 군의 가장 기본적 안전 체계가 무너진 사례인 셈이다.
총기 안전은 군대의 기초 중의 기초에 속하는 사항이다. 총기 관리와 안전 점검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는 개인의 과실을 넘어 지휘 체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소대장·중대장·연대장, 나아가 사단장까지 지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단장이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부대 전체의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가 바로 사단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군 내에서는 총기와 안전에 관련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포병부대의 오발 사고, 사관학교의 탄약 사고, 해병대의 경계 근무 중 총기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군 생활 30여 년 경력의 취재원은 “3사관학교 K2 소총 극단적 선택 사망사고에 이어 해병대원 총기 오발 사고까지, 이토록 총기 사건으로 연이어 사망자가 나온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군 전반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방증한다.
더 나아가 최근 특검 수사가 군 기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특검에 의해 군 지휘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구속이 이어지면서 장교와 간부들은 위축되고 불신이 깊어졌다. 지휘관들이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고,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절차조차 허술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군의 안전 의식이 무너진 배경에는 정치적 책임 공방과 특검 수사의 그림자 또한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대청도의 비극은 우리 군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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