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팔아먹는 정치판 FTA 샅바싸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1-24 11:16:35

제2의 개항으로까지 비유되고 있는 FTA가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FTA 발효 초기에는 약 보다 독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고, 그 독이 약이 될 가능성을 보고 그에 상응하는 인내와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약 보다는 독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 FTA의 실리를 챙겨가기 위한 중장기적 수순이다.

FTA를 확대하면서 실리도 챙기는 양수겸장을 위해서는 환상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이 요구된다. FTA가 체결되면 일자리가 수십만개 창출되고 경제성장의 견인차는 물론 불황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대안으로까지 내세워지는 것은 일단 잘못이다.

우리는 FTA 긍정론에 원칙적으로 입장을 같이 함과 아울러 FTA 체결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그럼에도 ‘FTA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외풍을 감내할 방안을 면밀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외풍이 두려워 무조건 문을 닫아걸자는 외골수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개항을 하면 외풍이 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외풍은 순풍 보다는 고된 폭풍우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외면하거나 애써 간과하려 한다면 되레 더 강한 FTA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새김질해야 한다.

FTA 지렛대를 활용해 국운상승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FTA의 부정적인 측면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는 반대론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카드이면서 동시에 FTA 외풍을 순풍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내부 보다는 외부로 시야를 넓혀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FTA 득실의 문제를 내부 문제로만 바로 보는 우를 여전히 범하고 있다. 조항이나 문구 하나하나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너무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으면 더 큰 과실을 보지 못하는 실책을 범할 수 있음을 되돌아 봐야 한다.

일단 FTA 조항들에 대한 득실을 논외로 하고 중국과 일본의 FTA 행보를 보면 무섭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의 FTA 전략은 주로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우리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양자 간 협상에서 강하게 드라이르를 걸고 추진해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가 됐다. 일례로 한-EU FTA의 경우 지난 7월 발효 이후 단 4개월 동안 4조원이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앞으로도 적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였음에도 우리는 한-EU FTA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처럼 무리수가 현실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우리는 FTA에 적극적이다. 국민들 여론도 FTA 긍정론이 우세하다. 한-미 FTA의 경우만 해도 국회 비준 통과에 대해 긍정 평가 47.2%, 부정 평가 41.0%를 각각 나타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고난과 역풍이 예상되는 FTA를 추진하는 쪽으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정치인들의 옷 바꿔 입기는 그런 점에서 사기행각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항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웃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한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미국에 필적할 만한 G2 국가라는 점이다. 경제규모에서 미국과 소위 맞짱의 위치에 설 만한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는 한국 FTA 방향의 중요한 변수다. 두 나라가 모두 FTA 체결을 자국중심의 경제블럭 성향으로 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FTA는 중국과 일본의 블록성 기조로 경제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거점을 아세안 10개국에 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 물론이다. 중국이 아세안을 기반으로 아세안 플러스3이나 아세안 플러스6 등의 다자 FTA를 주도한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FTA 주도국 위치에서 밀려난다.

일본은 또 미국이 사실상 좌장역할을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미국은 TPP에서 중국을 철저해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정한 상황이다. 일본의 TPP 가입이 공식화 되면 한국은 일본에 FTA 후발국으로 일거에 뒤떨어진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이 다자 FTA를 통해 경제블럭성 자유무역을 추구, 양자협상의 보폭을 넓혀 온 우리와 상반된 입장을 가져가고 있다. 결국 FTA 경쟁에서 우리가 힘의 논리에 밀릴 판이다.

우리의 선택은 더 큰 외풍과 격랑을 감수하고 다자간 FTA 확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일 FTA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카드를 위험하지만 쥐어야 한다. 그것만이 미국과 중국의 세(勢)싸움, 일본의 얄팍한 머리싸움 등의 틈바구니에서 자존심을 지켜가며 FTA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외풍이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한-미 FTA 국회 비준 처리로 집안싸움을 너무 지나치게 하고 있다. 숲을 보지 않는 정치판 소인배들의 치졸한 싸움은 나라를 망하게 할 징조다. 거친 바다에 조각배를 띠우는 FTA 전략이 불안한 것이 맞는다고 한다면 그 돛단배를 크게 만들거나 연합군단을 만들 생각에 골몰하는 것이 아무래도 우선이다. 이웃 중국과 일본은 그런 항해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움직임조차 애써 무시하고 안방 아랫목 자리싸움만 연연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