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칼럼] 김포시 서울 편입안 ‘정무적 대응’ 매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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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8 06:31:00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에서 가진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논란이 일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처럼 눈에 보이는 큰 변화라서 통합 서울시 지도를 보고 누구나 한마디씩 할 만한 사안이다.

모처럼 국민의 이목을 끄는 큰 쟁점 정책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절대다수 국민에게는 뜬금없는 정책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이유나 배경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민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직관으로 억측을 하고 시비를 하게 되어 있다.

왜 김포시만 통합하나? 광명시·과천시·부천시·고양시 등은 안 하냐? 김포시는 인천시와 접촉면이 훨씬 넓은데 왜 하필 서울시와 통합하냐?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격차가 진짜 큰 문제인데 왜 서울 발전 전략만 내놓냐? 연방 국가의 주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초광역권 몇 개로 행정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안이 먼저 제시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

총선에 임박해서 전 국민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책을 내놓았으니 총선 유불리 또는 꼼수의 관점에서 시비를 거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런 상식적 의문과 억측을 해명해 주는 설명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사실 이 하나만으로도 이번 편입 정책은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좁은 지역구에 갇혀 전국적·국민적 시각을 상실한 ‘땅개 정치인’들이 추진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따져 보면 이해할 만하다. 편입 안이 갑자기 불거진 것은 9월2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하면서였다. 김포시는 경기남부와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경기북도의 최대 도시인 고양시와는 일산대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경기북도가 설치된다면 김포시는 경기북도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그러니 이번 참에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안이 나온 것이다. 물론 이는 대다수 김포시민의 열망이기도 하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7월1일부로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되었고, 1995년에는 옹진군·강화군이 인천시에 편입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김포시 편입은 통합의 시너지가 크다. 김병수 김포시장의 말대로 김포시는 서울에 바다·항구와 넓은 땅을 제공한다. 서울은 세계적인 브랜드인 ‘서울’이라는 이름을 김포시 소재 기업·주택·시민에게 제공하여 가치를 높인다.

그 외에도 서울의 행정·교육·교통·문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통합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 것은 그동안 서울-인천과 서울-경기 남부 축에 비해 서울-김포와 서울-경기 북부 축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포시로 유입된 인구 대부분은 인근 고양시나 인천시가 아니라 서울시로 출퇴근을 하는 등 서울 생활권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지방행정의 관점에서 보면 편입 안은 타당성이 분명히 있는 안이다. 이번 편입 안은 두 도시가 가진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 놓여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안이다. 주변 도시와 지방이 가져야 할 기회와 자원을 빼앗아 가지만 않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가 경영이나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수순이나 절차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 최대의 화두 중의 하나는 서울·수도권 집중의 문제였다. 이번 편입 안에서 이 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서울시는 대구시나 인천시나 경기도와 위상이 다르다. 주소지가 ‘서울’만 되어도 주택이나 토지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가격은 옳든 그르든 다수가 믿는 바대로 등락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웃 도시인 김포가 서울시에 편입되어 부동산 불로소득이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원이 생긴다면 배가 아플 만한 일이다. 그래서 경기·인천·대구 발전 정책은 전국적 관심의 대상도 시기·질투의 대상도 안 되지만, 서울 확대·발전 정책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항시 지방 발전 정책을 맨 앞에 놓고 서울 확대·발전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서민 경제·생활 개선책을 맨 앞에 세우고 세율을 깎든지 소득공제를 늘리든지 해야 한다. 법관은 공정해야 하고, 적어도 공정한 것처럼 보여야 하듯이 정부·여당은 항시 지방과 서민·청년의 애환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밤잠 안 자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또한 지역·세대·소득·부문 간 격차(불평등) 해소를 위해, 또 저출산·청년 일자리·지방 소멸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찌질하고 좀스러운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지언정 국민과 지지자에게는 위대한 정신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에게선 전국적 안목과 위대한 정신·웅장한 기상을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표의 정무 능력 정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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