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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아가일’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B급 영화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튜 본 감독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역작이다. 심지어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까지 출연시킬 정도였다.
매튜 본이 이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사실 사운드트랙이다. 작년 말 공개된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 덴(Now And Then)’이 원곡·오르골 편집·오케스트라 세 가지 버전으로 등장한다.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누구라도 영화관을 나올 때쯤 ‘나우 앤 덴’을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노래는 1977년 존 레넌(1940~1980)이 피아노 반주에 육성을 얹은 미완성 데모곡으로 오노 요코 여사가 오랫동안 보관해 오던 테이프에 들어 있었다.
어떻게든 이 노래를 세상에 내보내고 싶었던 폴 매카트니는 다양한 방법으로 발매를 시도했다. 히지만 군데군데 끊긴 존 레논의 목소리를 재현하지 못해 그의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던 2023년 11월2일 비틀스의 싱글 ‘나우 앤 덴’이 발매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다. 노래 속 존 레논의 목소리는 바로 전날 녹음한 것처럼 생생했다. 고도로 발전한 AI 기술이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살려 낸 것이다.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이라는 영광스러운 지위를 갖게 된 이 곡은 발매 8일 만에 영국의 권위 있는 음악 순위 차트인 오피셜 차트(Official Charts)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비틀스의 통산 18번째 1위 싱글이면서 1969년 ‘더 발라드 오브 존 앤 요코(The Ballad of John and Yoko)’ 이후 54년 5개월 만의 싱글 차트 1위였다. 이 곡은 발매 3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870만 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우 앤 덴’은 우리말로 ‘지금 그리고 그때’이다. 놀랍지 않은가. 30대에 멈춘 존 레넌의 목소리를 80대의 폴 매카트니가 살려 내는 지금의 운명적인 사건을 그때 예견했다니….
이 일과 관련해 DEAD(Digital Employment After Death·사후 디지털 고용)의 윤리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죽은 이들을 좀 쉬게 해 주자”는 쪽이 있는가 하면 “사람은 죽어도 목소리는 죽지 않는다”며 좋아하는 가수의 부활을 반기는 쪽도 있다.
양쪽 입장 다 수긍이 간다. 다만 산 사람끼리의 경쟁도 고달픈데 죽은 사람까지 상대해야 하는 가수들의 처지가 안쓰러울 뿐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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