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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흑두루미의 70%가 서산 천수만에 모였다. 흑두루미 보호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는 국제 보호종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겨울 철새다.
흑두루미는 러시아의 아무르 유역과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한 뒤 이동해 주로 중국의 양쯔강 유역·일본 규슈 이즈미·한국 순천만과 천수만에서 겨울을 지낸다고 알려졌다. 곤충·개구리·작은 물고기부터 식물 뿌리나 풀잎·인간이 주는 벼·밀·옥수수 등까지 먹는 잡식성이다.
학계와 관련 단체에선 전 세계 흑두루미 수를 약 2만으로 추정한다. 이 중 70%인 1만4000여 마리가 올겨울 서산 천수만을 찾았으며 순천만엔 최대 7200마리까지 군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수만은 흑두루미 중간 기착지(멀리 날아가는 도중 잠시 머무는 장소)로 이번 겨울을 나던 600여 마리와 일본 이즈미와 순천만에서 겨울을 지낸 뒤 북상한 나머지 개체가 천수만에 모여들어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 흑두루미의 70%가 특히 서산 천수만으로 날아든 이유는 우월한 생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서산시는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농가들과 계약해 벼를 수확한 뒤 볏짚을 거두지 않고 논바닥에 깔아 둬 새들의 먹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수확한 논에 물을 담아 무논을 조성해 철새들의 쉼터를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어 고병원성 조류독감(AI)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흑두루미가 한곳에 모이지 않도록 여러 군데 흩어져서 먹이주기를 하고 먹이주기 장소도 확대했다. 그 결과 흑두루미 밀집도가 분산돼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2022년 겨울과 지난해 초 일본 이즈미와 순천만에서 발생한 AI로 전 세계 흑두루미 10% 정도가 폐사했다고 조사됐다. 당시 이즈미·순천만에서 각각 약 1400·200마리나 죽었다. 올겨울 지자체 확인 결과 지난해 폐사한 흑두루미 개체 수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흑두루미는 이달 20일 정도까지 천수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 번식을 위해 다시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아무르 지역을 향해 날아간다. 지난달 천수만 조류모니터링 결과 쇠기러기·흑두루미·큰기러기·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한 93종(4만601개체)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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