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 월 5500원보다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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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9 00:02:30

요즘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를 두고 말이 많다. 3월9일 시범경기가 개막될 때부터 중계 영상의 화질과 끊김 현상에 더해 하이라이트 영상에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는 등 ‘야알못(야구를 잘 모르는 것을 비꼬는 말)’ 논란까지 나왔다. 최근에는 하이라이트 영상 태그에 ‘꼴데(롯데 자이언츠가 하위권을 전전한다는 뜻의 별칭)’와 ‘칩성(2015 삼성 라이온즈의 도박 사건에서 나온 별칭)’과 같은 비하적 용어까지 사용하며 정점을 찍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12일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 스튜디오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개막전까지 더 나아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저가 요금제가 출시돼서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 기업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과연 이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짚은 발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야구 유료화는 올해 프로야구 최대의 이슈였다. 이전까지 무료로 야구를 시청하던 사람들의 뇌리에 야구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깊숙이 박혔기 때문에 티빙에 대한 비판의 방향이 야구 유료화를 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야구팬의 입장에서 월 5500원은 못 낼 가격은 아니다. 소속팀이 몇 년 연속으로 꼴찌를 하고 국가대표 경기에서 아마추어 선수에게 홈런을 맞아도 야구팬들은 계속 야구를 봤다. 야구는 이기고 있으나 지고 있으나 화가 난다며 일주일 중 6일을 분노하면서도 이 죽일 놈의 공놀이를 몇 년째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작 한 달에 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을 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굳이 티빙이 월 5500원짜리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고 9000원 짜리 요금제를 통해서 보게 했더라도 야구만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줬다면 팬들은 돈을 냈을 것이다. 지금 돈 얘기가 나오는 근본적 원인은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가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다.

티빙에 대한 비판이 커지다 보니 유료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티빙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중계를 위해 투입한 연 평균 450억 원의 중계권료와 매년 적자를 봐 왔던 프로야구 구단들의 수익 구조 등이 거론된다. 다 맞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티빙이 독점 중계를 선언한 이상 프로야구는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고 하나의 상품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해 콘텐츠의 재미나 편리함이 아닌 기업이나 관계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는 시각을 기대한다는 건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다.

콘텐츠 산업의 이상적인 형태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접한 후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 없이 보다가 결제 창이 뜨면 홀린 듯이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것이다. 이걸 몰랐다면 사업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지금 같은 결과물을 내놓았다면 무능한 것이이다.

시범경기 첫날에 티빙 야구 중계를 접한 야구팬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확실히 티빙이 잡으니 다르다는 생각이 들고 이 생각이 돈을 내고 봐도 괜찮겠다는 인식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이걸 해내지 못한 순간 다른 요소들은 의미가 없어진다.

시청자가 만족하지 못했다면 다 야구 중계를 똑바로 하지 못한 티빙의 잘못이고 야구 중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플랫폼에 중계권을 팔아넘긴 KBO의 잘못이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단 하나, 야구팬들이 만족할 만한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3년 동안의 중계권은 티빙에게 있다. 티빙이 중계 퀄리티를 개선할 수 있다면 지금 나오는 수많은 비판은 중계 초기에 있었던 해프닝 정도로 끝날 것이다. 정규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나 무료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가 아니라 지금 개선해야 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