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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이자 장사가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의 이자비용은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이자수익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리 인상 속에서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불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예대금리차를 높이기 쉽지 않고 가계대출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이자수익과 해외 진출 확대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은행이 부담한 이자비용은 총 47조2808억 원으로 전년(23조115억 원) 대비 105.5%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2년 전(10조9277억 원)보단 무려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이자비용으로 전년 대비 105.6% 증가한 12조4771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103.7% 늘어난 11조9785억 원을 부담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1조8757억 원(+106.9%), 10조9496억 원(+105.6%)을 이자비용으로 썼다. 반면 이자수익 증가는 부진했다. 지난해 4대 은행은 80조9072억 원의 이자수익을 거뒀지만 전년(55조5342억 원) 대비로는 45.7% 늘리는 데 그쳤다. 이자비용 증가 속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자비용이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건 고객에게 지급한 수신 이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은행에서 발생한 이자비용 중 예수부채 비용은 총 37조5350억 원으로 전체 79.4%를 차지했다. 예수부채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예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작년에는 수익성이 좋은 저원가성 예금보다 조달 비용이 큰 예·적금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비용이 더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부채(226조1057억 원)는 1년 전보다 12조3726억 원 줄어든 반면 저축성예금 부채(996조8317억 원)는 37조654억 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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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연초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리 고점 인식으로 예·적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1·2월 수시입출식 예금은 20조1000억 원 감소했고 정기예금은 40조9000억 원 늘어났다. 현재 시중은행 17곳(상품 37개)의 예금 금리는 평균 3.58%로 여전히 높다.
예대마진도 부진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17곳의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는 1월 기준 평균 1.70%로 지난해 1월(2.08%p)보다 0.3%p 이상 내려갔다. 더군다나 미국 중앙은행(Fed)이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기도 쉽지 않다.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악재로 다가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8000억 원 감소하며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주 수익원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작년 5월(+3조7000억 원) 이후 9개월 만에 3조 원대로 내려왔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연초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 만큼 주담대를 통해 이자수익을 늘리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는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변동금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자수익 축소에 대비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 비금융사와 제휴 강화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거나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으로 이자이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원을 추가로 발굴하거나 비이자수익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규모에 비해 해외 진출이 미진한 편인데 해외 진출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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