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타워] 한국 4.10 총선 결과를 보는 일본의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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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위협론’ ‘부산 적기론(釜山赤旗論)’ 늘 상존
한반도 적화되면 일본도 위험하다는 인식 팽배
반일 정서 팽배한 민주당 압승 달가울 리 없어

박정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6 06:31:10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정치 제도다. ‘아테네식 민주주의’는 다른 도시국가에서도 벤치마킹 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유입된 것은 조선왕조 말기로 개화사상이 논의되었던 시기로 본다. 그때부터 민주주의는 민족 항일기를 거쳤고 광복 이후 미군정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수용되었다.

한국의 4.10 총선 결과에 일본인들은 어떤 반응일까.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 압승으로 끝났으며, 그것도 20대부터 3회 연속 야권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반일 정서를 염려하며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래 크게 개선된 한·일 관계의 악화를 염려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늘 한국의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 때부터 살펴보자. 일본은 경제적으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게 명확해지자 더더욱 한국 정치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힘이 조선에서 서서히 약화돼 가는 징조이자 일본 개입의 서막이었다.

역사가 증명한 사건은 몇가지가 있다. 일본은 메이지시대, 한반도를 그들이 원하지 않는 나라가 지배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첫 번째 사건은 1894년 ‘청·일전쟁’이다. 이 전쟁의 승리로 일본이 얻은 것은 조선왕조 창업 이래 500년간 조선을 속국화하며 압력을 가하던 중국의 힘을 차단시켜 일본 쪽으로 돌려 놓은 것이다. 두 번째 사건은 1904년 ‘러·일전쟁’이다. 일본이 만주와 한반도의 이권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해서 승리한 국제적 전쟁이었다.

▲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한 코멘트를 정중하게 거부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소 반일적 언행을 염두에 둔 노코멘트였다.

두 번의 국제 전쟁에서 일본은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제일 가까운 한반도가 늘 불안했다. 일본은 형식적으로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게, 민주적이라는 잔꾀로 조선을 직접 통치하는 식민지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세계사적으로 보았을 때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 시대가 끝나 가는 무렵 일본은 조선을 삼킨 것이다.

일본은 왜 한반도의 정치에 그토록 관심을 가질까. 일본에는 ‘북방 위협론’과 ‘부산 적기론(釜山赤旗論)’이라는 용어가 있다. 6·25전쟁 당시 일본 우익이 새로 만들어 낸 것으로 오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표현한 용어다.

부산 적기론은 대한민국 부산에 적기(赤旗), 즉 피로 물들인 붉은 공산당 깃발이 꽂히면 일본이 큰 위험에 처한다는 논리다. 다른 표현이 북방 위협론이다. 이는 일본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평화로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해석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절대 공산화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준비는 일본이 정치와 경제를 앞세워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을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일본의 평화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북방 위협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지정학적 측면에서 일본은 북방에 위치한 한반도를 제외하고는 위협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인들이 느꼈던 북방 위협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북방 위협은 고대 7세기, 백제와 신라의 전쟁인 백촌강(白村江) 전투 때였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백제를 도왔으나 패전한 전투로 한국사에서는 지워졌지만 일본사에선 비중있게 다뤄지는 역사이다.

두 번째 북방 위협은 13세기에 해당하는 가마쿠라 시대로 몽골족인 원나라가 고려를 앞세워 배를 만들게 해서 일본을 두 번이나 침공했다. 그러나 두 번 다 태풍으로 실패했다. 이때 탄생한 단어가 ‘가미카제(神風)’다. 즉 신의 바람으로 일본을 지켜 냈다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공군 결사대에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세 번째 북방 위협은 기억에도 생생한 6·25 전쟁이다. 일본으로선 위협이 크게 느껴졌던 전쟁이다. 낙동강 이북이 완전히 북한군에 점령당했지만 마지막 남은 부산에 적기가 꽂히지 않았기에 일본은 안도했다. 부산 적기론의 불안감은 또다른 원인이 있다. 그것은 러시아의 남하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생겨난 한국 방파제론이다.

지금 일본에선 이번 4.10 총선 결과를 대한민국의 좌경화로 보며 부산 적기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대한민국 적기론’이 거론되며 살짝 떨고 있는 분위기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인터뷰에서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한 코멘트를 정중하게 거부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소 반일적 언행을 염두에 둔 노코멘트였다.

일본은 한·미·일의 튼튼한 국방 협력이 유지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종북 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여소야대의 환경에서 반일 감정이 다시 확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긴 역사 속 북방 위협론은 꼭꼭 숨긴 채 표면적으로는 한·일 관계의 악화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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