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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권 행보가 사실상 공개적이다. 김 대표는 그 중심의 신관(信管)이라고 할 개헌카드에 불을 붙이면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끝내 당-청 간 권력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까지 준다. 힘겹게 들어선 ‘포스트 세월호’ 정국이 오히려 ‘김무성=개헌론=대권=권력싸움’이라는 등식과 연결되면서 다시 혼란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어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한마디로 김 대표의 대권행보는 지금 지나치게 성급하다. 국민 보다 자신의 권력욕을 챙기기 위해 ‘개헌 파국’을 일으킨 것은 개헌이 아무리 가야할 길이고 명분이 좋아도 국민적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개헌이 자칫 민의를 가장한 ‘권력분점’과 그 ‘나눠먹기 게임’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군사정부의 권력형 개헌 못지않게 국민을 배신하고 기만하는 행위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사실상 권력의 대부분을 위임하고 있다. 헌법은 곧 국민의 뜻을 함축하기에 ‘민의=헌법=대통령=권력’이란 등식이 우리들 상식에 스며들어 있다. 내치와 외치 등 모든 권력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데 따른 ‘청와대 통치구조’ 때문에 여전히 비민주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요즈음 우리 사회의 화두인 ‘관피아’ 논란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권력독점 현상은 인사독점과 낙하산 논란을 하염없이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사법부와 입법부에도 막강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경제생활과 직결된 ‘물가 대통령’이라는 한국은행 총재의 임명과 활동 보폭에도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수십년 전 군사정권 시절에 잉태된 낡은 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은 충분조건을 넘어 이미 필수조건이다. 그 핵심에 권력을 어떤 식으로 나누든 권력분점이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지금 이 같은 거창한 명분을 방패막이 삼아 장막 뒤에서는 치열한 권력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그 소용돌이를 이미 만들어 버렸다.
자신의 입지를 선제적으로 닦아놓기 위해 ‘김무성 계파’를 흡인할 일종의 마력이 필요한 것은 안다. 그것이 개헌론에 있다는 것 또한 국민 대부분 간파하고 있다. 결국 국민 보다 오로지 자신들의 입신양명과 먹잇감만을 계산하는 승냥이들을 불러 모으는 개헌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 ‘김무성 타임 스케줄’의 결정적 패착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당의 사령탑으로 오른 이후 독자적인 새누리당 호(號)를 만들고 견인하고 있는 중이다. 당의 살림살이와 비선라인을 관리하고 책임질 사무총장, 비서실장, 제1사무부총장 등을 자신의 계파로 채운 것은 물론 새로운 신진계파를 영입할 인재영입위원장 선임도 그 연장선에서 움직였다.
여기에 차기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공천권력 선점 행보까지 이어졌다. 조직강화 특별위원회에 비박계 인사가 대거 투입되면서 청와대와 대놓고 갈등을 점화시키고 말았다.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 속에서 불거져 나온 개헌론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김 대표의 개헌론이 진정성이 있다고 해도 세월호 이후 배반적 국회를 운영해 온 대의기관이 이제야 민심에 힘을 쏟아야 할 수습국면을 맞고 있는데, 급거 ‘권력 줄타기 구도’로 혼란한 정국을 점화시킨 것은 분명 잘못이고 실책이다. 김 대표가 세월호 이후 멍든 민심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아무리 국민을 위한 개헌행보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움직일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 줄로 안다.
김 대표가 분명히 명심하고 조심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개헌론이 거칠게 불거질수록, 권력싸움의 양상이 거세질수록 자신의 계파가 형성되는 대권가도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권력 주변 보다 알게 모르게 김무성 대표의 숨은 그늘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생각을 하면 큰 오판이라는 것을 깊이 인지해야 한다.
이미 친박계의 저격수들이 김 대표의 가슴과 머리를 과녁으로 정조준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는 어찌됐든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것을 김 대표는 애써 모르거나 무시하는 치명적 과오를 범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살아 있는 권력은 국가의 모든 것을 좌우하고 그것은 한 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는 극단의 당-청 간 대척점이 벌어진다는 가정 하에 국민의 민심이 아직은 김 대표로 쏠릴 수 없다는 현실도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돌발사퇴 파문은 그 시작이다. 김 최고위원은 36세 경남 도의원을 시작으로 거창군수를 거쳐 최연소(42세) 경남도지사를 지낸 뒤 거푸 두 번의 광역단체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국회의원 선거(김해 을)에서도 내리 재선을 하면서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그가 총리후보까지 오르면서 대권가도 잠룡의 한 인물이 된 것은 김 대표에게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그가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은 김 대표의 대권행보가 무리수가 많다는 반증이다. 나아가 김 대표가 한 순간 자신의 당내 입지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미 김 대표는 새누리당 내 입지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청와대 안주인이 여성이라서 벌써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김 대표는 분명 벼랑끝 행보를 하고 있다.
민심이 녹아들지 않은 개헌론의 역풍은 이처럼 무섭다. 민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권력분점의 주판알을 튕긴 듯한 모양새는 결코 권력을 잡기 어려워진다. 계파정치와 세싸움으로 권력을 선점하려는 야심이 보인 것도 결정적 실수다. 공무원연금개혁 총대를 맨 것이 훌륭해 보이지만 그 또한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아 공무원과 국민 모두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진정 개헌이 무엇인가를 김 대표는 돌아봐야 한다. 흔한 상투어지만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권력 타임 스케줄에서 온전히 벗어나 있어야 한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김 대표가 계파를 오히려 멀리하고 먼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민심을 얻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후 계파를 만드는 것은 ‘만들어지는 것’임을 잘 곱씹어야 한다. 김 대표는 지금 그것을 거꾸로 가고 있는 ‘작은 그룻’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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