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스포츠에 청춘 걸었죠”', '“마니아층은 가끔 절 알아봐 주시고 격려도 해 주시지만 저희 종...'))
1976년 6월 26일 일본 동경의 일본무도관(日本武道館)에서는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다. 격투 최강자를 가리자는 사각 링에는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역도산의 제자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가 맞붙었다. 경기 방식이 다른 복싱과 레슬링의 대결에 세간의 관심은 고조됐고 스타 선수 간에 치열한 싸움이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실제 경기는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이노키는 줄곧 누워서 로우킥을 날렸고 알리는 누워있는 이노키를 향해 제대로 된 펀치 한번 날릴 수 없었다. 승부는 결국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오늘날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종합격투기’의 현대적 기원이 됐다. 종합격투기는 과거에 이미 그 원형이 존재한다. 고대 올림픽 종목 중 하나였던 ‘판크라티온’은 레슬링과 복싱을 합친 방식으로 물어뜯거나 눈을 찌르는 등의 반칙만 하지 않으면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경기는 지속됐다.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 이후 1980년대 서로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맞붙는 ‘이종(異種)격투기’라는 단어가 생겼고 이것이 점차 하나의 무도로 정착하면서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로 불리기 시작했다. 종합격투기는 크게 ‘입식타격’과 ‘그래플링’으로 나뉜다. 과거 최홍만이 출전해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격투기 대회 ‘K-1’은 선 채로 격투를 벌이는 입식타격을 기본 룰로 정했다. ‘얽혀서 싸운다’는 그래플링(Grappling)은 메치기, 조르기, 누르기, 꺾기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프라이드FC’, ‘UFC’ 그리고 우리나라의 ‘로드FC’가 대표적인 격투기 대회이다. 종합격투기는 한국에서는 선수층이 계속 늘고 있다. 올해 21세기가 된 ‘MMA스토리’ 소속 김민우 선수는 5전 5승을 기록하며 종합격투기계에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로드FC 무대에 등장한 그는 오는 12월 14일 6연승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민우 선수는 운동을 위해 절제된 생활을 하며 마치 도심 속의 ‘도인’처럼 살고 있다. 그는 격투기를 그저 싸움을 치부하는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이 힘들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로드FC 챔피언을 넘어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프로파이터 김민우 선수를 만나 그의 격투기 삶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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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격투기를 하는 김민우(21) 선수는 사람들이 종합격투기를 단순한 ‘싸움’으로 치부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사람들이 점차 스포츠로 인정할 것이라 말했다. 김민우 선수의 꿈은 로드FC와 UFC의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마니아층은 가끔 절 알아봐 주시고 격려도 해 주시지만 종합격투기 종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이 종합격투기를 ‘싸움’으로 치부할 때 참 안타깝습니다. 그럴수록 낙담하지 않고 더욱 더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더 많은 분들이 종합격투기를 스포츠로 인정해 주실 거라 믿어요”
어렸을 때부터 장난꾸러기이자 말썽꾸러기였다는 김민우(21)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브라질 전통 무술인 주짓수를 시작하며 무도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 싸움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선배들이 중학교에 가면 더 센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시 저는 주짓수를 배우고 있어서 큰 걱정을 안했죠. 하지만 중학교 입학 얼마 후 집에 가는 길에 깡패를 만나 흠씬 두들겨 맞았어요. 그 때 ‘너무 자만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되게 당한 그 날 이후 그는 태국의 전통 격투 스포츠인 무에타이도 병행하며 본격적인 무도인의 길을 걷게 됐다. 주짓수로 각종 대회에서 30여개의 금메달을 딴 그는 무에타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국내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18세의 나이에 거둔 프로 데뷔 가족 힘 입어 ‘첫 승’
“아버지가 당시 ‘프라이드’ 격투기 대회의 팬이셨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프라이드를 즐겨보게 됐죠. 당시 크로캅과 효도르의 경기를 보며 저 ‘무대’에서 한 번쯤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각형의 ‘옥타곤 경기장’에서 꿈을 꾼 김 선수는 고3이던 2011년 처음으로 프로 격투기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당시 로드FC 대회가 젊은 선수들의 프로 진출을 꾀하기 위해 처음 개최한 ‘로드FC 영건스(Young guns)’에서 그는 첫 승을 거두고 프로에 진출했다.
▲ 현대적인 의미의 종합격투기는 그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에 흔히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간 대결이라는 뜻인 ‘이종격투기’로 불렸다. 최근에는 하나의 스포츠이자 무도로 독립하면서 ‘종합격투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종합격투기가 단순한 ‘싸움’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퍼져 있어 선수들을 편견 속에 가둬놓고 있다. 인기가 나날이 늘면서 종합격투기를 하고자 하는 선수들은 증가하지만 고된 훈련과 인내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 채 그만두는 선수들이 다반사다. 그런 면에서 김민우 선수는 2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든 무도인의 삶을 잘 버티고 있다. 사진은 김민우 선수가 소속된 MMA스토리 소속 선수들의 훈련 모습 ⓒ스카이데일리
“첫 상대가 아마추어대회에서 19승 2패의 전적을 가진 27살 된 선수였어요. 저보다 한 참 위의 형이었어요. 그래서 모두들 제가 진다고 예상했어요. 저는 개의치 않으려했지만 경기가 다가오자 저절로 긴장이 되더군요. 당시 제 경기에 맞춰 군대에 있던 친형이 첫 휴가를 받아 나왔어요. 제 세컨드(권투 및 격투기 등에서 선수를 돌보는 사람)로 경기에 참여해 긴장을 많이 풀어주려 애썼어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도 첫 경기라 그런지 상대의 전적이며 나이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압도돼 긴장했던 것 같아요. 1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자 형이 제게 ‘왜 너를 안보여주고 뒤로 물러서느냐, 너를 보여줘’라고 저를 응원했어요”
김민우의 친형 김종훈 역시 종합격투기 선수다. MMA스토리에 함께 소속돼 그는 동생과 함께 운동을 하며 동생의 일장일단(一長一短)을 잘 알았다. 그런 형의 응원은 그 어떤 응원보다 힘이 됐다. 김민우 선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집중했다. 2라운드 만큼은 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그 경기에서 김민우는 판정승을 거두고 데뷔전을 첫 승으로 장식했다.
“제 팔이 올라가며 첫 승리임을 알았을 때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사실 그 경기 전까지 이길 수 있을까 의심도 많았지만 그 경기의 승리로 인해 제 스스로를 믿으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부모님과 형이 많이 챙겨줬기에 거둔 승리이지요. 한 마디로 ‘가족의 힘’으로 얻은 승리였어요”
父, “문신은 절대 안돼”…母, “꼭 굶어가며 해야하니”
김민우 선수가 첫 경기를 치르는 그 날 경기장의 응원석 한 곳에 자리 잡은 그의 부모는 상반된 모습으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 ‘강해져라, 넌 최고다’라고 말하던 아버지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하며 아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집중하며 바라봤다. 어머니는 아들이 맞을 때마다 눈을 질끈 감으며 제대로 경기를 보지 못했다.
▲ 격투기에 빠진 자신을 이해 못하는 어머니를 이해한다는 김민우 선수는 어머니를 위해 부상당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다. 김민우 선수는 패배를 생각하지 않고 승리만을 위해 값지고 고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어머니는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도 제 경기를 제대로 못 보세요. 어머니면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운동의 특성상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아들 맞는 것 보고 마음아파 하지 않을 어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정 반대세요. 처음 종합격투기 선수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아버지인 만큼 제 경기를 분석하며 장점과 단점을 지적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제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 ‘할 수 있다 내 아들’, ‘우리 아들은 강해’ 이런 식으로 저를 응원해 주세요. 그럴 때마다 정말로 힘이 났어요”
하지만 그런 아버지도 극구 반대하시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문신’이다. 문신은 과거 조직폭력배 등이 위압감을 주기 위한 과시용으로 치부됐으나 최근 ‘표현의 한 방식’이라는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프로격투기 선수뿐만 아니라 야구·농구·축구 할 것 없이 많은 선수가 문신을 새기고 드러내기도 한다.
“너무 완강하게 반대하셔서 조를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하고 싶었어요. 저만의 문신을 제 몸에 새기고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하지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문신하지 않은 깨끗한 몸으로도 얼마든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정말 큰 선수가 되려면 오랫동안 몸을 보여줘야 하는데 문신은 최고가 되겠다는 너의 꿈과도 거리가 멀다’ 이 말에 저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게 됐어요”
▲ 김민우 선수는 지난 8월 한이문 선수와의 시합을 앞두고 연습에서 눈 부위의 뼈가 함몰하는 안와골절상을 입어 시합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우는 오는 12월 14일 한이문이 아닌 다른 선수와 경기를 치룰 예정이다. <사진=로드FC 홈페이지 화면 캡쳐>
어머니는 아들의 프로 격투기 선수 입문에 반대했다. 아들이 그저 운동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10대 시절 아들이 ‘선수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어머니는 일반 운동선수도 아닌 격한 격투기 선수가 탐탁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친 사나이들의 현장에 서 있을 아들이 걱정됐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제 편을 들어주셨어요. 아버지는 식구들 모두 있는 자리에서 형과 저를 향해 ‘너희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라.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 이후 선수로써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어요. 어머니도 이제는 상대선수 분석을 같이 할 정도로 응원해 주시긴 하지만 아직 걱정이 많으셔요. 하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형이 경기할 때 더욱 긴장하는 것을 보면 가족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어머니를 위해 안 다치고 이기는 것이 제 목표예요”
부상으로 미룬 6연승의 꿈…12월 14일 목표로 구슬땀
김민우 선수는 지난 8월 17일 예정됐던 한이문 선수와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을 입었다. 마지막 스파링 경기 도중 눈을 맞아 ‘안와골절’을 입고 경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실전을 앞두고 마지막 스파링의 마지막 라운드였어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집중력을 놓쳤던 것 같아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보다 그때까지 준비했던 저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오는 12월 14일 한이문이 아닌 다른 선수와의 재경기가 예정돼 있다는 김 선수는 숱한 잔부상은 어쩔 수 없는 격투기 선수의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를 치르거나 연습 과정에서 어디 한 군데 성할 곳이 없을 정도로 훈련에 사력을 다했다.
“시합을 앞두고는 우울증이 올 정도로 체육관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해요. 놀고 싶은 것도 참고 술은 입 근처에도 대지 않죠. 더구나 체중 감량까지 해야 하기에 고통은 끝이 없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는 마음아파 하시죠. 뭐라도 먹으라고 하시지만 저는 체중감량만을 생각하고 연습만 할 뿐이에요”
마치 ‘도시(都市)의 도인(道人)’을 연상시키는 그도 마음껏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그는 매번 몸무게 측정을 마치고 나면 가장 먼저 ‘까르보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 김민우는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우울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고 했다. 체중 감량의 고통이 길고 친구들은 만날 수 없으면서 그저 운동만을 반복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 김 선수는 현재 5전 전승 ‘무패의 파이터’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묵묵히 오늘을 견디며 훈련에 매진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격투기 선수들을 ‘싸움꾼’으로 치부할 때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번 송가연 선수의 데뷔전을 보고 저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마추어 경험도 없이 프로 무대에서 첫 경기에 승리를 거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약한 상대를 골랐다며 송가연 선수를 손가락질 하지만 쉬운 경기란 세상에 없어요. 승리는 늘 고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또래보다 군대를 일찍 다녀왔다. 그는 의무경찰 출신인데 의경은 외박이 자주 허용돼 운동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다.
그는 씨름계에서 최고선수가 된 뒤 방송에서도 최고가 된 강호동처럼 되고 싶다고 전했다. 향후 운동선수의 정점을 찍고 방송인으로써의 변신도 꿈꾼다는 김민우 선수의 현재 꿈은 ‘UFC 챔피언’이다.
“한국의 로드FC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UFC의 ‘조제알도’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선수는 경기의 승리에만 집착하거나 판정 포인트 획득에 집착하는 선수와 달라요. 입식타격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며 자신이 연습해 온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를 즐기는 것 같아 보여요. 그의 정신을 본받아 국내 로드FC는 물론 UFC까지 평정할 챔피언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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