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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외교당국이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 단기적으로 출장용 단기 상용 비자(B-1)의 유연한 적용을,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직 취업비자(H-1B) 쿼터 확대와 한국 전용 비자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애틀랜타 지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취재진에 “앞으로는 우리 국민이 정당한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근무할 때 인권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B-1 비자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B-1 비자는 “산업 장비 설치·유지보수 등 제한된 업무 활동”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으나, 실제 단속 과정에서 적용 범위가 좁게 해석되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 주한미국대사관은 기업에 “B-1으로 공장 시운전 지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불법 노동으로 간주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에 원청·협력업체를 가리지 않고 B-1 발급을 보다 폭넓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제도 변경 없이 해석만 유연하게 조정하면 신속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쿼터 확대 문제는 이번 한미 협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은 매년 약 8만5000개의 H-1B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데, IT·공학·의료·연구개발 등 고급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대표적 취업 비자다. 그러나 비자가 무작위 추첨(lottery)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한국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체의 약 2~3% 수준인 2000건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싱가포르와 칠레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H-1B 쿼터에서 별도의 우선 할당분을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매년 최대 5400~5500개, 칠레는 1400개가 따로 보장된다. 이들 국가는 FTA 협상 당시 자국민 전문인력의 미국 진출 통로를 제도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덕분에 자국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와 사업 확장 시 안정적으로 전문 인력을 파견할 수 있고, 미국도 숙련된 외국 인력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다.
한국 역시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싱가포르·칠레와 마찬가지로 H-1B 별도 쿼터를 요구해 왔으나,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한국도 FTA 체결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H-1B 전용 쿼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강하게 제기할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지 공장 건설과 운영에 필수적인 전문 기술자·엔지니어들의 합법적 입국 경로를 넓히지 않으면 유사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한국인 전용 비자 신설 논의도 다시 부상했다. 호주는 독자적인 E-3 비자를 통해 연간 1만500명 규모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도 2012년부터 매년 1만5000명 규모의 E-4 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을 추진해왔다. 다만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매번 무산됐다. 이번 구금 사태로 한국의 대미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이 드러난 만큼, 입법 추진 동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전문인력의 단기 출장·파견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신속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향후 B-1의 탄력적 운용, H-1B 내 한국인 쿼터 확보, 주재원 비자(L·E) 운용 개선 등을 미국 측과 협의해 제도 개선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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