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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부진이 장기화되며 내년에는 서비스업이 제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을 앞지르는 구조적 전환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17일 발표한 중기 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 제조업 실질 부가가치는 올해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증가율 1.8%보다 0.3%p 낮은 수치다. 특히 내년 상반기 1.6%에서 하반기 1.4%로 점차 낮아지는 흐름이다.
예정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국내 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주요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가능성도 지적된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가 이어지면 지난해 4분기와 같은 가격 급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내년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 매출이 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급망 경쟁 격화가 반도체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더불어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국내 자동차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반면 서비스업은 제조업 부진과 대조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예정처는 내년 서비스업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이 올해 1.4%에서 2.0%로 0.6%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증가율 1.5%를 0.5%p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서비스업 성장세는 고령화에 따른 보건업 수요 확대, 유가 안정, 여행·운송 수요 회복 등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외 여행객 증가가 숙박·운수업 전반의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유가 안정화도 물류비 부담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대출잔액 증가에 따른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켜 서비스업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기적으로도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우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2027년 2.1%로 소폭 회복된 뒤 2028년과 2029년 각각 1.7%에 머물며 다시 1%대 후반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증가율은 2027년 2.1%, 2028년 2.1%, 2029년 2.0%로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제조업의 성장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는 동안 서비스업이 2% 안팎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구조적 전환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요 경제기관 역시 내년 경제 성장을 수출보다는 내수가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발표한 전망에서 제조업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내수 회복세가 전체 경제를 떠받치며 내년 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의 전략 거점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와 외국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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