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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을 낮출수록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지고 정부의 재정 압박은 줄어든다. 이러한 배경 뒤에는 생산·품질관리·공급망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산업 생태계가 있다.
문제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제약계와 환자 모두에게 동등한 이점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제네릭의 가격 경쟁이 심해질수록 제조공정에서 비용을 줄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스스로 품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중소 제약사일수록 약가 인하의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된다. 품질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도 빠르게 고갈된다. 결과적으로 ‘더 싸진 약’이 소비자에게 돌아오겠지만 그 약을 둘러싼 안전망이 약해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아니다.
약가 정책은 단순 재정 관리 수단이 아니다. 제약산업의 방향, 투자 구조, 기업 생존력, 그리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까지 연결된다. 지금의 정책 방향에서 아쉬운 점은 가격이 모든 문제의 중심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더 들여다봐야 할 지점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안전·공급 안정성이다. 품질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약가만 낮추면 품질 문제는 결국 더 깊어지고 소비자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제약사들은 R&D 투자보다 제네릭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구조가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 약가가 지속적으로 하향하면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산업의 혁신 능력도 떨어진다.
지금처럼 품질 논란과 약가 인하가 동시에 이어지면 제약산업은 ‘더 싼 약을 더 빠르게 공급하는 산업’으로 고착될 위험도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장기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 반복 회수, 품질 이슈, 공급 중단 등이 생기면 결국 대체약 조달·공급 관리 등에서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사용해온 약제가 갑자기 재평가 대상이 되면 대체 약제를 찾아야 하는데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약을 바꾸는 것 자체가 부담된다.
현시점에서 인하 폭 접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제네릭과 특허만료 오리지널의 기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면 단순 마진 축소가 아니라 원가나 가격 구조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 수위의 조정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국내 급여의약품 시장 대부분이 제네릭이라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정책의 효율보다 지속 가능한 약가 체계와 현장의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약값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제조공정 검증과 원료 관리, 수탁 생산의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균형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약가 인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이 환자 안전과 산업의 발전을 훼손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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