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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막을 내린 뒤 독립한 아시아 신생국들은 무력이 작용하지 않으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경쟁을 원했다.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탄생한 것이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이다.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도중에 인도의 IOC위원이 아시아의 스포츠 선구자들에게 아시안 게임 논의를 제안한 것이 시작이 됐다. 당시 대한민국, 필리핀, 미얀마,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 6개국이 이에 동의했고 1949년 몇몇 나라가 더 참가해 창시한 아시아 선수권 연맹이 아시아 경기 대회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1951년 제1회 아시안게임이 인도 뉴델리에서 닻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총 17번의 대회가 개최됐으며 우리나라는 제10회(서울), 제17회(부산) 대회를 유치했다. 특히 1986년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큰 몫을 담당한 대회로 기록됐다. 정부는 서울 아시안게임 개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선수촌아파트다. 서울시에서 잠실 종합운동장 인근에 선수와 코치, 심판 등이 묵을 대규모 선수촌을 조성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국내 아파트들은 성냥갑을 나열한 것처럼 획일화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으로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아파트를 추구했다. 198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내년이면 지어진지 30년이 되지만 여전히 잠실의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아파트 대한민국 뿌리’ 시리즈 일곱 번째로 우리나라 최초의 선수촌 아파트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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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국내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 중 최대 규모인 아시안게임의 일환으로 송파구 잠실동에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지어졌다. 이 아파트는 당시 88서울올림픽 성금모금을 위해 아파트 기부금을 내고 분양을 받아야 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1984년 분양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88 서울올림픽 성금모금을 위해 기존주택공급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기부금 낙찰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는 총 1356가구 중 건립지역의 토지 및 건물소유자에 특별분양되는 248가구를 제외한 1108가구를 주택청약예금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양하기로 결정했는데, 미리 내정가(비공개)를 정한 후 내정가 이상으로 기부금을 내는 신청자에게 기부금을 많이 낸 순서대로 희망하는 동·호수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부금을 제외한 평당 가격은 행정 지도가격인 13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례적인 분양 방식에 부동산 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그해 12월 8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첫날 6000여명이 다녀갔고, 휴일인 9일에는 무려 1만 여명이 몰리는 등 아파트 투기가 크게 일었을 때의 모델하우스 주변을 방불케 했다.
이런 모습은 분양신청 첫날인 11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모두 4907명이 신청, 평균 4.4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하루 만에 마감된 것이다. 평형별로는 47평 B형이 12.2대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52평 C형은 2.3대1로 가장 경쟁률이 낮았다.
그러나 분양당첨자들과 계약을 끝낸 결과 4.4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는 달리 실제 계약률은 약 80%에 불과했다. 고액기부금을 써냈던 신청자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침 등이 전해지자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해 890가구만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관심을 모았던 최고 기부금 액수는 7777만원이었다.
아파트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
▲ 아파트 단지 앞으로 2만여평의 아시아공원이 조성돼 있어서 주민들의 체육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또한 단지 주위로는 초·중·고등학교가 위치 해 있어 학생들의 통학도 편리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의 생활만족도가 높아 매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하철2호선 종합운동장역 1·2번 출구 쪽에 조성된 아시아공원 뒤편으로 위치하고 있다. 우성건설과 신성건설이 시공한 이 아파트단지는 125㎡(38평), 170㎡(51평), 173㎡(52평), 187㎡(57평), 218㎡(67평) 등 5개 평형, 총 18동 1356세대로 지어졌다.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실시한 사례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단지 구성에서 기존 아파트와는 차별화를 뒀다. 아파트 동들을 행이나 열로 배치하지 않고 ‘ㄷ’자 혹은 ‘ㄴ’자 형태로 배치한 것이다.
단지 중심부에는 외곽으로 나갈수록 층이 높아져, 멀리서 보면 계단 같은 모양을 띠는 것도 특징이다. 각 세대의 채광 효과를 높이고 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아파트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아파트단지는 내년이면 건축연령 30년이 되는 오래된 아파트지만 외관상으로는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 세대들에서 하자보수와 증축공사 등이 이뤄져 내부는 마치 새 아파트 같은 느낌을 줬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가 워낙 튼튼해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을 원하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다들 살만큼 사는 부유층이라서 굳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 이 아파트는 횡과 열로 배열 돼 있는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동남 또는 서남향으로 동을 배치했다. 아파트단지 주위로 지하철 2호선이 개통 돼 있으며, 곧 지하철 9호선도 개통 예정이서 교통 또한 편리한 장점을 지녔다. ⓒ스카이데일리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장점으로는 생활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아파트 앞마당 같은 아시아공원이 있어 운동하기도 편하고 잠실한강공원도 도보로 오가는 것이 가능해 서울 시내에 이만한 아파트가 없다”면서 “단지 가운데에 상가가 조성돼 있고 주민센터, 송파문화센터 등이 단지 내에 자리하고 있어 굳이 아파트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웬만한 것들은 거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을 이용하면 2~3분 이내에 올림픽대로로 진입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이 곧 개통될 예정이어서 대중교통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또 아주 초·중학교, 정신여중·고등학교가 근거리에 위치해 학군 면에서도 우수하다.
▲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설계 당시부터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건강을 고려해 지어졌다. 아파트 주위로는 아시아 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아파트 단지 중심에는 상가를 배치해 단지 안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스카이데일리
29년 된 아파트치고 지하주차장이 있다는 것도 특이사항이다. 그러나 지하주차장은 모든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평수인 187㎡(57평), 218㎡(67평)에 사는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 한 주민은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는 사람이 여기서는 가장 잘 사는 축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전문가는 “아시아선수촌은 워낙 부촌으로 유명하고 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125㎡(38평) 매물이 하나 있는데 전세가는 6억원, 매매가는 13억원 정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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