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교육에 가장 민감한 강남과 목동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어 유치원을 2~3년 보낸 뒤 7세 때 일반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교육’과 ‘놀이’를 병행하는 유아 대상의 사설어학원인 영어 유치원. 한 반당 8~10명 소수 정원제로 원어민 강사와 내국인 강사가 병행 체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크게 영어교육만 제공하는 곳과 인성 및 다른 과목까지 가르치는 곳으로 나뉜다. 하지만 두 종류의 교육효과에 대해서는 교육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영어로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기술’이기 때문에 굳이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신체·사회·정서 등 전인교육을 영어로 실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종종 주변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선행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각한 자녀의 언어장애를 호소하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다. 학부모의 욕심보다는 아이를 먼저 생각해 보고, 영어유치원에 보낼지를 결정하는 게 좋다는 전제 아래 조기 영어교육으로 우리말까지 더듬고 있는 실태와 그 원인을 스카이데일리에서 파악해 보았다. 
|
▲ 영어 조기교육에 따른 말 더듬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조기교육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말 더듬는 아이들, ‘영어유치원’ 조기 교육 탓
요즘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유아 시절, 심지어는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접하게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영어도 ‘습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녀 영어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부모(주로 엄마)라면 이 시기에 하루에 30분 정도 영어를 들려주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런 노력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유아 시절, 심지어는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접하게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별 효과 없이 부모와 자녀 모두 지치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부모가 너무 힘들다. 또 자녀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비근한 사례를 소개해 본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A군. 오리나 사자 같은 쉬운 단어를 발음할 때도 “오…오리, 사…사자”라면서 심하게 말을 더듬는다. 또 ‘학교에 간다’라는 간단한 문장을 읽을 때도 ‘어∼ 으∼’ 소리를 섞어 말한다.
A군은 할머니 집에서 영어교육 DVD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5세 때부터 매일 5시간씩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영어유치원에 나갔다.
이후 A군은 결국 7세 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는 언어장애가 생겼다. A군 어머니는 “영어교육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탈났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사례로 초등학교 1학년 B군의 경우다. B군은 ‘사과’를 ‘사갸’로 읽는 등 미국 사람을 흉내 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영어교육 후유증 어린이∙청소년 ‘최소 5만∼10만명’
서초구의 한 언어치료학원.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A군이나 B군처럼 영어 조기교육을 받다가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이상한 초등학생들이다.
언어치료 교사들은 아이들이 말을 할 때 비정상적으로 숨을 쉬는 습관을 지적하면서, 단어의 발음과 문장을 읽는 속도를 잡아주고 있었다. 완치까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년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언어장애전문가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언어 장애인은 1만7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 영어교육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최소 5만∼10만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무리한 교육은 아동 학대에 가깝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무리한 교육은 아동 학대에 가깝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여전히 영어교육 DVD와 영어유치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무리한 선행교육은 스트레스를 일으킨다”면서 “1~2세 아동의 뇌세포를 손상하기 때문에 뇌 발달 나이에 따라 0∼3세에는 감각과 감정을, 3∼6세에는 인간성과 창의력을 주로 가르치고, 6세 이후부터 외국어를 교육”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깝다! 영어 헛고생’이란 책자 제작에 참여했던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시기에 배운 영어는 대부분 다 잊어버린다. 오히려 너무 일찍 시작한 영어 때문에 아이와 부모 모두 지치기만 할 뿐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영어에 친밀감을 갖게 하는 효과 정도일뿐이지 결코 영어실력으로 쌓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영어유치원 ‘K12 인터내셔널 아카데미’의 재클린 래드니액 교수부장은 “영어에 대한 아이의 흥미 정도와 수준, 성향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영어는 ‘놀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어교육, ‘조기교육’ 보다 ‘적기교육’ 더 필요
미국이나 필리핀, 인도처럼 영어를 일상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은 나라에서는 영어를 배우는 ‘시작 시기’가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충분히 모국어가 발달하고 이해력과 인지수준, 영어학습 동기가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무리한 선행교육은 스트레스를 일으킨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겨우 ‘짝짜꿍’이나 할 때부터 영어를 몇 년씩 접했다고 해도 그 기간에 얻을 수 있는 영어실력은 초등 1~2학년 정도에는 6개월 정도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영∙유아 때 자녀에게 영어를 조금이라도 접하게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은 ‘조기교육’보다는 ‘적기교육’이 더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