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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터넷 강국답게 댓글문화도 대단히 변화무쌍하다. 아니 무서울 정도로 댓글문화가 사회 전반의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한 사람이나 사건이 댓글심판에 오르면 거의 무차별적인 매도성, 희롱성 글들이 도배되다시피 한다. 일부 연예인들은 이 같은 악플로 인해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참담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악플을 달고 있는 연령층은 대부분 10~20대 층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10대들의 댓글문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을 관용으로 봐주기에는 즉흥적이고 악의적인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편견이 뇌리에 박혀서 일까. 대한민국 모든 언론들이 초등학생들을 향해 편협되고 무차별적인 칼을 번뜩이며 매도하고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 기반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된 댓글환경에서 자란 초등학생들의 댓글문화는 이용빈도나 시간에 비해 미성숙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조사한 ‘인터넷 윤리문화 실태’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희망적이다. 이 사실을 언론들이 제대로 보지 않고 기존의 편견만을 들이대 초등생들에게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비윤리’라는 칼로 마구 헤집어 놨다.
KISA는 지난해 11~12월 사이 초등학생, 만 12~59세 내국인, 국내거주 외국인 등 총 3800명을 대상으로 댓글과 관련한 전반적인 윤리의식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릴리즈했다. 언론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10대들의 비리윤성을 문제 삼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들로 비판기사들을 일제히 쏟아냈다.
10대들이 악플을 재미로 달 뿐만 아니라 전혀 윤리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는 보도들이 주를 이뤘다. KISA의 자료를 보면 기사를 그렇게 다룰만한 자료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가 조사 보고서를 다시 면밀히 살핀 결과 그 반대의 조사결과가 행간에 숨어 있음을 확인했다.
언론들은 초등학생들이 악성댓글을 단 이후 가장 많은 복수응답을 한 ‘속이 후련하다’(43.6%)와 ‘재미를 느낀다’(42.6%)에 초점을 맞춰 쏘나기식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제목이 거의 유사해 입을 맞춘 듯한 보도태도였다.
하지만 언론들은 ‘후회된다’(43.6%), ‘미안한 마음이 든다’(30.7%), ‘문제될까 걱정된다’(28.7%) 등은 언급을 아예 하지 않거나 비중에 두지 않는 보도를 했다. 초등학생들이 비록 악플을 단다고 해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다른 면은 무시되거나 간과됐다는 점이다. 초등생들의 이 같은 태도는 악플을 달지 않고 선플을 달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는 대단히 의미 있는 답변항목들임에도 그랬다.
댓글을 작성할 때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댓글에 책임감을 느낀다’, ‘비난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등의 비중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악성댓글 경험자 수치다. 조사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인터넷이용자 기준으로는 20.2%, 댓글 작성 경험이 있는 사람 기준으로는 32.7%로 각각 조사됐다. 두 기준 모두를 살펴보면 악플작성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들은 대다수가 결코 아닌데도 언론들은 마치 초등학생 거의 모두가 악플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나아가 악플을 경험한 학생들도 단 1회만 게시해도 설문에 응답을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치 일상적으로 수시 악플을 다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처럼 보도된 것은 기사의 방향성을 만들기 위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에 다름 아니다.
악성댓글 작성시 의도나 용어사용 문제도 그렇다. 욕설 및 비속어가 담긴 글이 73.3%로 절대적으로 많아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설문문항에서 제시된 보기를 보면 ‘비웃고 헐뜯는 글’, ‘비난하고 저주하는 글’, ‘인신공격·인신모독의 글’, ‘루머’, ‘나쁜 의도로 도배한 글’ 등이다. 제시된 보기 자체가 전부 나쁜 의도와 용어사용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질이 안 좋은 용어와 의도로 보기가 꽉 차있다.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욕설과 비속어는 차라리 제일 보편화된 보기에 해당했다.
악성댓글을 작성하는 이유의 보기를 봐도 전 항목이 모두 안 좋은 내용들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댓글 작성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들은 ‘재미를 위해서’(84.5%), ‘친교·교제를 위해서’(74.1%), ‘정보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66.7%) 등의 답변도 했다. 건전성이 보이지만 이 조차 보도에서는 묻혔다.
허위사실·미확인 내용의 유포와 관련해서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미확인 정보)를 게시한다’(80.7%), ‘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업로드)한다’(69.7%%) 등이 많았다. 하지만 이 설문조항 또한 의도되고 한정된 보기라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답변내용이 제일 많은 항목에 문제가 있다고 일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댓글은 거의 대부분 미확인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 당연히 출처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성인의 경우가 더 일반사다. 댓글은 팩트에 대한 확인이나 증거제시적 성격 보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토론광장의 성격이 짙다. 댓글을 올릴 때마다 근거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면 그것은 저널리즘에 가깝다. 초등생들이 저널리즘에 준한 댓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비윤리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엄밀히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언론 보도윤리에도 사건·사고 기사의 경우 상세한 기술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나아가 왜곡될 수 있는 편협된 정보는 더더욱 안 된다. 이번 보도만 보면 초등학생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 윤리의식이 ‘제로’인 것처럼 도배됐지만 그 실상은 반대다.
초등학생들이 이번 보도를 접하고 오히려 ‘나만 윤리적인가’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할까 우려된다. 그동안 악플을 달지 않던 학생들도 오히려 악플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동참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이 초등학생을 향해 칼을 빼든 보도 치고는 너무나 신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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