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부패단죄 김영란법 ‘물귀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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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사설…적용대상 국민까지 확대해 지지부진

민현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2-26 00:02:53

김영란법의 통과가 갈수록 미뤄지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주도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포괄적 이해 충돌 방지법안’이 지난 2012년 추진됐다. 2013년 정부안이 발표됐고 한동안 잠잠하던 법안 추진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탄력을 받았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지난해 12월 법안 심사에 착수했고 심사 1개월만인 올 초 1월 8일에 제정안이 심사소위를 통과시켰다. 추진 4년 만에 겨우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은 것이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자 여야는 1월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통과 시키겠다고 앞 다퉈 공언했다.

하지만 국민을 향한 약속은 계속 미뤄졌다. 이유는 김영란법의 적용범위와 함께 법 내용이 위헌, 위법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적용대상이라는 원안과 달리 사립학교 교원, 언론기관 종사자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그러면서 민간 영역에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과 연좌제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법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지난 23일에는 국회 법사위 주도로 김영란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역시 법 적용 실효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법안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법안은 2월 임시국회로 넘어왔으나 이미 시간은 2월을 지나 3월로 흐르고 있다.

김영란법의 취지에 대해서 이의를 직접적으로 다는 이는 없다. 정치권도 겉으로는 법안 통과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약속했던 법안 통과 늦춰지면서 정치권이 꼼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을 수가 없다.

특히 적용범위 확대는 이런 의혹에 대한 심증을 더한다. 애당초 권익위가 추진한 법안의 적용범위는 공직자에 한정됐다. 법 자체가 공직자의 청렴과 반부패에 초점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대면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거기에 가족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절반 이상은 이 법의 대상자가 된다. 이는 마치 “우리만 죽을 수 없다, 너희도 함께 가자”라는 물귀신 같은 의도가 깔린 것처럼 느껴지게까지 한다.

타깃이 공무원에서 국민 절반으로 과하게 넓어졌고 이로써 언제든 법안 통과에 대해 물타기, 시간끌기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법의 원래 취지는 사라질 수도 있고 법안 통과가 한정 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 그 사이 또 무슨 큰일이 터지면 법안 자체는 국민들의 관심이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는 마치 “너희가 같이 죽지 않겠다면 우리 모두 같이 살자”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법안이고 뭐고 취지고 뭐고 모두 물거품이 되고 공직자의 반부패·청렴을 위한 법적 장치는 과거로 회귀하고 만다. 만약 그것이 숨겨진 의도라면 국회와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철저히 배신하는 행위다.

그렇지 안다면 김영란법은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예고안에서 분명하게 지적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직자의 부패, 비리 사건으로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부분을 국회와 정부가 인정하고 이를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립교원, 언론인에 대한 청렴이 문제가 된다면 국회가 관련 법안을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 굳이 이번 법안에 묻혀갈 이유가 없다. 원안으로 김영란법이 먼저 통과되면 언론단체가 직접 나서라도 언론인 청렴법안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당사자가 되는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우선적으로 처리함이 먼저다.

그것이 국민과의 약속이고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의 의무가 아닌지 공직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땅의 모든 공직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1장 7조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민현배 기자 yami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