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살리려다 자칫 더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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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살리려다 자칫 더 죽인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4-29 19:42:35

전통적인 동네빵집은 오랫동안 골목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골목 어귀를 지날 때면 풍기는 동네빵집의 빵굽는 구수한 내음은 배고픔을 느끼며 자란 세대에게는 환상 그 이상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들 동네빵집이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골목 여기저기를 마구 헤집고 들어오면서 구수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 빵집들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10~20대 젊은 층들이 이들 골목빵집을 외면하는데 따른 현상이 1차 원인이지만 그 보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공략에 밀린 배경이 더 크다.

중소기업청의 자료를 보면 동네빵집 수는 지난 2007년 8034개에서 2011년 5184개로 4년간 2850곳이 문을 닫아 35.4%나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같은 기간 3489개에서 5290개로 1801곳이 새로 문을 열어 51.6%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마치 쓰나미처럼 동네빵집을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중심에 국내 상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와 뚜레쥬르(CJ푸드빌)가 있다. 이들 두 업체들은 또 치열한 입지경쟁을 벌이면서 동네빵집은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아픔까지 겪고 있다.

이들 상위 두 업체와 크라운베이커리, 신라명과 등의 4개사 제과·제빵시장 점유율은 47.5%에 달한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전체 3조7700억원 중 1조7947억원 규모다. 하지만 더욱 우려되는 이슈는 이들 프랜차이즈들이 잠식해가는 속도다.

상위 4사의 2009년 매출 1조4500억원은 1년만에 3447억원(23.7%)이나 늘어났다. 지금도 이들 업체들은 파죽지세로 상권을 넓혀가고 있다. 그 결과 동네빵집은 프랜차이즈로 간판을 바꿔달지 않으면 폐업을 할 수박에 없는 대세전환기에 이미 접어들었다.

급기야 중소기업청이 이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중기청이 대한제과협회와 공동으로 동네빵집 살리기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동네빵집을 구명할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기능에 칼을 대는 것은 사실상 맞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무차별 독식현상은 자본주의의 꽃인 경쟁을 제한하는 원론적인 문제를 촉발시킨다.

대기업들은 이미 가맹점을 대상으로 ‘갑’의 위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불공정한 행태를 보여 왔다. 오죽하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대상으로 ‘모범거래 기준’까지 만들어 강권하고 있는가를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경 500m 이내 지역에서 신규 가맹점의 오픈을 금지하기는 했지만 이미 이런 유형의 기존 가맹점들은 존폐위기의 기로에 있어도 빠져나올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네빵집이 이처럼 근접 가맹점으로 전환하면서 경영이 더 어려워졌다는 하소연들이 많다.

중기청은 이 같은 대기업들의 공세에 동네빵집을 구명하는 길은 소위 ‘대항마’를 육성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전문가 진단을 통해 ‘우수 점포’와 ‘일반 점포’를 가려 경쟁력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중기청은 우수 점포로 선발된 빵집에 대해서는 ‘지역 명품 빵집’으로 지정·홍보하는 한편 판로확대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빵집을 선발하는 기준과 방식이다.

만약 이들 우수 점포들이 혹시 경쟁력이 없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나올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더 큰 불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기청과 지자체는 우수 점포 선발에 대한 엄정한 기준과 심사에 비즈니스 이상으로 치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설사 우수 점포를 잘 선정했다고 해도 또 하나의 ‘정부 지원 프랜차이즈’ 같은 성격이 될 가능성이다. 이들 우수 점포들이 자칫 기존 동네빵집을 더 위협할 환경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수 점포와 기존 동네빵집 간에 상생할 환경을 먼저 조성한 뒤 이들 점포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 하나의 방법이 우수 점포를 기준으로 한 동네빵집들의 자발적 연대를 끌어내는 방법인데,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정부의 체계적이고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 점포 또한 마찬가지다. 웰빙 빵 전문점, 저가 빵 전문점 등 특화된 점포를 만드는 것 까지는 좋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동네빵집을 사지로 내몰 수 있다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동브랜드 및 공동구매와 인테리어 개선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무작정 자금을 집행했다고 돕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기청은 명심해야 한다. 동네빵집이 급한 것은 자금 보다는 소위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공동브랜드의 경우 이 역시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동반폐업’이라는 더욱 치명적인 부메랑이 닥친다.

공동구매도 재료의 특성이 없는 획일적인 동네빵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는 대기업 가맹점들 보다 품질이 반드시 우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일회성 또는 간헐성 지원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기청이 동네빵집을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은 좋지만 지속성이 없으면 동네빵집을 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동네빵집이 건실하게 생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장 먹기 좋은 음식을 던져주는 것 보다는 해외의 우수 브랜드 및 제조기술을 이들에게 전수해 주는 상시 교육 시스템 마련이 근본적인 대안이다. 동네빵집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국내·해외 재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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