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제주 
 수도운영1팀 과장은 현재 덕소정수장의 전자통신기기...'))
▲ 이윤복 과장
이윤복(46) 수도운영1팀 과장은 현재 덕소정수장의 전자통신기기들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정수장 주위의 CCTV나 감지장치를 비롯해 전산 시설 등이 항상 정상 작동되도록 유지 관리하는 업무이다.
“예전에는 시설마다 직원이 배치돼 근무를 했지만 현재는 각종 설비들을 자동화시켜 원격 운영하게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요. 저는 운영실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며 ‘감시제어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죠”
성장기에 장애 더욱 심해져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아마비를 앓고 장애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까지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회 때 반 대표로 달리기 시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히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발목부분이 마비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수록 오른쪽과 왼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5학년 정도부터는 그 차이가 심해졌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친구들과 운동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몰라준 채 선생님이 먼저 체육시간에 그를 제외시켜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체력시험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혼자 달리기, 멀리뛰기 등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던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노력으로 극복했죠. 중학교 때는 체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존경하던 아버지의 죽음
▲ 덕소정수장에 있는 수도 시설 중 하나인 ‘배출수지 및 배슬러지지, 회수조’의 모습
신체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춘기 시절 정신적으로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그가 중학교 1학년 당시, 지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하루는 5일장에 저만 데리고 가셔서 소불고기를 사주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어요. 많은 형제 가운데 유독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죠. 특히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신 분이 아버지셨어요”
최근에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해주셨는지를 생각할 만큼 그리움이 크다는 이 과장. 이후 아버지가 당부했던대로 그는 학업에 더욱 매진했다고 한다. 마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6년도 창원대학교에 입학해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하게 된다.
“제가 몸이 불편한 탓에 원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학쪽으로 진로를 결정했고, 전기공학과 전자통신공학을 놓고 고민하다 집안의 의견에 따라 전자통신공학을 선택하게 됐죠”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둬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원 졸업 위해 2년간 실험실서 생활
▲ 일상 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은 여러 과정을 거쳐 국민들에게 공급된다. 약품을 투입해 이물질을 침전시키는 원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1990년 2월 대학을 졸업하면서 대기업 여러 곳에 취업 원서를 냈지만 번번히 탈락해 어쩔 수 없이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더 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사한 바로 그 해에 창원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신호처리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과정에서 대학원 2년간의 기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2년안에 논문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그 준비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었다.
버스를 타고 걸어야하는 통학 시간이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집에 갈 시간마저 아까워 실험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빨래 때문에 1주일 중 주말 하루만 집에 돌아갔고, 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는 생활을 2년간 이어갔다고 한다.
“실험실에는 마땅히 잘 데도 없었습니다. 그냥 바닥에다가 종이박스를 두툼하게 침대처럼 만들어 잤고 겨울에는 전기담요 하나에 의존해 버텼죠. 특히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아 찬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어요”
초창기에는 그런 생활이 익숙치 않아서 몸에 이상이 왔다. 한 번은 심한 몸살에 시달려 1주일간 꼼짝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이 과장. 하지만 그 과정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부 대학원생의 경우 논문을 다른 사람이 대신 써주기도 하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의 열정이 대단했음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1995년에 한국수자원공사 입사
▲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학하는 시간마저 아끼기 위해 2년간 실험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지도교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1년간 시간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대학의 시간강사는 임금도 적었고 업무는 많았기 때문에 그는 연구소 등에 취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1995년도에 한국수자원공사 사원모집 공고가 났고 그는 학과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하게 된다.
당시에도 공기업에 입사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이 과장. 하지만 그가 쏟아부은 노력이 밑바탕 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자원공사에 입사 후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전자통신 분야의 업무를 맡게 됐다. 일을 하면서 그는 같은 직장 내 동료간에도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학교에서 생활할 당시 함께 공부하던 동기나 선후배 사이에서는 사고방식의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달라 조금 혼란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이런 것이 세상살이구나’라고 인정했지요”
집안 반대 극복하고 아내와 결혼
▲ 그의 아내는 보다 심한 장애를 안고 있어 목발을 짚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해 현재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그의 첫 근무지는 부산이었고 3년 5개월 이후에는 밀양으로 발령이 났다. 특히 밀양 근무 당시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도 했다.
“저는 6급 장애인이지만 아내는 2급이기 때문에 장애 정도가 저보다 심하죠. 처음에 저희 집안에서는 결혼 반대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집 사람이 겪은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반대 끝에 결혼을 했지만, 그는 밀양에서 건설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특히 자녀들이 아직 어린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아내는 항상 불안해 했다고 한다.
“힘든 부분을 혼자 안고 있던 아내와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저도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았죠. 부부싸움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 이유가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밀양에서 5년 근무 후 과천으로 올라온 그는 아내와 상의 끝에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의 교육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일을 함으로서 부부싸움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며 그는 멋쩍게 웃는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어요”
▲ 퇴근 후 지역 탁구장에 들러 운동을 즐기고 있는 그는 최근에 자전거 타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과천으로 발령받은 이후부터 덕수정수장에 근무하고 있는 현재까지 그는 지역 탁구 동호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활동량이 많은 운동인 탁구가 그에게 조금 힘겹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신체조건이나 접근성 면에서 탁구가 제일 낫다고 답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것보다는 고향을 떠나오면서 아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가 컸어요. 물론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라는 측면도 있고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후에는 매일 탁구장을 찾는다는 이 과장. 동호회 회원들과 게임을 즐기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한다. 특히 시장배, 협회장배 대회 등 큰 대회의 참여도 활발하다.
“최근에 아내가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전거를 구입했어요. 직장 내 자전거 동호회 분들과 함께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 도로를 함께 달린 적이 있는데 쾌감이 느껴졌죠. 앞으로 아내와 함께 자전거도 자주 탈 계획입니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그는 조심스레 밝힌다.
“국내의 유명 여행지를 비롯해 해외도 둘러보고 싶어요. 바쁘고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노후에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은 게 소망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함으로서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바램이죠”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