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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은 인상철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오른다. 전기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블랙아웃’에 대한 공포감이 가지지 않아 국민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눈덩이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한전의 경영수지를 보면 전기요금 인상에 토를 달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국민들은 금값이 돼가고 있는 전기요금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 하나의 방법이 이른바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코드가 연결돼 있으면 소요되는 대기전력(가정용)의 순간적인 전력량(순시전력)은 약 618메가와트(MW)에 달한다. 모든 가전기기가 플러그만 꽂혀 있어도 500메가와트급 화력발전소 1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대기전력은 전자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모되기 때문에 ‘전기흡혈귀’라고도 불린다. 이를 가구별로 보면 지난해의 경우 연 평균 209킬로와트아워(kWh)가 대기전력으로 낭비됐다. 가구당 전체 사용량의 6.1%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전국 1660여만 가구의 이 같은 대기전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 해 약 4160억원이 낭비된다는 것이 한국전기연구원의 분석이다.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자제품은 ‘셋톱박스’로 조사됐는데, TV의 약 10배에 달했다. 여름철 전기수요 피크철을 앞두고 블랙아웃의 공포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전기를 아껴쓰는 일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전기연구원의 대기전력에 대한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귀중한 전기가 얼마만큼 헛되게 새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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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흡혈귀(power vampire)’ 1위 셋톱박스
셋톱박스가 가정 내 대기전력 소비 1위에 올랐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국 105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대기전력을 조사한 ‘2011년 대한민국 대기전력 실측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원들이 ‘1417 피크시간대 전기 덜 쓰기’ 범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에너지 시민연대 회원들이 ‘대기전력의 원흉, 전기 흡혈귀’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실시하고 있다.
▲ 자료:한국전기연구원(KERI) ⓒ스카이데일리
조사 결과 셋톱박스가 12.3와트(W)로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24시간 콘센트에 플러그가 꽂혀 있는 TV의 대기전력이 1.3와트에 불과한 것에 비해 TV와 연결∙사용하는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은 거의 10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인터넷 모뎀(6.0와트), 스탠드형 에어컨∙보일러(5.8와트), 오디오 스피커(5.6와트), 홈시어터(5.1와트), 비디오(4.9와트), 오디오 컴포넌트(4.4와트), 유무선 공유기(4.0와트), DVD(3.7와트) 등이 대기전력이 높은 10대 가전기기 안에 포함됐다.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는 각각 3.5와트와 2.2와트를 나타냈다. 반면 컴퓨터와 프린터는 2.6와트로 동일한 수준이었으며, 화장실 비데의 대기전력은 2.2와트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전력이 낮은 기기들로는 인터넷전화기(0.20와트), 선풍기(0.22와트), 휴대폰 충전기(0.26와트) 등으로 조사됐다.
가정용 대기전력 총량, 618메가와트(MW)
가전기기의 대기전력을 지난 2003년과 비교했을 때 TV와 DVD, 전기밥솥, 오디오 등은 크게 낮아졌으며, 보일러와 에어컨 등은 대기전력이 증가했다. 이는 용량증가 및 기능추가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대기전력, 순시전력이란 |
| 대기전력(standby power)이란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기 제품이 소비하는 전력’을 말한다. 가전기기가 동작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전기를 소모하며,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고도 불린다. 반면 순시전력은 ‘시간에 따라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 전력’을 뜻한다. 순시전력의 값은 임의의 짧은 순간에 부하 양단에 걸리는 전압과 전류의 곱으로 구한다. |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가정에서는 가구당 23.9대의 가전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기전력을 소비하는 가전기기의 수는 가구당 18.5대로 2003년에 비해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홍석우(왼쪽 두 번째) 지식경제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100만킬로와트 국민발전소 건설 동참 선포식’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대기전력 차단 참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자료: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국 가정용 대기전력의 총량(순시전력)은 618메가와트(M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든 가전기기가 동작하지 않고 플러그만 꽂혀 있어도 500메가와트급 화력발전소 1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가구당 대기전력 소비는 연 평균 209킬로와트아워(kWh)로 조사돼 가구당 연간 총 전력소비(3,400kWh)의 6.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기전력 소비기기 1개당 평균 대기전력은 2003년 3.66와트에서 2011년 2.01와트로 줄어 45% 감소했다. 또 전국 연간 대기전력 총량은 2003년 4600기가와트아워(GWh)에서 2011년 3470기가와트아워로 감소했다. 감소분인 1130기가와트아워는 500메가와트급 화력발전소 1기의 94일간 발전 전력에 해당한다.
일반 가정 ‘대기전력’에 한 해 4200억원 낭비
한국전기연구원은 한 해에 낭비되는 대기전력량이 3470기가와트아워이며 전기요금으로 따지면 41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반 가정의 경우 보통 전체 전기 사용량의 6.1%가 대기전력으로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 피크 시간대 전기 덜 쓰기 범국민 캠페인
▲ 한국전기연구원은 대기전력 차단을 위해 멀티 탭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사무실이나 생산현장에서 사용되는 기기의 대기전력을 제외한 수치로서 공공기관 및 기업체, 산업체의 대기전력을 포함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금액의 에너지가 활용되지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조사를 통해 대기전력 절감 및 전기요금 절약을 위한 방안으로 △쓰지 않는 가전기기 플러그 뽑기 △대기전력 차단 ‘멀티 탭’ 사용 및 스위치 끄기 △에너지절약 마크 제품 구입하기 등 ‘생활 속 실천 수칙’을 권고했다.
또 “개발된 대기전력 절감 반도체를 각종 가전기기에 적용하면 연간 667억원(2013년 추정)의 전기에너지 절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조사결과 기존 가정 내 보유제품 이외에 매장에서 시판되고 있는 가전기기의 80% 이상이 대기전력 1와트 이하에 해당하는 등 가전업체의 적극적 노력과 정부의 대기전력 1와트 정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어 “아직도 대기전력이 높은 일부 부진 품목을 비롯해 대기전력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사 요구에 따른 저가제품 중심인 빌트인(Built-in) 가전에 대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며 특히 네트워크가전 및 스마트기기는 미래의 대기전력 다소비 품목으로서 이에 대한 정책과 R&D가 연계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전기연구원은 ‘대기전력 절감 반도체’를 개발해 이를 가전기기용 전원장치에 적용함으로써 대기전력 최고 0.3와트 이하를 달성하는 한편 ‘유도가열 밥솥’(대기전력 0.2와트 이하, 효율 92% 이상)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대기전력 절감기술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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