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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한국마사회 중독치료 외면 논란
지옥의 질주 경마 베팅 “발 들이면 죽어야 끊는다”
경마인 절반 이상 도박중독 나락…한해 수천억 벌며 치료 사실상 ‘뒷짐’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1-21 13:23:25
한국마사회는 마필(馬匹) 개량·증식과 마사(馬事) 진흥 및 축산 발전을 위해 창립된 공기업이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 ‘렛츠런 파크’는 서울, 부산, 제주에 있다. 이외 마사회는 전국 31곳에다 장외발매소를 뒀다. 마사회에는 늘 사행성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경마가 사행성이 높고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사행성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매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도박중독치료에 대한 관련 예산은 크지 않은 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경마장인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렛츠런 파크 경마장을 찾아 경마 도박 중독의 문제점과 대책 등에 대해 현장진단했다.

 ▲ 한국마사회는 수익 대부분을 경마사업에서 얻고 있다. 그러나 경마는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중독율이 높아 도박중독의 무차별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러나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실제적 책임이 있는 마사회는 도박중독 관련 예산이 턱없이 낮아 비판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1. A씨는 돈을 꽤 벌어 해외를 다닐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경마 도박에 빠진 이후 30대 후반부터 그의 삶이 달라졌다. 한 게임에 10~20만원씩 베팅하면서 게임이 있는 날마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 A씨가 거액의 돈을 날리자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내는 “노름쟁이와 못 살겠다”며 그를 몰아부쳤다. 자녀들은 A씨를 간절하게 설득했다. 결국 가족회의 끝에 A씨는 정신을 차렸다.
 
#2. B씨는 열쇠수리공이었다. B씨가 경매에 빠진 것은 고향 선배를 따라서 경마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경마 관련 서적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해 다소 이득을 봤다. 하지만 베팅액이 계속 늘어났다. 한달에 8000만원원을 베팅해 2000~3000만원을 건졌다. 가정 상황은 악화됐고 B씨는 전세에서 월세로 이사를 가야 했다. 영업하던 점포를 내놓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경마장에 매주 온다는 중년의 한 시민은 “한 번 발 딛으면 끊기 힘들다”며 “죽어야 끊을 수 있는 게 경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마는 사실 돈 따기 위한 도박이 아닌 하나의 스포츠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며 “지금은 한 게임당 1만원 미만을 베팅하지만 전에는 큰돈을 걸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과천시 렛츠런 파크 경마장에서 만난 7인은 자신이 과거 경마에 빠진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 과천 경마장을 찾은 관중들은 저마다 경마 정보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관중들은 30대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일부 관중은 욕설과 함께 화난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주말 찾아 간 렛츠런 파크 경마장. 관중들은 저마다 베팅할 말을 골랐다. 30대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나 처음 온 사람은 없어 보였다. 경마가 시작되자 이들은 박수를 치고 소리를 내며 응원과 탄식을 함께 보냈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의 탄식이 경마장에 울려퍼졌다.
 
상황은 주중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8일 다시 찾아간 과천 경마장에서는 부경 및 제주 경마장 경기가 중계 됐다. 사람들은 익숙한 자세로 앉아 정보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베팅이 마감되고 경기가 시작되려 하자 정보지를 보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TV 앞에서 경마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누가 옆에 와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떤 이는 TV 앞에서 크게 박수를 치며 “좋아! 좋아! 좋아!”라고 외쳤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일부는 욕설을 내뱉으며 화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내 아무 일 없던 듯 돌아서서 다시 경마 정보지를 펼쳐 각종 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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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찾는 사람들…방문객 절반 이상 중독자, 100만원 이상 베팅도 많아
 
마사회는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 육성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축산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복지증진 및 여가선용을 도모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마사업은 여가선용이라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중독이라는 역기능이 공존한다.
 
권석창(새누리)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경마 장외발매소의 도박 중독율은 52.9%다. 이는 내국인카지노(6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경마 도박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자료는 또 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중독상담센터를 방문한 도박중단 진단 검사자 45명 가운데 38명이 중독 진단을 받아 센터를 찾는 방문객 중 84.4%가 중독자로 나타났다.
 
 ▲ 경마의 본래 취지는 레저와 건전한 오락문화다. 그러나 사행성이 높아 우리나라 시민들에게는 ‘경마=도박’이란 인식이 크다. 사진은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 표지판에 쓰인 ‘도박장’ 낙서 ⓒ스카이데일리

중독성이 강한 레저임에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마사회는 발권 시스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구매한도액 위반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마사회는 1인 1회 구매금액을 최대 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장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마권 창구는 많지만 창구마다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마권을 여러 번 구입할 수 있다. 한 게임 당 100만원 이상 베팅하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적한 구매상한제 위반 관련 건수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1만6709건에 달해 구매한도액 위반이 만연했다.
 
권석창 의원에 따르면 1인당 일일 평균 마권 구매액이 100만원을 넘는 장외발매소가 2곳이나 있었다. 지역별로 △서울 강남(청담) 140만8463원 △서울 용산 115만2256원이 100만원을 넘었고, △경기 광명 91만6235원 △인천 부평 90만104원 △인천 남구 84만5216원 △서울 중랑 82만5995원 순이었다.
 
도박 중독율 높지만 상담 센터 부족…관련 예산 이익금의 2%도 안 돼
 
경마는 도박 중독율이 높고 사행성이 강해 한번 중독되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행산업이다. 그러나 다른 사행산업보다 상담센터 등이 적어 한국마사회가 도박중독 예방 및 치료 사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료 : 한국마사회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마사회의 도박 중독 치유 및 예방 예산은 지난 2011년 28억원에서 지난해 4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마사회가 거둔 영업이익은 2382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도박 중독 관련 예산은 1.93%에 불과했다.
 
실제로 마사회가 운영하는 전국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는 34곳인데 이 가운데 상담센터가 설치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상담센터가 설치된 곳은 △서울 12곳 중 3곳 △경기 9곳 중 1곳 △부경·제주·대전 각 1곳이다. 그러나 발매소가 4곳인 인천이나 2곳인 부산을 포함해 각각 1곳씩 있는 충남·광주·대구·경남에는 상담센터가 아예 없다.
 
도박중독치료상담센터의 전문 인력도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만희(새누리) 의원에 따르면 현재는 과천 경마장 한 군데만 전문 상담인력 3명이 있다. 나머지 경마장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3명의 전문 인력이 장외발매소 등지에 돌아가면서 활동을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전문 박사급 1명을 채용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상담인력들이 교육·출장 등으로 외부에 나갈 때가 있어 상담을 받으려면 예약을 하는 게 좋다”며 “장외발매소에도 출장을 나가 상담을 한다”고 말해 인력부족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권석창 의원은 “상담센터 설치와 상담인력 배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만큼 하루 빨리 관련 규정을 정비해 모든 장외발매소에 상담센터와 전문인력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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