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미국 축구계에 한 편의 슈퍼히어로 무비가 개봉됐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쏘니’ 손흥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그는 이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 FC(LAFC) 유니폼을 입었다. 이 이적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다. 이것은 문화이고, 전략이며, 서사다. 바로 ‘미국식 영웅 만들기’의 서막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인기 스포츠인 NFL(미식축구), NBA(농구), MLB(야구), NHL(하키) 등 4대 리그를 따라잡고자 1994년 미 월드컵을 앞두고 출범한 MLS는 세계 축구의 규칙과는 다른 궤적을 그려 왔다. 리그의 스타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샐러리캡(연봉 총액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지정 선수 제도(Designated Player Rule)’가 그것이다. 한 팀당 3명의 특별한 선수에게는 제한 없는 연봉을 줄 수 있게 만든 이 제도는 짧은 건국 역사 속에서 영웅 스토리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문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등장하여 곤경에 처한 팀을 구하는 ‘미국식 영웅주의(American Heroism)’ 문화는 슈퍼맨·배트맨·아이언맨 등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해 악으로부터 미국과 지구를 지키는 영웅으로 흥행의 보증수표가 된다. 마이클 조던과 베이브 루스, 톰 브래디 등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파병 용사, 경찰, 소방관, 재난 구조반들도 자주 영웅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데이비드 베컴으로부터 시작되어 일명 ‘베컴 룰’로 불리는 영웅 만들기는 이후 카카, 지단, 앙리, 루니, 램파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메시를 거쳐 이제 ‘손흥민 영웅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단순한 경기력이나 리그 성적이 아니라 스토리로 팬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선택한 MLS 시스템에서 고난을 극복한 성장 서사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된 히어로 손흥민은 이 흐름에서 가장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는 아시아계 슈퍼스타다.
MLS중 가장 트렌디하고 글로벌한 클럽이며, 미국 스포츠 산업의 심장부이자 영화와 음악 산업의 중심지에 있는 LAFC에 손흥민이라는 빅네임의 합류는 그들이 선택한 다음 영웅 서사 챕터다. 손흥민은 벌써 메이저리그 야구의 LA 다저스팀의 시구와 NBA 팁오프(tip off·첫 공격권을 차지하기 위해 양 팀의 센터가 경쟁하는 점프볼) 세리머니에 등장한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이자 아시아 스타며, EPL 득점왕 출신의 월드클래스 선수이고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MLS로 끌어올 수 있는 글로벌 히어로다. 미국의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LAFC로 집중되고 있고, 이는 곧 티켓 판매, 머천다이징, 중계권, 스폰서 광고 등의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손흥민의 MLS 이적은 단순한 축구계의 이슈가 아니다.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해외 정착 집단)와 아시아 커뮤니티에 있어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다. 북미 전역의 한인 및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이제는 경기장에서 7번 유니폼을 입고 직접 영웅을 응원하며 열광한다.
손흥민은 스포츠 스타를 넘어 새로운 서사의 프롤로그와 정체성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했다. 어쩌면 이제 미국 축구가 유럽의 빅 리그를 위협하는 야심찬 글로벌 전략 단계로 이동하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리더, MLS의 얼굴, 미국 사회가 새로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인정한 슈퍼스타. 주인공은 바로 슈퍼히어로 ‘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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