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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아는 일반 면세점(duty-free shop)은 일반적으로 사전면세점이다. 사전면세점에서는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관세가 모두 면제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관세청에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으며 법 개정으로 5년마다 재입찰을 해야 한다. 반면 ‘텍스 리펀드샵(tax refund shop)’이라고 불리는 사후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은 공항에서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관광객 편의를 도모하고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사후면세점을 대상으로 ‘즉시 환급제’를 시행했다. 정부의 면세점 운영 방침이 바뀌면서 면세점 업계 상황은 급변했다. 사후면세점 시장은 급격히 성장한 반면 황금알을 낳던 사전면세점은 침체기를 겪으며 특허제도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사후면세점을 중심으로 국내 면세점 업계의 현황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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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역 전자랜드 신관에 들어서는 사후면세점 왕스퀘어의 입점 준비가 한창이다. 20일 정식 오픈을 앞둔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 사후면세점이다. 왕스퀘어 측은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의류잡화 등 외국인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업종을 입점시켰다. 사진은 용산역 전자랜드 신관(위)과 왕스퀘어 내부 ⓒ스카이데일리
사후면세점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반면 특혜처럼 여겨지는 사전면세점 특허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사후면세점 인기…홍대 인근 매장들 외국인들 항상 북적 ‘세일까지’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에 위치한 사후면세점은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홍대입구역 인근 대로변은 지도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기자는 한 관광객 무리를 따라서 화장품 전문 사후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마포구 서교동 대로변에 위치한 ‘뷰티프리즘(BEAUTYPRISM)’은 지난 2015년 1월 오픈했다. 뷰티프리즘은 정식으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뒤 운영하는 사후면세점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바닐라코, 스킨푸드, 이츠스킨, 숨, 다나한, 로얄스킨 등 10여개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이곳은 다양한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제품을 쇼핑할 수 있는 장점과 5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 한복체험 혜택을 제공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매장 관계자는 “오늘 오전 만해도 문을 열자마자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태국인 관광객 7팀이 다녀갔다”며 “한 팀당 보통 약 40명으로 한 명당 최대 지출 금액은 30만~40만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홍대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런 매장만 20여 곳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20~50% 세일이 진행되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세금을 면제하지 않는 대신 세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면세점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홍대입구 사거리 인근 한 건강식품 매장 앞에도 대형버스가 주차돼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관리인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친구가 건강식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묻자 2층 사무실로 안내했다.
▲ 홍대입구역 인근 화장품 전문 사후면세점 뷰티프리즘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곳에는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바닐라코, 스킨푸드, 이츠스킨, 숨, 다나한, 로얄스킨 등 10여개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식품매장 관계자는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 관광객만 구매할 수 있다”며 “간 건강 기능성 제품 가격은 28만5000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화장품 전문 중소 사후면세점 매장인 ‘진선미’는 지난해 4월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2500명이 이틀간 방문한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진선미는 역대 최고 일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은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자주 들어온다”며 “매일같이 일정시간대 들어오는 단체관광객들로 북적인다”고 입을 모았다.
복합쇼핑몰 형태 국내 최대규모 사후 면세점 ‘왕스퀘어’ 20일 오픈에 촉각
사후면세점이 인기를 끌자 급기야 대규모의 사후면세점까지 생겼났다. 국내 최대규모 사후면세점 ‘왕스퀘어’는 오는 20일 영업을 시작한다.
복합쇼핑몰 형태로 개장되는 이곳은 일반 사전면세점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총체적인 관리, 마케팅 등은 왕스퀘어에서 하지만 영업·매출 부분은 각 업체가 직접 하는 방식이다.
용산 전자랜드 신관에 위치한 ‘왕스퀘어’는 1~3층 약 4000평 규모에 460개 점포가 들어선다. 왕스퀘어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입점 업체 간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왕스퀘어 측은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을 연간 70만명 유치하기 위해 다수 여행사들과도 계약을 맺은 상태다.
1층에는 인삼·홍삼 등 건강식품, 화장품, 잡화 매장이 입점하고 2층에는 브랜드 아울렛, 쥬얼리, 악세서리, 생활용품, 주방용품, 커피숍이 들어선다. 3층에 입점하는 매장은 해외명품, 동대문 패션, 선글라스, 시계, 유아동용품, 주류 등이다. 지하 1층에는 관광객을 겨냥한 한식뷔페가 들어온다.
왕스퀘어 관계자는 “왕스퀘어는 2층 입점 업체 모집을 완료했고, 3층은 80%가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며 “입점 상인들의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매장 1만4000곳 증가에 매출도 2조원대 급팽창…3년만에 4배씩 각각 증가
사후면세점은 용이한 접근성과 간편해진 세금환급 등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후면세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관광객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사후면세점 지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후면세점 수는 지난 2012년 전국 3296곳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만3982곳으로 3년 6개월 만에 4.2배나 증가했다.
▲ 자료: 박명재의원실 ⓒ스카이데일리
국내 전체 사후면세점 매장 가운데 절반 가량인 6267곳은 서울에 소재했다. 특히 서울 중구(1809곳)와 서울 강남구(1235곳)에 서울 전체의 44% 이상이 몰려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쇼핑몰, 관광명소 등이 위치한 서울중구 을지로6가, 강남구 신사동·삼성동 등에 집중 분포했다.
사후면세점 시장 규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판매금액은 지난 2012년 5299억원에서 2015년 2조3293억원으로 4.4배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금액은 3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1월1일 공항 환급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즉시환급제’를 시행했다. 이는 사후면세점이 지난해 급격히 팽창하게 된 배경이다.
1인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물품 구매 시 현장에서 세금(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을 제외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면세범위는 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5~20%다.
사전면세점은 그동안 대기업의 자본력과 다양한 품목, 규모 등의 측면에서 월등히 우세한 것으로 평가 받아왔다. 주요 대기업들이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며 면세점 특허에 사활을 건 이유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사업은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그러나 실제로 신규면세점들은 여행객 감소, 경쟁 심화 등에 따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야심차게 오픈한 두타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만 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진출 황금알 낳는 거위…적자 면치 못하는 사전면세점 전락에 희비
▲ 정부는 지난해 1월1일 공항 환급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즉시환급제’를 시행했다. 이후 사후면세점의 규모는 급격히 팽창했다. 국내 전체 사후면세점 매장 가운데 절반 가량인 6267곳은 서울에 소재했다. 특히 서울 중구(1809곳)와 서울 강남구(1235곳)에 서울 전체의 44% 이상이 몰려있다. 사진은 사후 면세점과 연계된 여행사의 관광버스(위)와 사전면세점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1월 열린 ‘면세점 경쟁력 강화방안 긴급좌담회’에서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면세점 정책이 규제 위주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며 현행 특허 심사 제도 대안으로 ‘Pass-Fail’ 방식을 제안했다. ‘Pass-Fail’ 방식은 누구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하고, 일정기간 동안 사업계획서대로 제대로 운영하는지 검증하는 형태다.
전달영 한국유통학회장 역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면세점은 내수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다”며 “면세점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율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면세점 허가제를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면세점 시장 전략과 관련해 중국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을 확대해야 하며, 단체관광객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객단가가 높은 개별관광객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별로 없었던 시절 대기업이 면세점을 키워놨는데 지금은 법 개정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되돌리는 의원입법이 다시 발의될 정도로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점이 문제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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