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저출산에 이은 ‘1인 가구’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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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독감·상실감 함께 나눌 시스템 만들 때

손채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9-03 01:52:07

강남의 한 카페. 휴일이어서 그런가, 늘 직장인들로 북적거리던 평상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떠들썩한 카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끼리 나와서 혹은 연인과 붙어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그러나 창가 쪽 한 모퉁이에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는 혼자였고 주변의 번잡함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다. 아니 그 보다는 혼자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해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았고, 끝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몇 시간을 혼자 그렇게 앉아 있었다.

요즘 식당에서도 이렇게 나 홀로 식사하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식당 한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자면 좀 미안한 생각도 있어 식당에 손님이 가득 찰 때면 모르는 사람과도 겸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가 혼자 식사하거나 커피 한잔 마시는 사람을 위해 1인 좌석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종종 이런 모습을 목격했지만, 통계청 발표가 있기 전까지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덧 우리나라는 ‘1인가구 시대’에 접어 들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1인가구는 453만 8642가구로 전체 가구의 25.3%를 차지했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나홀로 가구’인 셈이다. 가구 유형에서도 2인가구, 3인가구를 제치고 가장 비중이 높다. 통계청은 23년 뒤인 오는 2035년에는 1인가구 비율이 34.3%로 그때는 세집 가운데 한 집이 1인가구가 된다고 전망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전통적 가정이 갈수록 줄어들어 이러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1인가구가 대세가 돼 버린 것이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면서 한국 사회는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거 트렌드다. 한때 중대형 주택에 밀려 거들떠 보지도 않던 소형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촌 사이 곳곳에는 이런 1인가구를 위한 원룸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런 추세에 맞춰 상권도 변모하고 있다. 강남은 가족 단위 외식타운들도 많기도 하지만, 마트에는 소포장 야채나 과일 등을 판매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고 1인용 밑반찬을 파는 반찬가게도 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1인가구의 증가는 주거 형태와 상권을 작게 더 작게 변화시키고 있다.

뿐 만 아니다. 1인가구의 증가는 금융기관의 상품과 서비스도 변모시켰다.

금융계에 따르면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노후생활을 대비해 연금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여러 가족이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지하던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노후를 위해 미리 연금상품에 가입해 두는 것이다.

무엇보다 1인가구의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감소에 이어 1인가구의 증가는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게 하고 있다. 바꿔말해 인구가 줄고 가족이 없는데 부동산 수요가 증가할 리 없고 부동산 가격도 오를리 만무하다. 때문에 가계에서 70~80%를 차지한 부동산 비중은 줄고 미래에는 현금 중심의 자산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1인가구는 이처럼 금융과 부동산의 패러다임마저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소수로만 여겼던 1인가구는 우리 사회에 주류가 돼 버렸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외로워 지는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1인가구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1인가구는 미혼, 사별, 이혼 혹은 기러기 아빠 등이 대다수다. 일반적인 가정보다 소득이나 경제적 능력에서 열세에 있을 확률이 높다.

실제 주거와 직업의 불안정, 저소득 등이 1인가구의 문제점으로 여러 경제보고서에서 발표된 바 있다. 또 혼자 사는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80%가 더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사회를 경악케 한 잇단 범죄 원인을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의 대부분이 홀로 생활하는 ‘외톨이’였다고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연고없이 아무도 모르게 사망하는 무연고자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우리 사회 역시 아직 혼자 살아가는 나홀로 가구에 대해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특히 1인가구 대다수가 사회적 취약계층일 확률이 높은 것을 감안, 지금부터 1인가구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환경 그리고 가족과 건강 등 비재무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독감도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나 혼자서도 잘살아 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1인가구의 증가가 던져 주는 경고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손채윤 기자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