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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의 불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받는 중이며 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은 끝내 상장폐지 됐다. 국내 조선업 1위 현대중공업 역시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조선부문에서 1조29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15년에도 42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주는 2015년 대비 35.21% 감소했고 군산조선소는 폐쇄 위기에 처해있다. 오랜 불황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기업분할’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비조선 사업부문을 법인화 해 독립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과한 기업분할 작업은 오는 4월 완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분할의 효과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 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현대중공업의 기업분할 방식과 그에 따른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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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운업의 불황으로 실적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그룹 조직 개편에 나섰다. 각 사업부문은 법인화돼 ‘각자도생’의 길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이번 선택이 비조선 사업부문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계동사옥 ⓒ스카이데일리
최근 현대중공업의 기업 분할 행보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은 주력인 조선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분리해 재무구조 개선 등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화된 조선업 불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진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비조선업 부문의 경우 고부가가치 산업이 다수 포함됐는데, 분리 이후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6개 사업부문 4개 독립법인에 자회사 2개 분리…‘각자도생’의 길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를 4개 법인으로 나누는 기업분할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통과됐던 ‘6개사 기업분할’ 안건이 최종 통과됐다.
해당 안건은 △조선·해양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로봇 △태양광발전사업 △선박사후관리 등 6개 사업부문이 각각의 회사 형태로 나뉘는 것이 골자다. 조선·해양, 건설장비, 전기전자, 로봇은 인적분할, 태양광발전사업과 선박사후관리는 물적분할된다.
인적분할은 기존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가지는 것을 의미하며 물적분할은 기존회사가 새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조선·해양 부문의 선박사후관리 사업은 로봇부문 법인의 자회사가 될 예정이다. 분할 작업은 내달 1일 완료가 목표다.
분할작업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부문만 남는다. 선박건조와 해양플랜트, 조선엔진 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세 가지 사업은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분사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은 그룹의 핵심계열사 역할을 맡게되는 셈이다. 자회사로 현대그린에너지(태양광사업)를 둘 예정이다.
발전설비, 송변전설비, 선박용·차량용 전장품 등을 생산·공급하는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주식회사(가칭)로 새롭게 태어난다. 굴삭기, 지게차 등을 제조하는 건설장비 사업부는 현대건설기계 주식회사(가칭)가 된다. 두 회사 모두 서울 종로구에 본사를 둘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 생산을 맡고 있는 로봇 사업부는 현대로보틱스 주식회사(가칭)로 변경되며 대구로 회사를 옮긴다. 글로벌서비스(선박사후관리)가 자회사로 편입되고 회사는 부산으로 이전한다. 정유 부문도 로봇 사업부문에 포함될 예정이다.
▲ 자료: 현대중공업 ⓒ스카이데일리
기업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더욱 심해지면 전체 사업부가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각자도생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분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 부문 수주 실적은 14억달러다. 이는 기존 목표액이었던 117억달러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6개회사로 분할할 경우 조선·해양을 담당하는 법인 ‘현대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106%에서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7조원 이상의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이 분할되는 회사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낮아진 부채 비율은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져 차입여건이 개선된다. 이는 곧 해외수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현대중공업 직원 2만3000여명 중 5000여명이 분할회사로 옮겨간다. 이로인해 20%가량 구조조정한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할 법인 생존 불투명…“생존 급급해 미래 먹거리 버리는 꼴” 비판
하지만 조선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각자도생’ 방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진출했던 비조선부문의 사업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내에서 조선·해양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사업은 굴삭기, 지게차 제조 등을 영위하는 건설장비 부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건설장비 부문은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 이어 시장점유율 20%대로 국내 3위다.
매출은 높지만 전망은 어둡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660억원, 1995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3분기 기준 1074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주는 오히려 전년대비 4.43% 감소해(16억1700만달러)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기전자 부문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3분기 1조65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786억원에 그쳤다. 수주 실적 역시 지난해 16억8500만달러로 전년(18억7300만달러)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그린에너지(태양광사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린에너지 부문은 지난 2013년 2085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370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2015년 반짝 102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3분기 다시 9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로봇사업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로봇을 독자 생산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로봇사업부의 매출은 1768억원이며 당기순이익 역시 9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없다면 비조선 사업들이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심지어 기업분할을 ‘사업정리’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분할된 회사들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러한 기업분할 결정에 이른바 ‘장기 로드맵’이 빠져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조선업 부문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조선업 부문이 당장 그룹 내 수익성 향상에 기여를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모두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미래에 주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역시 꾸준히 비조선 사업의 성장을 추진해왔다.
건설장비의 지게차 부문은 현대중공업이 일본, 미국 등지에서 명성을 쌓아온 분야다.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25%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는 2020년 목표로 하고 있는 무인지게차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UN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오는 2020년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봇 분야는 구글·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기업분할을 통해 미래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부서를 만들거나 신사업에 진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선·해양업을 대신할 성장동력도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통해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로드맵으로 보여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중공업 업체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015년 10월 에너지, 환경·교통, 수송·방위, 우주·기계, 설비시스템 등의 사업부를 재편하며 비조선 영역을 키우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비조선 분야를 분리하는 현대중공업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분할에 앞서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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