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군산시 지역경제 악화 우려감이 가시화되면서 이곳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폐쇄한다고 결정한 데 이어 한국지엠도 생산량 축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위)과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가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골리앗크레인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군산시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군산시 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군산조선소 폐쇄를 공식화했다. 또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내 일부 차량 및 부품 생산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생산량 축소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군산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이들 두 기업이 겪는 위기가 곧 군산경제 위기와 다름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지역민들 중 상당수가 벌써부터 지역 내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어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심 가득한 군산시민들, 대기업 계열 생산기지 축소·철수에 지역 경제 초토화 위기감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군산시 곳곳에는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정황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우선 군산시 거리 곳곳에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다수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30만 시민의 힘을 모아 군산조선소를 지켜냅시다’, ‘조선소 폐쇄는 군산 경제 직격탄’, ‘군산조선소 도크폐쇄 절대반대’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군산시 나운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조선소가 생긴 이후 일자리와 유입인구가 늘어나 지역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며 “군산조선소 존치 서명운동에도 참여했지만 결국 폐쇄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군산시의 대표 번화가 중 한곳인 나운동 나운사거리 대로변에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있고 공단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도 불황의 여파가 몰아쳤다. 골목뿐 아니라 대로변에도 문을 굳게 닫은 빈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근 부동산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가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임대를 내놔도 정작 수요가 없다보니 최근에는 권리금을 받지 않는 곳도 상당수 생겨났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에 비해 인근 아파트 평균 시세가 15% 넘게 하락했다.
‘군산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개인택시 운전기사 이영태 씨(58)는 “최근 군산에 사는 사람들의 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예전에는 평일에도 퇴근 후 술자리를 갖는 근로자들이 수송동이나 나운동 등 군산시내 일대에 가득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정말 휑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현대지엠과 군산조선소, 두산인프라코어, OCI 등 대기업 공장들이 대거 밀집한 산업단지로 향했다. 산업단지로 이어진 왕복 7차로 도로에는 대형 화물차만 간간이 보일 뿐 일반 주행차량은 드문 편이었다.
군산시 오식도동은 군산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인근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대규모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또 이들을 수용할 식당, 술집, 편의점 등도 밀집해 있다.
이곳의 인도 폭은 5m이상 됨직해 보일 정도로 넓었는데 정작 인도를 오가는 행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점심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게 내부는 이상하리만치 텅 비어있었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빈 가게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있었다.
▲ 군산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오식도동은 인근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거 거주하는 곳이다. 그런데 점심시간은 물론 이른 저녁시간에도 가게를 찾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임대문의 현수막이 적힌 가게만 텅 빈 거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오식도동 인근 대로변 및 가게들으 모습 ⓒ스카이데일리
오식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군산조선소가 최근에서야 폐쇄 결정을 내렸지만 근로자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다 빠져나간 상태다”며 “불과 몇 개월 사이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고, 우리 역시 월세만 간신히 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룸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임대문의’라는 표지판이나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건물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식도동 내 위치한 A부동산 대표는 “상가의 경우 권리금도 안 받고 처분하려는 점주들이 많지만 수요가 없어서 아무리 싼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원룸의 경우 현재 40% 가량이 공실인 상태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까지 40만원선(최저)을 유지했던 오식도동 원룸 월세는 현재 20~30만원대 까지 하락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원룸 수요가 줄면서 원룸을 운영하는 건물주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었다.
고경남 오식도원룸협의회장은 스카이데일리의 취재 요청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어려운데 일부 세입자들이 공실을 핑계로 임대가를 더욱 내리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최대한 언론 보도를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식도원룸협의회는 오식도동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건물주들이 구성한 단체다.
지역경제 40% 차지 현대重 군산조선소 및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폐·축소’ 결정에 암담
군산상공회의소 및 군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준공된 군산조선소는 부지면적만 총 181만㎡(54만평)에 달한다. 130만톤 도크 1개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165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을 갖췄다. 조선소 건설 및 인프라 조성, 투자 등에 투입된 자금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5년 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수출액은 36억달러로 전북수출 8.9%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유발 효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4월 기준 사내·외 1·2차 협력사를 포함해 86개 업체 약 5300명이 종사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준 협력업체는 59개, 근로자는 3396명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대비 각각 31%, 36% 가량 급감한 수치다.

▲ 자료: 군산상공회의소 ⓒ스카이데일리
현재 조선소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만약 상반기 조선소 폐쇄가 현실화 되면 나머지 근로자 또한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경제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사업 축소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군산시 지역경제 악화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에어백 등 일부 부품 문제로 올뉴 크루즈 생산을 잠정 중단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향후 공장 가동률이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기여 등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노동조합과 가진 올해 첫 미래발전위원회에서 군산공장에서 생산중인 다목적차량(MPV) 올란도 생산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캡티바 후속 모델인 대형SUV 에퀴녹스도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 판매로 변경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계획한 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크루즈’ 차종만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근로자 수 감소는 물론 하청업체 줄도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지엠 공산공장은 군산조선소와 함께 군산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산맥 중 하나인 점을 감안했을 때, 공장 가동률 축소가 군산 지역경제 악화로 이어진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대규모 실업자 양산 가능성은 지역경제 악화의 시발점으로 꼽히고 있기까지 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수출액 7달러로 전북지역 수출액의 6%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지엠의 고용인원은 꾸준히 감소추세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근로자수는 지난 2014년 3100여명을 기록한 이후 2015년 2300명으로 1년새 800여명 감소했다. 지난해 말 근로자수는 2210명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일감이 없어서 교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산공장 근로자는 “물량 감소로 일주일에 2일 정도밖에 일을 못한다”며 “공장 가동률이 50% 정도로 낮아져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에퀴녹스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지엠이 출시할 차량을 수입판매로 돌리려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남은 일감마저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출시 예정인 친환경차 ‘볼트(EREV)’와 전기차 ‘볼트EV’를 수입·판매 할 계획이다. 지난해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며 물량부족 현상까지 빚었던 인기차종 임팔라, 카마로 등도 수입·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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