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8년 착공해 2010년 준공한 군산조선소에는 130만톤급 도크 1개와 골리앗크레인 1650톤급이 있다. 도크의 경우 25만톤큽 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 부지면적은 181만㎡(약 54만평)이며 공장은 5개동 19만1000㎡(약 5만7000평) 규모다. 투자금액만 1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 중단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을 공식화했다. 이에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아 신규물량 배정을 요청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 집 앞에서 릴레이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찾아가 조선소 폐쇄 수순으로 흉흉해진 군산의 민심을 현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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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술렁이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중단 수순에 돌입한데 이어 지난달 20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가동중단 입장을 공식화 하기에 이르렀다. 군산조선소에서 일감을 얻어 운영되던 협력업체와 함께 군산시 전체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있는 골리앗크레인 전경 ⓒ스카이데일리
[전북 군산=이성은 기자] ‘군산조선소 폐쇄하면 군산경제 다 망한다’
군산시청 앞 도로에 걸린 현대중공업 관련 플래카드의 문구는 현재 군산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군산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 군산시 기독교연합회 환경연합, 군산시 어린이집연합회 등 다양한 단체가 명시돼 있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이하·군산조선소)가 위치한 군산2국가산업단지 안에 들어서자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길가에 걸어놓은 플래카드들이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체가 현대중공업 폐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군산시 산업 근로자 24% 차지하던 군산 조선업…가계소비 600억원 날리나
▲ 현재 군산시에는 많은 곳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관련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플래카드 내용은 ‘군산경제 다 망한다’, ‘우리 가족을 지켜주세요’ 등의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간절한 호소문 등이 담긴 내용이 담겨있다. 군산시민들과 관련 업체들이 극도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군산시에 따르면 군산조선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군산조선소로 인한 고용유발효과는 6000명에서 6500명으로 추산된다. 인건비로 1년에 1975억원이 지급되는데, 이는 군산시 전체 인건비의 약 30%에 해당한다. 이들이 소비규모는 약 600억원으로 추계된다.
산업별로는 군산조선소와 관련 조선업종의 근로자 수(6300여명)가 군산시 전체(2만6000여명)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별로 봐도 군산시 전체 1120개 업체 중 151개 업체를 조선업 관련 기업들이 차지해 13.4%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지방세 납부는 63억원, 생산유발 효과는 2조2000억원, 수출실적은 7억800만달러(약 8500억원) 등에 이른다. 이중 수출의 경우 전북 전체 수출실적(79억5200만달러)의 8.9%를 차지하며, 군산시 전체 수출(36억4700만달러)의 19.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군산조선소에는 지난해 폐쇄설이 돌기 시작하면서 협력업체와 인력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기준 군산조선소의 인력현황을 보면 협력업체(86개사) 포함 총 근로자 수는 5250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에는 협력사(66개사) 포함 3899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 여파로 군산조선소의 사내외 협력사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에 걸쳐 작업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분기 이후부터 대량 실직이 추가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군산조선소 문제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협력업체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대표 강모 씨가 군산시 성산면 철새조망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자료 : 군산시청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강 씨는 물류회사를 이끌어오면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물량을 운송해 왔다. 이 회사의 물량 중 절반 정도가 군산조선소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지난 2015년 거래를 이어오던 한 철강업체의 부도로 수억원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다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폐쇄설이 나온 뒤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신산테크의 최재식 전무이사는 피해 규모를 묻는 기자에게 “피부적으로 와 닿는 건 말도 못한다”며 “직원 수도 과거 150여명에서 현재 70여명으로 줄었고 이번 달 안으로 30여명으로 또 줄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지금 조선 분야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예정 여파는 다른 산업까지 번져나가고 있었다. 김성윤(41)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전북본부장은 “올해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기업들이 많이 사라지면 정부자금도 덜 내려오고 연구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약 16건의 연구가 진행 중인데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올해와 내년이 문제다”고 걱정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은 도크가 1개 밖에 없기 때문에 문을 닫아 버리면 아예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현대중공업 입장도 있지만 지역 형편을 고려해줬으면 하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숨 짓는 상인들…“소비인구 줄어 경제 무너진다는 말 과장 아닌 현실”
조선소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군산 지역에 미치게 될 경제적 영향은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군산 시민 중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들은 지역 상인들이다. 롯데마트 군산점 이면도로는 군산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 군산에서 가장 번화하다고 알려진 롯데마트 군산점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점의 상인들은 “군산조선소 폐쇄가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상인들은 조선소 유니폼을 입고 찾아오던 손님들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스카이데일리
이곳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민웅(29) 육회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실히 유동인구가 줄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전국적으로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군산이 다른 지역보다 심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해산물 포장마차 새벽시장 군산점 박정진(32) 사장은 “우리 집은 손님 연령층이 높은 편이라 군산조선소 폐쇄의 영향이 크다”며 “한 번씩 공단 내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회식도 덜하고 드물게 찾아온다”고 전했다.
서동범(48) 안경매니저 사장은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인력을 남겨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될지 의문”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가동 유지를 해 준다면 2~3년 후에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까지 따지면 영향은 실로 크다”며 “소비인구 자체가 크게 줄어들텐데 경제가 무너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대권주자 방문에 협력업체 관계자 반색…이재명 “2~3년 내 수주가뭄 해소 대비를”
기자가 방문한 지난 1일에는 마침 산업단지 내 위치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역본부에서 ‘조선업 협력업체와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를 위해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관계자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방문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대한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시장은 특히 이날 정부의 지원과 조선소 가동 유지를 요구했다.

▲ 한국산업단지 공단 전북지역본부에서 열린 ‘조선업 협력업체와 함께하는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방문했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 시장에게 조선소 폐쇄로 인해 군산이 처하고 있는 어려움들을 토로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시장은 “한국의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고 세계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며 “빠르면 1년, 늦어도 2~3년 내 수주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선박 경기가 호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을 하고 있다”며 가동 중단을 반대했다.
이어 이 시장은 정부의 지원에 대해 “정부에서 공공용선들을 조기발주하는 형식으로 지원하면서 군산조선소를 계속 가동하도록 유도한다면 정부·현대중공업·군산시 3자가 모두 윈윈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 시장은 간담회를 통해 가동 유지를 주장하면서 군산조선소를 최소한의 운용 인력만 남긴 채 폐쇄한다면 나중에 재가동을 할 때 더욱 어려워 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나중에 수주가 정상화 될 때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력들이) 다 가버리면 나중에 복귀할 때도 결국 늦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군산시청 관계자 A씨 역시 기술 인력 단절에 대해 우려를 했다. A씨는 “조선소를 떠나는 인력을 대상으로 직업 소개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조선업과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알려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관계자 B씨는 “우리 회사 같은 경우 특수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에 대학 다니며 근무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다”며 “과거 직원이 가장 많을 때는 15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30여명만 남아 있다. 젊은 인력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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