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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 주주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배임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고등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형사소송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에 대해 민사소송에서는 불법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과 같다. 이건희 회장의 상고 포기는 최근 진행중인 이맹희 씨와의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맹희 씨는 삼성에버랜드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일부가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만 패소할 경우에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 경우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금산분리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삼성특검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해당 주식을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금산분리와 얽혀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 가능성이 보이는 이맹희 씨의 소송에 대해 스카이데일리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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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 주식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가의 큰 형 이맹희씨(좌)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우) (사진=뉴시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서 배임이 있었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포기와 관련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2006년 4월 제일모직 주주 3명은 이건희 회장 등 당시 제일모직 전현직 이사와 감사를 대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포기에 따라 회사에 입힌 피해액 13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에버랜드의 주주였던 제일모직은 1996년 에버랜드가 주당 7700원에 발행한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했다.
제일모직 등 에버랜드 주주들이 포기한 물량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인수했는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줌으로써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사건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삼성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강정민 연구원은 스카이데일리와 만나 “삼성전자 주총 소송을 비롯해 다양한 삼성 관련 소송을 진행했지만 삼성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은 사건은 없었다”며 “특히 이건희 회장 관련 소송은 중간에 그만둔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상고 포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저가 발행하고 이재용 사장이 이를 인수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것을 일부 인정한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 2008년 동일한 사건을 조사한 삼성특검은 제일모직 주주들에 대한 배임 여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자료: 경제개혁연대 ⓒ스카이데일리
상고를 포기한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이건희 회장의 친형 이맹희 씨와의 소송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맹희 씨와의 소송은 삼성특검까지 얽혀 있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위법성 논란의 불씨가 될 소지가 있는데, 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맹희 대 이건희 소송이 삼성특검 기억 되살려
이건희 회장의 형인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올 2월 제기했다.
이맹희 씨 측은 이병철 회장 사망 이후 이건희 회장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상속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삼성가 상속소송 - 상속재산의 실체와 소송효과’에서 “상속소송의 대상인 삼성생명 주식 등이 모두 상속재산은 아니며 최소한 일부 비자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소송 전반에 대해 분석했다.
▲ 자료: 경제개혁연대 ⓒ스카이데일리
이에 따르면 이맹희 씨 소송의 시작은 사실상 삼성 특검의 영향이 크다.
삼성의 비자금을 조사한 삼성특검은 임직원 차명계좌에 있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의 실소유주가 이건희 회장임을 밝혀냈으나, 이 주식들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비자금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건희 회장의 형인 이맹희 씨 역시 상속인의 한사람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결국 비자금 수사에서 삼성에 우호적이었던 특검의 판단이 이맹희 씨 소송의 시작이 된 셈이다.
채 정책위원은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으로 본 삼성특검의 수사결과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삼성특검 수사결과 나온 이건희 회장 보유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1997년 말 삼성생명 지분의 51.75%이며 전량 상속재산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고 이병철 회장의 사망시점인 1987년 삼성생명의 지분은 신세계가 29%, 제일제당이 23%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지분율은 48%에 불과하다. 지분율이 100%를 넘을 수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의 수사를 받을 당시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이번 소송에서는 자신이 별도로 사둔 주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자금에 대한 특검의 수사는 이미 종결됐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대한 배임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이맹희 씨와의 소송에서 패할 경우 경영권을 직접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맹희 씨 소송, 금산분리까지 얽혀 삼성 지배구조 영향
삼성그룹은 이재용 사장이 삼성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그리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등을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맹희 씨가 승소해 삼성생명의 주식을 가져갈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복잡한 삼성의 지배구조에는 금산분리까지 얽혀 있다.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에 삼성생명의 주식 반환을 요구했는데, 양측 모두에 승소할 경우 삼성생명 지분 약 10.8%를 가지게 된다.
이 경우 여전히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해 삼성생명과 나아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 자료: 각사 사업보고서 종합. 2012년 3월 현재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에버랜드에 패소하고 이건희 회장만을 대상으로 승소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 중 5% 가량이 이맹희 씨에 넘어가며, 이 경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19%가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게 될 경우 삼성생명이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문제시된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지 않도록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을 처분해 이건희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지분율을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현행 금산분리법이 삼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금산분리 강화나 순환출자 금지 입법이 삼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가늠케 한다.
이맹희 씨와의 소송 이후 지분율 변화는 미미할 수 있으나 금산분리 강화나 순환출자 금지 입법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 삼성의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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