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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가 이사장에 올라 있는 일우재단은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로부터 증여 받은 토지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토지의 최초 소유주는 한진그룹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차명 땅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진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공익재단을 이용해 막대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시현한 사실이 포착돼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토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명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해당 공익재단 이사장은 그룹총수인 조양호 회장의 아내이자 한진그룹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이명희 씨가 역임하고 있다.
31일 재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땅투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체는 바로 ‘일우재단(구·21세기한국연구재단)’이다. 일우재단은 지난 1991년 2월 한진그룹이 사회공헌활동을 목적으로 3억원의 현금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내·외 장학사업 ▲학술연구 지원사업 ▲언론인 해외연구 지원사업 ▲문화 및 복지사업 등이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995년 5월부터 2002년 4월까지 7년간 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1년간의 공백 기간을 거쳐 지난 2003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약 6여년간 또 다시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재단은 지난 2009년 8월 기존 21세기한국연구재단에서 지금의 일우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씨가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어 사실상 한진그룹 오너일가 소유의 공익재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소유 부지, 의문의 인물 거쳐 오너일가 공익재단 소유로 탈바꿈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인근 총 6필지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임야·대지 등의 용도로 설정돼 있는 재단 소유 필지는 총 1만4970㎡(약 4536.3평)에 달했다.
▲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인근 총 6필지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재단 소유 필지는 총 1만4970㎡(약 4536.3평)으로 현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한진그룹 종합연수원, 신갈배구단체육관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전경 ⓒ스카이데일리
일우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6필지는 ▲하갈동 71-2번지(152㎡) ▲하갈동 71-4번지(3734㎡) ▲하갈동 71-9번지(6047㎡) ▲하갈동 71-10번지(322㎡) ▲하갈동 71-12번지(2253㎡) ▲하갈동 71-13번지(2462㎡) 등이다.
이들 필지는 당초 한진그룹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소유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8년 7월 ▲하갈동 71-4번지 ▲하갈동 71-9번지 ▲하갈동 71-10번지 ▲하갈동71-12번지 ▲하갈동 71-13번지 등 5필지를 매입한데 이어 1983년 4월 하갈동 71-2번지 땅을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재단이 설립되던 1991년 대한항공은 돌연 해당 필지를 전부 매각했다. 매수자는 이모 씨와 송모 씨였다. 이들 두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일우재단 설립 불과 10개월여 만에 일이었다. 그로부터 약 5년여 후인 1996년 5월 대한항공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두 사람은 일우재단의 전신인 21세기한국연구재단에 해당 토지를 전부 증여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소유 땅이 두 명의 개인을 거쳐 오너 일가 소유 공익재단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사회 통념상 대기업 산하 공익재단의 경우 오너 일가가 이사장까지 역임할 경우 사실상 재단은 오너 개인 소유나 마찬가지로 인식돼 왔다. 계열사 소유 토지가 중간 거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오너 소유로 넘어간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거래 중간 과정에 개입한 두 명의 개인에 대해서도 의혹 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대리인 혹은 오너 일가의 측근이 아니냐는 주장, 소위 말하는 ‘차명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한진그룹이나 오너 일가와 밀접한 인물이 아니라면 제 값을 치르고 매입한 토지를 공익재단에 ‘증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진그룹 안주인 공익재단, 증여 받은 9억원대 땅 현재 시세 80~100억원 달해
▲ 자료: 등기부등본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해당 토지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 공익재단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후 시세가 몰라보게 뛰었다는 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증여 방식으로 취득한 토지가 오너 일가 소유 공익재단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게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일우재단이 해당 부지를 증여받은 지난 1996년 5월 ㎡(제곱미터) 당 개별공시지가는 ▲71-2번지 21만3000원 ▲71-4번지 19만1000원 ▲71-9번지 1만9400원 ▲71-10번지 1만9700원 ▲71-12번지 1만9400원 ▲71-13번지 2만원 등이다. 이를 감안한 해당 토지들의 총 시세는 9억6217만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기준 ㎡ 당 개별공시지가는 ▲71-2번지 75만4400원 ▲71-4번지 71만6600원 ▲71-9번지 11만1900원 ▲71-10번지 71만6600원 ▲71-12번지 71만6000원 ▲71-13번지 71만6600원 등으로 각각 상승했다. 공시지가를 감안한 해당 필지들의 총 시세는 70억7527만원에 달했다.
이명희 이사장이 이끄는 일우재단은 증여받은 6개 필지를 통해 약 6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시현한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는 어디까지나 공시지가일 뿐 실거래가를 감안한 시세차익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하갈동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하갈동 일대 토지는 경매나 매물 등이 없는 편이라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주변 거래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현재 하갈동 일대 시세는 일반적으로 공시지가 보다 120~150% 가량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하갈동 일대 실거래가는 ㎡ 당 80~100만원 가량이다. 재단 소유 6필지 실거래가 총합은 약 85~1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진그룹 안팎에서 사회공헌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재단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사실상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며 ‘차명 땅투기’ 운운하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공터로 방치된 땅 2000평 육박 불구 한진그룹 측 “임대수익으로 재단활동”
▲ 일우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주변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는 필지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하갈동 일대 토지는 총 22필지, 4만9864㎡(약 1만5083평) 규모다. 해당 지역에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선영(사진)도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한진그룹 측은 공익재단을 통한 차명 땅투기 논란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우재단이 땅이나 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는 하갈동 일대에는 대한항공 연수원, 한진그룹 연수원 등이 위치해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재단 소유의 필지에 연수원을 운영하면서 건물 임대료 등을 재단 측에 지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재단이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을 상대로 임대수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며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 시세는 당연히 오르기 마련인데 이를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필지 중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는 곳들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하갈동 71-9번지는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필지임에도 불구하고 방치된 상태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공시지가를 감안한 해당 필지 규모는 6047㎡(약 1829평)에 달했다.
일우재단 소유 토지 주변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한 필지 등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하갈동 일대 토지는 총 22필지, 4만9864㎡(약 1만5083평) 규모다. 지난해 5월 기준 개별공시지가를 감안한 해당 토지의 총 시세는 368억931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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