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작품’ 다시보는 갑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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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작품’ 다시보는 갑질정치

스카이데일리 칼럼

조문식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3 00:02:01

▲ 조문식 선임부장 겸 정치사회부장

# 최근 만난 한 카드사 임원은 문재인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카드수수료 인하가 일부 소상공인들의 혜택을 위한 것이라면 통신비 인하는 5000만명을 위한 정책인데 (통신사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카드사들에게만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최근 만난 한 이통업계 임원은 정규직 정책에 대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주문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선 회사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실 고객 유지·관리 등에 필요한 정책이어서 시행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지시가 아닌 경영상 필요해 시행한다는 의미다.

# 최근 만난 야권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대안 없는 모순투성이 정책들이 난무한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야당에서 여당이 된 후 내놓는 정책들은 보수정권 공약과 비교할 때 선명성이나 현실 적용 가능성 등이 낫지 않다”고 평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꼬집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을에서 갑이 된 인사들이 부쩍 늘었다. 당사자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정지하고 공무용 전화를 사용한다’며 윤리적 측면을 제시하거나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다’고 현실성을 강조한다. 말속에 ‘윤리적 측면을 중시하고 갑질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새로운 형태의 갑질이 진행 중이다. 먼저 카드수수료 건은 ‘인하’를 위해 금융 당국이 칼을 들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의심케 한다. 이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무디스는 ‘수수료 인하로 한국 신용카드사가 받을 부정적 신용 영향’ 보고서에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예상했다.

자영업자 계급을 살려 지지층을 굳히려는 정책일까. 그 재원은 카드업계가 수천억원의 적자로 고스란히 맞게 되니 역차별이라는 지적과 불평이 나올 만도 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보가 이상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한정된 국가 예산만으로 정책들을 펼쳐야 하기에 길을 알고 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서민을 위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성장, 동반성장, 창업 선도 혁신성장 등 듣기 좋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리지갑 직장인들 월급에만 기댈 수 없으니 좀 더 가진 사람들을 직접 대상에 올리겠다는 논리다.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추가 조치가 나올 경우 한국 금융권 전체 신용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챙기고, 정규직화에 앞장서는 것도 보자. 무턱대고 기업에 재갈을 물리고 압박에 들어가면 각 기업들은 눈치 보기 모드로 넘어가게 된다. 비공식적으로는 직원 채용 이후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긴축경영과 대외 행보 축소로 방향을 틀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 둔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공무원 증원과 시급 1만원 정책은 어떤가. 혜택을 받을 여지가 있는 특정 계층은 지지하겠다. 특히 대중에게 ‘우린 여러분을 위해 이런 좋을 일을 한다’는 광고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누군가 더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는 내부적으로 백두혈통식 순혈주의를 주창하는 현 정권 속 가짜 진보세력의 포퓰리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조문식 ch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