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용산역 민자역사 준공과 함께 ‘스페이스9’이란 이름의 집단상가로 출범한 현대아이파크몰(이하·아이파크몰)은 만 13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호남선 열차와 지하철1호선이 정차하는 역 특성상 출범 초반 용산전자상가의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제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 현대아이파크몰이 운영을 맡고 있는 쇼핑몰은 지하 3층, 지상 9층, 연면적 24만110㎡(약 7만2633평) 등의 규모다. 아이파크백화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CGV, 이마트 등이 한데 모여 있다. 단일 쇼핑몰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을 능가하는 규모다. 지난 2007년 6월 국내 최초로 쇼핑몰 운영 등에 대한 ISO 국제인증을 받았다.
新사업갈증 정몽규 유통사업 전초기지…리뉴얼·증축에 상인들 “속상한 마음 뿐”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현대아이파크몰은 쇼핑몰 운영과정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갑(甲)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컴퓨터주변기기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은 “최근 재계약이 이뤄졌는데 사인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현대아이파크몰이 리뉴얼 등의 이유를 대며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거의 읍소하다시피 재계약을 부탁해 간신히 2019년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재계약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정관 내용’이었다. 상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추가된 내용에는 ‘계약만료기간은 2019년이지만 현대아이파크몰 측이 원할 땐 언제든 매장을 비우는데 동의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상인들은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현대아이파크몰의 의중에 따라 꼼짝없이 매장을 옮겨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컴퓨터주변기기 매장 상인은 “결국 현대아이파크몰의 의중에 따라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놓였지만 조금이라도 장사를 더 하자는 마음으로 일단은 참고 도장은 찍었다”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휴대폰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예전처럼 컴퓨터를 사거나 휴대폰을 사기 위해 용산을 찾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며 “그래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렵사리 가게를 운영해 나가고 있는데, 시한부 날짜를 받아 놓은 것처럼 장사를 해야 한다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녹음기·MP3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아무리 용산이 예전 같지 않아 졌다지만 우리 같은 업종은 쇼핑몰이 아닌 단독 매장으로 운영하기에는 애로가 많다”면서 가게를 옮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선 용산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전자상가 쪽을 알아보려고 마음만 먹은 상태다”며 “여러 전자상가들이 겪고 있을 똑같은 문제지만 용산전자상가도 예전과 같은 명맥을 잃은 상태인데 이곳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계약만료 기간 일괄 적용에 ‘계획적 내쫓기’ 의혹…현대아이파크몰 “매장개편의 일환”
현대아이파크몰 신설 당시인 2004년, 19년 장기운영을 보장받은 터줏대감 상인들도 이웃한 상가들이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눈치였다. 일부 상인들은 애초부터 디지털전문관이 이 같은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전자매장의 색채를 지우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장기운영 사업권을 보유했다는 상인은 “당초 서관 대부분을 차지했던 디지털전문관의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한 시점은 아이파크백화점 리빙관이 들어서면서 부터다”며 “동관 중에서도 건물 전면부에 해당하는 곳에 가구 등을 판매하는 시설이 들어서면서 전자매장의 성격이 점차 희석되고 유입 인구 또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상인이 언급한 악기매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영창뮤직을 인수해 영위하는 매장을 일컫는 것이었다. 대형 서점의 경우 지난 8월 말 철수해 텅 빈 채 방치된 상태였다. 당초 대교가 운영하던 일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향후 교보문고 입점을 앞두고 재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장기계약 상인은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이곳에 옮겨 온 뒤부터 경영진들이 낙후된 상가를 정리하고 화려한 복합쇼핑몰을 주문했다고 하더라”면서 “최근에는 전자매장들을 정리한 뒤 면세점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과 의심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면세점 확장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상인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에 맞춘 개편이었을 뿐이다”며 상인들의 지적이 확대해석이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만료와 함께 퇴점이 진행되는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면 “쇼핑공간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고나 꾀하는 일종의 MD(Merchandiser·상품계획전문가)개편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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