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악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당 시장을 선도하던 두 기업 삼익악기와 영창뮤직의 경영 성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요인 이외에도 삼익악기의 무리한 다각화, 영창뮤직의 막무가내 식 지원 등 해당 기업 오너의 경영 방식 또한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삼익악기 본사(왼쪽)와 영창뮤직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악기시장의 투톱체제를 구축해 온 삼익악기와 영창뮤직(구·영창악기)의 동반 하락 현상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두 기업의 부진을 두고 “경영판단을 맡고 있는 오너의 결단이 아쉽다”는 공통된 평가들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악기시장은 10년 넘게 침체 현상을 겪고 있다. 악기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피아노 판매량만 보더라도 1992년에는 삼익악기·영창뮤직을 합쳐 약 18만대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3000대를 겨우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주 소비층인 학생 인구의 감소, 내수경기침체, 국내 악기시장 포화 등이 원인이었다. 또 프리미엄 시장은 유럽 제품에 밀리고, 저가 시장은 중국산 제품에 치이면서 마땅히 설 자리를 잃은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통의 삼익악기, 수년간 실적 하락에 교육·면세사업 사업다각화 결단 ‘그러나’
▲ 삼익악기의 오너 김종섭(사진) 회장은 영어교육, 면세사업 등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래 영위하던 사업과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실적 또한 면세 사업부의 적자 기록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삼익악기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악기시장의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익악기의 오너 김종섭 회장이 선택한 방법은 사업다각화였다. 김 회장은 주력인 악기사업과는 거리가 먼 교육, 면세사업 등에 문을 두드리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삼익악기는 2014년 말 KT의 계열사 KT OIC를 인수해 교육 사업에 진출했다. KT OIC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러닝 기반 영어 학습 콘텐츠 개발 및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가운데 중소기업 몫으로 배정된 3곳 중 한 곳의 운영권을 따냈고, 약 5개월여 후인 12월 문을 열었다. 현재 삼익악기 면세점에서는 향수·화장품 등이 판매되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공교롭게도 삼익악기가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 한 후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 단적으로 실적이 그랬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자를 유지했던 삼익악기의 실적(개별)이 올해는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7억의 흑자를 기록한 삼익악기는 올 3분기(누적) 적자 규모만 16억원을 나타냈다.
삼익악기 안팎에서는 현재 삼익악기 실적 부진의 이유로 면세점 사업 등 신규사업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꼽고 있다. 삼익악기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놨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영업이익이 떨어진 주된 요인은 면세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1분기부터 시작해 해당 사업부가 현재까지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다소 주춤거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익악기가 올해 들어 적자전환한 이유가 면세점 진출 때문이라면 결국 실적 부진의 책임은 면세점 진출을 결정한 경영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신사업은 최고경영자 혹은 오너의 판단 하에서 실시되므로 김종섭 회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회장님 왜 이러시나요”…클래식매니아 정몽규, 휘청이는 악기사업에 무차별 퍼주기
▲ 남다른 클래식 사랑으로 소문이 자자한 정몽규(사진)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영창뮤직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계열사인 영창뮤직의 실적부진이 지속됨에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 ‘부실계열사 지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너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무분별한 지원을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뉴시스]
삼익악기와 함께 국내 악기시장의 투톱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영창악기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수년 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영창악기를 인수한 것 자체가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화살은 인수를 결정한 정몽규 회장을 향하고 있다.
금감원 및 영창뮤직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6년 620억원 가량을 투입해 현재 영창뮤직의 전신인 영창악기의 지분 63%를 사들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영창악기의 경영을 맡았고, 우선적으로 사명을 지금의 영창뮤직으로 바꿨다.
당시 현대산업개발 안팎에서는 영창뮤직의 인수를 두고 오너인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많았다. 오랜 기간 정 회장은 ‘클래식 매니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클래식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 회장은 포니정 재단을 통해 음악꿈나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매 년 ‘영창뮤직콩쿠르’도 개최하고 있다. 과거 해외 유명 음악가를 초청해 음악콘서트를 매 달 열기도 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정 회장이 남다른 의지를 갖고 인수한 영창뮤직은 줄곧 현대산업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적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의 실적(개별)만 보더라도 단 한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적자 규모는 △2014년 98억원 △2015년 109억원 △2016년 9월 120억원 등이었다.
정 회장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영창뮤직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동산 매입·유상증자·회사채 매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퍼부었다. 이는 ‘무분별한 퍼주기’ 논란을 불러 온 배경이 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너의 취미 때문에 회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무분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영창뮤직은 오너인 정몽규 회장의 남다른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의 적자 규모를 보전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창뮤직 인수를 단행한 정 회장의 결정이 유독 아쉽게 다가오는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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