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한국에서 경마나 경륜, 경정은 보고 즐기는 스포츠라기보다 베팅을 전제로 한 사행성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 중 순수하게 스포츠를 관람만 하고 베팅을 하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을 지경이다. 하지만 관람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경마와 경륜, 경정이다. 최근에는 모터보트들이 물살을 가르며 속도를 겨루는 경정을 찾아 미사리 경정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독특한 룰과 속도감, 물위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레이스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정은 2002년 처음 시작해 어느새 10년이 넘은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경정 경기장을 찾은 입장객은 모두 338만명이다. 일일 평균 약 4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경륜이 600만명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물에서 경기가 펼쳐져 추운 겨울에 입장객이 줄어드는 계절 요인 등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미사리 경기장 한 곳에서만 경정을 즐길 수 있다는 제한도 아쉽긴 하다. 그러나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미사리에서 펼쳐지는 경정에 경제력이 있는 은퇴전후의 중장년 남성들이 몰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사리는 한동안 수많은 라이브 카페들이 성업하면서 이른바 ‘카페 줌마’들이 북적이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 자취가 온데간데 없을 정도가 됐다. 대신 그 자리에 경정의 매력에 빠진 중장년 남성들이 ‘베팅열전’에도 빠져들었다. 모터보트의 역동적인 엔진음이 인상적인 미사리 경정장을 스카이데일리가 다녀왔다. 
|
▲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의 경주, 경정을 즐기러 미사리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사리 경정장 주변 약도(위)와 열띤 경주를 벌이고 있는 선수들(아래)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부릉부릉’하는 엔진소리에 긴장감이 서서히 올라온다. 자동차 엔진의 굉음과는 또 다르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들이 질주를 시작하면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과 배가 한몸이 돼 물위를 질주하는 모습이 짜릿한 흥분감을 전해준다.
새로운 대중스포츠로 성장해가고 있는 경정의 매력에 빠져 매주 미사리에 있는 경정장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마나 경륜과는 다른 경정만의 시원한 매력에 사로잡힌 것이다.
미사리에서 열리는 짜릿한 경정의 세계
모터보트들이 속도를 겨루는 경정은 한국에서 단 1곳, 미사리 경정장에서만 볼 수 있다. 경마나 경륜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경정사업을 관리한다.
미사리 경정장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하루에 각 15회씩 경주가 열린다. 1월 한달간은 경기가 없고 올해는 2월 셋째주에 시즌이 개막됐다. 총 46주 89일간 1335회의 경주가 열리는 것이다.
▲ 경정은 총 6대의 배가 1800m를 달리며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다. 사진은 배들이 대기하는 계류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경정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한 시합과 다음 시합 사이의 시간은 불과 25분으로, 하루에 15회를 소화해 내려면 쉴새없이 경주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정은 한바퀴 600m의 코스를 세 바퀴 돌아 총 1800m를 달려 순위를 정한다.
길이 3m가 채 되지 않는 모터보트는 30마력의 출력으로 최고속력 75km 가량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한 차례의 경주가 순식간에 끝난다.
한 번에 6척의 배가 경주를 하는 경정은 플라잉 스타트라는 독특한 출발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출발선상에 나란히 정지해 있다가 일제히 출발하는 일반적인 경주방식과 달리 출발선 뒤에서 미리 속도를 내 달리다가 출발선을 일정 시간 안에 통과하는 방식이다.
▲ 경정경기의 승부는 코너에서 갈린다. 물살을 가르며 코너를 공략하는 선수들 ⓒ스카이데일리
출발시계가 0초를 가리키기 전에 출발선을 통과하면 사전출발의 반칙을, 1.5초가 넘은 후에 출발선을 통과하면 출발지체라는 반칙을 범하게 되는 플라잉 스타트로 인해 엔진 스타트 후 가속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욱 박진감있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경기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야외 관람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면 이런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관람동 2층 실내 관람석은 경기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경기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쉽게 알 수 있다.
관람동 내에 있는 식당과 매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경기장에서는 규정에 따라 베팅도 가능하다.
▲ 야외 관객석에서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도 있고, 2층 관람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스카이데일리
경마나 경륜과 마찬가지로 단승, 복승, 쌍승 등의 방법으로 베팅을 할 수 있으며 각 방식에 따른 배당액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규정에 따라 1인 1회 최대 10만원까지 베팅을 할 수 있다. 경정 사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대배당률은 2006년 삼복승식에서 나온 3395.9배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년 남성 방문객은 “누가 이길지 맞추기가 경마보다 어렵다”며 “시원하고 보는 재미도 쏠쏠해 매주 경정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정장을 찾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높고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가 평일 낮시간에 열린다는 점 때문에 은퇴자들의 비중이 높아 보였다. 경제력 있는 은퇴자들이 주중에 즐기는 취미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점이다.
2002년 건립된 경정장 지난해 338만명 방문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에 있는 미사리 경정공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당시 조정과 카누 경기를 치르기 위해 만든 곳이다.
전체 넓이가 132만9933㎡(약 40만평)에 달하는 경정공원에는 경정과 조정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길이 2212m, 폭 140m, 평균수심 3m 크기의 호수가 마련돼 있다.
▲ 경기장 곳곳에 배당률을 알리는 전광판을 찾아볼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경기장 한쪽 끝 300m 가량이 경정 경기장으로 쓰이며, 반대편에는 조정경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2011년 MBC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출전한 조정경기도 바로 이곳 미사리 경기장에서 열렸다.
하남 종합운동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미사리 경정장 주변에는 까페촌도 늘어서 있고 경정공원 내에 다양한 체육시설이 구비돼 있어 레포츠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정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정장 입장인원은 338만명에 달했다. 일일 평균 약 4만명 정도가 경정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경륜장 입장인원수가 600만명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계절 요인 등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물에서 하는 스포츠라 겨울에는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계절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정장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경정이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리 경기장은 하남시에 위치해 있지만 서울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잠실에서 20여분, 암사나 천호에서는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상일동역에서 미사리 경기장을 오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정사업본부는 잠실과 암사, 상일 등지로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잠실역의 경우 롯데마트 앞에서 버스를 타면 미사리 경기장으로 쉽게 다닐 수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