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수준 부상투혼 딛고 야구 마니아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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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부상투혼 딛고 야구 마니아 됐죠”
②글로벌 도시 꿈꾸는 용산공무원 동호회를 찾아-야구

천유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12-23 21:48:28

한 직장 내 직원들이 모여 함께 운동하면서 한 가족처럼 호형호제하며 격의 없이 지낸다. 서울시 용산구청 직장인 야구단 ‘피닉스’는 2010년 12월에 창단, 이제 갓 2년을 넘긴 초보야구단이지만 야구할 때만큼은 오랜 가족 같다. 이들은 단순한 공무원 스포츠 모임에 그치지 않는다. 야구라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민원인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불사조라는 의미의 피닉스는 죽지 않는 새처럼 펄펄 날듯 운동을 잘 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지어졌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모였다. 창단 초기 야구의 기초적인 룰조차 모르는 이들이 모여 시작됐지만 지금은 서울시장 대회 등에서 2승이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아직은 만족할만한 성적이 아니기는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패기만큼은 다른 어느 팀 부럽지 않다는 피닉스야구단. 경기를 할 야구장을 섭외하느라 애를 태우면서도 늘 야구할 시간만을 기다린다는 용산구청 직원 야구동호회를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 용산구청 직장인 야구단 피닉스의 2010년 창단식 모습. <사진자료=동호회 제공>

“신나게 공 던지고 치면서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버립니다”

서울시 용산구청 직장인 야구단 피닉스(회장·나학균 교육지원과장)는 지난 2010년 12월 구청 직원 60여명이 모여 창단됐다. 당시 KBS 2TV의 방송 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시작하게 됐다.

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허철 주무관(세무2과)은 “야구는 단체운동인 만큼 회원들 간에 화합이 중요하다. 그만큼 단합이 잘 된다는 얘기다. 그냥 직장에서 만나는 사이면 깍듯이 상관으로 모셨겠지만 동호회 안에서는 서로 형님, 동생하며 편하게 지낸다”며 팀내 분위기를 전했다.

허 주무관은 또 “답답한 사무실에서만 지내다가 운동장에 가면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수 있어 야구할 때만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 자매도시인 제주도 서귀포시청 야구동호회원들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그러나 창단 초기에는 야구의 기초적인 룰도 몰라 헤매고 우왕좌왕하는 회원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동호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수비를 하면서 공을 빠트리는 일은 다반사였고 공격중 플라이아웃을 당했는데도 주자가 달려 아웃당하는 등 웃지 못할 황당한 상황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 공을 몸에 맞거나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날아오는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큰 부상을 당한 회원이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잇따랐다.

허 감독은 “지금은 꾸준한 연습과 훌륭한 코치진 덕분에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며 “현재 전 국가대표 포수 출신인 김성덕 코치를 영입하면서 회원들 타격자세 등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 서울시장 대회서 감격의 첫 승리

▲ 한해를 무사히 보내고 동호회의 단합을 바라는 시구제를 3월에 개최했다.

용산구청 야구단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장배 야구대회에 첫 출전, 관악구청에게 2대 14로 콜드패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10월에 열린 대회에서는 서울의료원과의 경기에서 17대 15로 이겨 감격의 첫승리를 맛봤다.

허 감독은 “첫 승리할 때의 기쁨이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한 느낌이었다”고 그 당시의 흥분감을 전했다.

주로 토요일에 모여 연습이나 경기를 한다. 한달에 두 번꼴로 다른 팀과 경기일정이 잡히는데 친선을 위해 같은 관공서팀인 복지부, 농림수산부 등이나 등록된 효창리그 소속팀들과 경기를 한다.

하지만 자체연습을 하는 인근 남정초등학교 운동장이 좁아 제대로 된 타격연습은 못하고 수비위주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야구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 전문 코치 영입으로 선수들의 실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야구단 이민수 총무(청소행정과)는 “최근 사회야구단이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야구장 대여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 총무는 “축구나 농구 등은 경기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 야구단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야구장 대여로 경쟁률 뚫기가 만만치 않고 대여료도 비싸다”고 밝혔다.

야구는 글러브, 공, 배트 등 챙겨야 할 장비가 많고 대여료도 2시간 사용에 25만원 정도, 야간 경기때는 조명비용이 추가돼 30만원정도 소요된다.

이 총무는 “구청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회원들 회비로는 경기장 대여료, 장비 구입, 단체보험가입 등에도 부족하지만 전체 회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기에 나오는 회원들이 갹출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창단부터 회원인 용산구의회 권용하 의원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선수 많은 것도 고민

허철 감독은 출전선수 정할 때가 가장 고민이란다.

▲ 용산구청 안 한 구석에 마련된 타격연습실.

보통 직장인 야구단 회원수는 15명에서 20명 정도인 반면 피닉스는 60명이다. 경기에 출전할 선수는 제한돼 있고 인원은 많아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가 큰 숙제다. 그래서 당일 날 참가한 선수들을 돌아가며 출전시키다 보니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허 감독은 설명한다.

김성렬 단장(전 문화체육과)은 “그러나 용산구청 야구단은 선배가 이끌어 주고 후배는 따르며 하나가 돼 똘똘 뭉쳐 있다”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서울시장배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무원들의 동아리는 단순히 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야구장 신설에 관한 민원이 들어 왔을 때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적극 검토하는 등 민원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천유정 기자 you888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