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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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기는 각별하고 유별나다. 못살던 시절에는 이른바 소 팔고 땅 팔아 자식을 대처(도시)로 보내며 유학을 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그 혜택을 받은 부모들은 다시 대학진학에 목숨을 걸고 있고 그 보다 젊은 부모들은 태아부터 영어교육을 시킬 정도가 됐다. ‘대학스펙’에 인생을 건 한국만의 전형적인 문화다. 하지만 대학이 전부가 아닌 ‘교육의 유턴’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자아와 꿈 그리고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문이 열리고 있다. 그 중심에 마이스터고가 있다. 사진은 전국 유일의 뉴미디어콘텐츠(IT) 마이스터를 표방한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전경. ⓒ스카이데일리
한국의 학부모들은 전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방 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의 부모들은 재산목록 1호였던 소를 팔아 학비를 대는 경우가 흔했다. 나아가 자식교육을 위해서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팔지 않아 목숨과도 같았던 논과 밭(땅)도 거침없이 팔아치웠었다.
그 자식들이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를 전후한 중장년층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은 대학교육을 받은 이들의 머리와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덕택은 흔한 말로 논·땅(밭) 팔고 소 팔은 덕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은전을 받은 중장년 세대들은 또다시 대를 이은 전쟁을 치르기라도 하듯 ‘대학진학’에 오롯이 목숨을 걸었다.
어느새 우리의 교육은 대학을 목숨 걸고 들어가는 것이 지상명령인 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학이 출세의 지름길이면서 삶의 전부가 됐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학교는 마치 입시학원으로 변질됐다. 날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젊은 부모들에게 대학은 대를 이은 인생의 자존심 싸움장 같이 돼 버렸다. 학생들의 자아와 꿈은 무시된 지 오래됐다.
하지만 ‘교육의 유턴’이 시작됐다. 대학에 목숨을 걸던 한 시대의 조류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여전히 대학은 ‘인생의 등용문’으로 변함이 없지만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하는 지상목표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학진학도 꿈을 이루는 한 가지 방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마이스터고’가 있다.
산업(기업)의 수요를 맞춰 ‘마이스터’(Meister)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마이스터고의 살아있는 목표다. 마이스터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굳이 번역한다면 거장(巨匠), 명장(名匠). 대가(大家), 명인(名人) 등이다. 이른바 장인(匠人) 정신으로 똘똘 뭉친 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의 근간을 이룬다.
이를 피부에 닿게 표현하면 일단 대학진학은 포기하고 취업에 목표를 두는 학교다. 언뜻 7080세대들이 다녔던 상고와 공고 등 실업계 고등학교가 떠오르면 일단 틀리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학교보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인재가 더 많이 몰렸고 취업도 훨씬 잘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연합고사’ 성적 상위권 학생은 대부분은 실업계 학생들의 차지였다. 당시 유명한 상고 출신들은 기업과 은행에 취업해 큰 기여를 하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마이스터고가 과거의 실업계 고등학교와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다. 못살던 시절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부모와 가정을 위한 ‘생계형 인재’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자아와 꿈을 이루기 위한 ‘자발적 인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전국에서 21개 학교로 첫 문을 연 마이스터고는 지금 현재 35개 학교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3곳의 학교가 추가로 문을 열어 38개 학교가 된다. 2010년에 문을 연 학교들은 내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거의 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취업의 질도 명문대 코스처럼 ‘대기업 명문’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는 산업체(기업)와 학교가 상호 맞춤형 인력수요를 조율해가면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기술명장으로 바로 기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게는 대단히 유용한 인재 채용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마이스터고는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등과 같이 ‘특목고’로 분류돼 있다. 마이스터고는 다른 특목고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변질된 것과는 달리 실업계 전문학교로 정 반대의 자리에서 명문의 입지를 굳혔다. 대단히 성공적인 학교교육의 유턴이다.
스카이데일리도 강남의 명문학교를 연재하던 중 비록 강남에 소재하지고 않고 대학입시 과정이 없지만 서울에 소재한 3곳의 마이스터고 중 한 곳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를 기획탐방 형식으로 취재·보도했다. 큰 반응이 없을 것 같았던 이 기사는 의외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학교는 KT, SK C&C, 서울테크노파크, 한국디지털기업협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체에 필요한 현장형 교육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120명 첫 졸업생 전원의 학생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에 취업하는 것이 확정적이다.
미림 마이스터고 전체 학생들은 3년간 학비가 전액 면제될 뿐만 아니라 기숙사를 제공받고 장학금 혜택까지 주어진다. 실무중심의 외국어 교육과 해외연수기회도 있다. 대학을 온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대학진학도 가능하다. 취업한 회사가 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했다면 실무경력 3년 후 대학에 특별전형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취업후 3년, 학위취득 4년의 인생설계를 할 수 있다.
다른 마이스터고들도 대부분 조건은 유사하다. 이처럼 실무형 인재를 우선하는 마이스터고를 학생들이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 특히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하위권의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진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적당한 대학을 나와 청년백수가 되느니 마이스터고를 통한 ‘조기 사회진출’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원에 있는 수원하이텍고(구·팔당공고)의 경우도 지난 2010년 마이스터고로 변신하면서 인기학교로 급변했다. 인근의 삼성전자 협력업체 등과 취업약정을 맺으면서 명문기업 코스로 인식되자 과거의 안 좋은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이스터고는 이제 내신 우수자들은 물론 특정 분야의 기술인력 스펙을 갖춘 인재들까지 몰려들면서 입학조차 어려운 학교가 돼가고 있다. 서울만 해도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서울로봇고, 수도전기공고 등의 3개학교 내년 입학경쟁률이 2.5대 1을 보였다.
마이스터고는 현재 뉴미디어, 바이오, 자동차, 반도체, 로봇, 전자, 기계, 에너지, 통신, 조선, 항공, 철강, 해양 등의 분야로 나뉘어진 학교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특기나 취향에 따라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많다는 뜻이다. 마이스터고는 이처럼 우리의 학교교육에 새 바람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과제다. 학교별 특성화 교육에 더욱 만전을 기해 교육의 퀄러티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자칫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영향 때문에 교육과정이 부실해 지면 ‘열등생들의 학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대학교육이 중요한 것은 분명 맞지만 기술교육이 또 하나의 축으로 나라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는 점은 더 중요하다. 국가의 중요한 기술인재들을 마이스터고들이 해내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스카이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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