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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정희 작가

“신화로 치부된 고조선 역사 세상에 알리죠”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에 의해 새로 쓰인 역사…고대사학계 반란표

남승진기자(nnssjj123@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8-21 0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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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지식인 장 밥티스트 레지 신부가 쓴 고조선·고구려의 기록을 발견한 유정희(사진)(남·37) 작가는 이를 해제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유정희 작가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리는 흔히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경 건국됐다고 배웠지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는 고조선의 건국이 200~300년 정도 이후였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한 주류 사학계가 사료 삼국유사를 무리하게 부정하며 기원전 7세기경 고조선 종족이 존재했고 국가는 기원전 5세기경 건국됐다고 주장하고 있죠” 
  
역사학자 출신의 작가 유정희(남·37) 씨는 미국 리버럴 알츠 대학교 중 하나인 미드웨스턴 주립대학에서 국제학, 경북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했고 서울 고려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동양 고대역사를 전공했다. 
 
300년 전 프랑스 지식인이 제공한 고조선 역사의 귀중한 단초  
 
역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그는 이전 연구자들이 만든 큰 틀을 깨뜨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특정대학 중심의 주류 고대사학계가 지닌 폐쇄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내 고대사학계가 폐쇄성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고대사의 사료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선학이 해놓은 연구의 큰 틀과 다른 주장을 하기 힘든 경직된 분위기도 한 몫 하죠. 그러다 보니 큰 틀은 그대로 두고 ‘가지치기’에 머무는 경향이 있어요” 
 
국학역사학자들의 저서와 궤를 같이 하는 레지 신부의 기록 
 
“초등학생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들은 전부 섭렵했어요. 메소포타미아·이집트·황하 등의 문명학 공부에 열중했어요.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해 낸 ‘장 프랑수와 샹폴리옹’ 같은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죠. 어렸을 때는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어 공부하기 힘들었지만 중고교 시절 각 문명들에 대한 번역본이 조금씩 국내에 소개되면서 좀 더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레 우리랑 가깝고 문화적으로 접근이 쉬운 중국 황하문명 쪽에 관심을 갖게 됐죠”
 
▲ 레지 신부가 쓴 책에 따르면 고조선은 과거 중국 고대왕조들과 전쟁을 치를 정도로 상당한 강국이었다. 특히 이 책은 근대 이전 작성된 단군조선 사료 중 유일한 기록이므로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게 유정희(사진) 작가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
  
전공에 남다른 열의를 보인 그는 미국 거주 당시 한 대학도서관에서 우연히 프랑스 지식인 장 밥티스트 레지 신부가 쓴 책을 발견했다. 1735년 레지 신부가 쓴 글이 포함된 ‘Description géographique, historique, chronologique, politique, et physique de l'empire de la Chine et de la Tartarie Chinoise’에는 중국의 이웃나라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본래 세계 각지에서 포교 활동을 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보내온 편지를 엮은 책인‘Lettres édifiantes et curieuses’의 내용 중 중국과 인근 지역에 대한 내용만을 추려 따로 묶은 모음집이다. 이중 레지 신부가 쓴 부분은 당시 조선왕조의 기원인 고조선·고구려의 역사였다. 이 책에 따르면 고조선은 중국 역대 고대왕조와 당당히 전쟁을 치를 정도로 국가체제가 완비된 국가였다. 
 
“동양 고대역사를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조선에도 관심을 가졌었죠. 레지 신부 기록을 보니 매우 신기했죠. 한국인에게 가장 오래된 국가인 고조선이 주로 국내에서 신화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조선에 관련된 정치·군사 기록이 있어 신기했죠” 
 
유 씨는 철저히 중화사상에 입각해 쓰인 레지 신부의 저서에 국내 역사학자들도 몰랐던 고조선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책은 근대 이전에 작성된 고조선 사료 중 희귀하게 역사적 실재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본래 유럽에서 지리학·과학 등을 연구하던 레지 신부는 중국에 와서 청 강희제의 명을 받아 청나라와 그 인접 지역의 지도인 황여전람도를 제작했죠. 이 과정에서 레지 신부는 조선에 대한 지리조사와 함께 조선왕조의 기원·역사에 대한 기록도 남겼죠” 
 
“무엇보다 놀랐던 사실은 레지 신부의 글이 20세기 초 김교헌·유근 등 독립운동가이자 ‘국학역사학자’들의 저서인 신단민사(神檀民史)·신단실기(神檀實記) 등의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었어요. 때문에 저는 이 책을 국내에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해제를 시작했죠”
 
▲ 유정희 작가는 레지 신부의 저서가 당시 중화사상에 입각해 쓴 책임에도 20세기 독립운동가이자 국학역사학자인 김교헌·유근 등이 저술한 신단민사(神檀民史)·신단실기(神檀實記) 등의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아 사료로써 더욱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스카이데일리
  
국학역사학자들과 같은 내용을 다룬 점에서도…학계 검토 필요
 
300여 년 전 레지 신부가 책에 쓴 내용과 100여 년 전 국학역사학자들이 저술한 기록들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대해 유 씨는 의문을 가졌다. 고심하던 유 씨는 레지 신부와 이들 국학역사학자들이 동일한 서적을 참고했을 것이라는 추측했다. 
 
“레지 신부와 국학역사학자들이 쓴 저서 내용이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아마 300년 전부터 이러한 ‘대고조선’에 대한 고서가 중국에서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이들은 200년이라는 시차가 있기에 서로 만날 수 없었고 20세기 초반 격변기에 불어는 물론 영어도 잘 못하는 독립운동가들이 유럽에 있는 자료를 읽었을 리도 만무하죠”
 
“신단민사 등 우리측 기록이 레지의 기록보다 훨씬 세밀하고 자세해요. 이는 국학역사학자들이 레지의 기록을 보았다기보다 300년 전 레지 신부와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같은 고서를 참고했다는 증거죠” 
 
“학계에서는 레지 신부의 사료를 아는 사람이 소장학자는 물론 원로학자들 중에서도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학계에서 이 사료를 본 학자가 소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국내 역사학계의 특성상 이전 연구자들의 통설과 크게 배치되는 새로운 사료를 제시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는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사료를 크게 부각시키고 학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승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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