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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관광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려 1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갑을 꽁꽁 닫았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나아가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할 매력적인 관광상품 혹은 프로그램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려면 자연경관이나 역사적 유물이 풍부해야 유리하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 각지의 유명관광지나 관광상품 등을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들이 여럿 존재한다. 서해안의 배경을 품은 충청남도 태안도 그 중 하나다. 할매·할배바위로 유명한 꽃지와 천리포수목원을 품은 태안(泰安)은 서울에서 150km 가량 떨어진데다 인근의 서산과 당진, 홍성 등에 가려 그동안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던 곳이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곳곳에 터널이 뚫리면서 이젠 당일치기도 가능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태안에는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불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사구, 전국에서 가장 긴 해안을 지닌 몽산포 등 숨은 명소도 즐비하다. 스카이데일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할 만한 ‘한국의 숨은 관광지(관광상품)’를 주제로 5편에 걸쳐 보도한다. 이번 주는 시리즈의 세 번째로 마애불과 금강송, 푸른 바다와 일몰이 아름다운 해안 국립공원 충청남도 태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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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양한 장점을 지닌 만큼 아픔도 많았다. ‘편안한 땅’이라는 의미의 이름과 달리 조선시대 초기까지만 해도 왜구의 수탈이 이어지던 땅이었다. 고려시대에는 수군이 주둔했으며 조선시대 효종 때는 안흥성이 축조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 태안은 이름에 걸맞은 지역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훌륭한 자연경관과 유적지가 곳곳에 자리한 태안은 그동안 주변 지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태안에는 기이한 형태의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 할매·할배 바위를 비롯해 ‘안면송’으로 불리는 굵은 ‘적송(붉은색 소나무, 赤松)’이 해안가를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북제의 양식을 닮은 불상을 비롯해, 거대한 모래언덕인 사구, 길쭉한 해안선이 일품인 몽산포도 등도 태안의 자랑거리다.
태안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태을암, 그리고 마애불
‘태을암(太乙庵)’은 태안의 진산인 백화산 아래 있는 아담한 사찰이다. 그동안 유명한 명찰이 아니다보니 대부분 지나쳐가곤 했는데 사실 이곳에는 우리가 꼭 봐야만 될 문화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백제의 미소’라고 하면 서산의 마애불을 떠올리지만 이곳에도 ‘백제의 미소’가 있다.
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서산마애불’과 ‘마애삼존불’ 등이 그 주인공이다. 보물 24호인 서산의 마애불은 지그시 내려 보며 은은한 미소를 띠는 표정이 일품이다.
반면에 태을암 뒤쪽에 있는 마애삼존불은 국보 제307호로 서산 마애불과 달리 중앙의 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불상을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이 불상은 조각 기법이 단순하고 제작년대가 6세기로 추정돼 백제 최초의 마애불로 평가된다. 한 때는 마애불 부처의 눈과 귀가 아들을 낳거나 병을 낫게 하는 데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몇몇 사람들이 돌을 갈아 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을암에선 태안 읍내의 전경도 한눈에 감상 가능하다. 마애불 맞은편에 있는 바둑바위에는 ‘태을동천(太乙洞天)’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때문에 이곳이 태을신앙의 근원지라고 보는 이도 있다. 태을암과 백화산은 태안 1경으로 어수룩해질 무렵의 저녁 풍경도 일품이다.
▶Tip : 태안읍내의 전경은 백화산 정상이나 태을암 주차장 뒤쪽에서 바라보는 게 가장 좋다.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자랑하는 몽산포해수욕장과 안면송 군락지
이곳은 깨끗한 백사장에 끝없이 펼쳐진 소나무밭이 아름다워 태안8경 중 7경으로 꼽힌다. 해안가 주변으론 일명 ‘안면송’으로 불리는 굵은 적송(赤松)이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해준다. 이 소나무 군락지는 무려 66만㎡로 저녁이면 향긋한 솔향이 마음의 근심을 말끔히 씻어준다.
몽산포에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사설야영장,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자연관찰로와 탐방지원센터, 갯벌체험장 등이 있다. 따라서 사전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와 모종삽, 소금, 헤드랜턴 등만 있으면 백사장으로 나가 얼마든지 조개를 캘 수 있다.
▶Tip : 몽산포오토캐핑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만큼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20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으며 샤워장과 화장실, 세면대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거대한 안면송과 야생화의 천국 안면도자연휴양림
서해안에 자라는 굵은 소나무인 안면송의 우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안면도자연휴양림은 1992년 개장했다. 이곳의 안면송은 수명이 100년 이상 된 것들로 경복궁을 지을 때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이곳 소나무의 채취를 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휴양림은 안면송 군락지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 내부에는 산림전시관, 산림수목원, 숲속교실과 같은 자연학습장을 비롯해 숲속의 집, 잔디광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산림전시관은 목재의 생산 과정과 용도, 수목의 효용가치 등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목공예체험을 신청할 경우 나뭇가지들을 이용해 문패나 이름표 등을 만들 수 있다.
길 건너 휴양림 맞은편에 자리한 안면수목원은 한국전통 정원을 비롯해 생태습지원, 철쪽원, 자생수원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안면도에 자생하는 나무와 꽃들의 천국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이 선물하는 생명의 물결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Tip : 여행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숲속의 집은 사전에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휴양림 내에서는 취사행위가 금지된다.
자연이 만든 최고의 신비한 공간 ‘신두리 사구(砂丘)’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 사구(砂丘)’는 원북면 신두리에 있는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신두리 사구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있는 사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길이는 3.4㎞, 폭은 0.5∼1.3㎞에 달한다. 사구는 연안의 해저에서 운반된 모래가 파도에 밀려와 모래펄을 만들면 그 모래를 바람이 실어 나르면서 만들어진다.
사구를 처음 가본 사람은 누구나 바다가 아닌 사막에 위에 서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신두리 사구 앞에는 해안가를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조성돼 있다. 이른 아침 해무가 가득할 때 사구를 찾는다면 뿌연 안개 속에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는 통보리사초와 갯그령 같은 식물을 비롯해 표범장지뱀과 금개구리 같은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tip: 사구는 모래언덕이라 걷다보면 신발 내부로 모래가 들어가곤 한다. 발목을 감싸주는 등산화나 장화를 준비하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사구 내부로는 차량이 출입하지 못하며 식수를 구할 곳도 없으니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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