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삼성전자, 권력형 독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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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의존도 위험수위 넘어…계열분리 등 포트폴리오 시급해

스카이 비평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2-25 15:33:30

▲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그룹의 모함(母艦) 삼성전자의 성장세를 보면 ‘파죽지세’(破竹之勢)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맹렬한 기세다.

이 회사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이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1% 증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에서도 최고치다. 이에 따라 연간 순이익은 1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는 회사가 없는 것을 감안해 보면 삼성전자는 그룹의 기관차에 다름 아니다.

삼성전자는 또 올 전체 매출에서 160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약 260조원대의 그룹 전체 매출에 무려 6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셈이다. 또 올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14조원대로 예상되고 있어 그룹 전체 24조원(추정)의 58%를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나 당기순이익을 봐서도 삼성전자는 그룹의 확고부동한 리더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룡기업으로 성장한데는 몇몇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한 덕분이다. 우선 삼성전자 TV 부문은 지난 2006년 이후 세계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절대강자의 자리에 올라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마켓쉐어 22%다. 지난달만 해도 570만대를 팔아 1초당 2대 꼴로 파는 기염을 토했다.

TV와 양대 축을 형성하는 반도체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패권을 쥐고 있다. 올 한해 D램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체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만 보면 3분기의 경우 글로벌 마켓쉐어 45%를 차지했을 정도로 2위 하이닉스와 차이가 커 절대적인 글로벌 최강자의 위치에 있다.

TV, 반도체와 함께 삼각 축을 만들어 낸 삼성의 스마트폰도 지난 3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달해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전체시장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파죽지세는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동부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해 내년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내놨다. 목표주가도 129만원에 달한다.

동부증권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5조7000억원과 20조5000억원을 달성, 올해 보다 각각 13.7%와 32.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예측이 맞다면 내년 국가경제가 3%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삼성전자의 초고속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 아닌가.

삼성전자는 이처럼 그룹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공룡기업이 됐다. 삼성전자가 없는 삼성그룹을 생각할 수 없고 삼성그룹이 없는 대한민국은 또한 생각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양 날개를 이루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음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 소속 12월 결산 상장법인 8개의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기준 순이익이 올해 18조47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에프앤가이드 집계)되고 있다. 또 매출액은 198조9373억원, 영업이익은 18조2551억원으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두 개 그룹만의 매출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는 1조145억달러(약 1150조원)를 기록했었다.

이뿐인가. 이들 두기업의 상징성은 다른 상장 주요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대비되는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상징성은 의미심장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순이익규모는 중소기업(상장회사) 500여 곳보다 무려 6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대상 중소기업은 근로자 300인 미만, 자본금 80억원 이하 527곳으로 같은 기간 순이익이 8385억원이었다.

이들 상장 중소기업의 순이익을 20개 상위 대기업 전체규모인 17조2379억원과 비교하면 5% 수준으로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집단까지 이끌어 가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서 나아가 국내 전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력과 장악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으로 잘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파죽지세로 잘 나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위험을 맞을 환경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거함일수록 한번 흔들리면 더 크게 흔들리는 것은 기업의 변천사가 웅변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구조가 계속 심화될 경우 한국경제 자체가 위험에 빠질 환경에 진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인이든 국가든 부를 축적하고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을 다변화하기에 늦었다. 삼성이라는 기관차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돼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외형을 굳이 줄여서도 안 된다. 그럴 이유도 없다. 자칫 인위적인 포트폴리오를 짤 경우 경제전반이 휘청거릴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낭보는 그래서 당장은 좋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낭보일 수 없다. 기업은 크든 작은 반드시 외풍을 타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기업이 철저히 ‘을’의 입장인 정치적 변수와 외교적 변수에서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하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모든 기업의 피할 수 없는 기본적인 생리환경이다.

기업은 잘 나갈수록 적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고, 결국 이는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하지만 지나친 독불장군일 경우에는 이 조차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가 지금 그런 독보적 위치에 있고, 내년에는 더욱 확고하게 ‘권력적 위상’까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세는 10을 넘지 못한다는 권불십년(權不十年)은 정치에서나 흔하게 통용되는 말이지만 기업도 권력에 줄을 대거나 지나친 독과점에 이를 경우 이런 평범한 진리에 따라 생과 사가 갈린다.

아무도 거론하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계열분리나 경영권 분리 등이 시급히 논의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카이 비평 기자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