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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반려인 위한 IP카메라 해킹에 취약…엿보기 범죄 속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1인 가구 비율 상승에 발맞춰 1인 가구의 반려동물 양육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발표한 ‘한 눈에 보는 서울 2017’에 따르면 전체 서울 인구의 30.1%가 1인 가구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 가운데 19.1%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의 반려동물 양육이 늘면서 집에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제품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IP카메라와 위치추적 제품 등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찰용 IP카메라가 대부분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P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면 쉽게 해킹이 가능하고 각도를 조절하거나 화면을 확대해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IP카메라의 취약점을 악용한 범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 반려동물 사이트의 회원정보와 IP카메라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는 지난 9월 ‘펫츠뷰’라는 반려동물 커뮤니티 사이트를 해킹해 회원 개인정보를 빼내고 이들의 IP카메라에 접속해 사생활을 훔쳐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에 따르면 웹프로그래머인 A씨는 관련지식을 이용, 펫츠뷰 사이트를 해킹해 데이터베이스를 파헤쳐 1만5800명의 회원정보는 물론 1만2200개 IP카메라 관련 개인정보를 빼냈다. 카메라 264대에 몰래 접속해 사용자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일부 영상은 컴퓨터에 저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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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펫츠뷰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IP카메라가 해킹당한 이후 이를 악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다른 회원의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기 시작하다 올해 9월 전체 회원 정보를 모두 빼내는 대담한 범죄 행위를 시도했다.
A씨는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IP카메라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사실과 사용자들이 카메라 보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 여성의 IP 카메라를 엿보는 행각을 벌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 측은 “그동안 각종 IP카메라를 해킹한 사건은 있었지만 반려동물 감시용 카메라를 노리다 적발된 사례는 처음이다”며 “A씨가 해킹을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판매하거나 저장한 영상을 음란물 사이트에 유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회원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펫츠뷰는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올리고 오는 12월 31일자로 사이트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펫츠뷰에 따르면 서버에 등록된 구형 카메라 정보와 신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펫츠뷰 측은 “펫 커뮤니티를 꿈꾸며 사이트를 론칭한 지 5년이 지났다”며 “많은 반려동물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9월 한 해커가 서버를 해킹해 고객의 귀중한 개인 정보를 빼갔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형 카메라 사용자들은 회원을 탈퇴하고 신형 카메라 사용자들은 카메라의 비밀번호를 변경해 사용하면 된다”며 “하지만 서버의 취약함이 발견된 펫츠뷰 서버는 2018년 12월 31일자로 폐쇄하고 펫츠뷰 카메라 사업도 종료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IP카메라 초기설정, 보안에 취약…암호 변경·업데이트 등 지속 관리해야”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IP카메라에 기본적으로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어야 하는데 제조사들은 대부분 그런 조치 없이 초기 설정만 갖춘 채 판매하고 있다”며 “구입하는 사람들 역시 기본설정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IP주소와 비밀번호만 알면 쉽게 해킹이 가능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IP카메라를 통한 해킹 위험이 부각되면서 해킹방지 프로그램을 내장한 IP카메라도 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기본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형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IP카메라 자체가 보안 능력이 뛰어나지 않고 값도 싸다 보니 해킹에 굉장히 취약하다”며 “특히 IP카메라는 인터넷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초기 설정을 유지할 경우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용자들이 구입 이후 보안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해킹 피해를 당할 우려가 높다”며 “패스워드를 자주 바꾸거나 특수문자를 넣는 등의 방식만으로도 간단한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IP카메라 해킹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사이버침해대응 민관합동 협의회’를 열고 IP카메라를 비롯한 IoT 제품들이 해킹에 악용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알리는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불법으로 영상이 노출된 IP카메라 보유자들에게 노출 사실과 조치방안을 통지해 추가 피해 근절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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