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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김정일 유훈에 의한 통치구조다. 최근 공개된 김정일 유훈의 핵심목표는 국제사회(유엔 안보리)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이다. 북한은 최근 남측 대통령을 공개 비난(사진, 뉴시스 제휴)하는 등 생존을 위한 호전적 성향을 더욱 강하게 보이고 있다.
북한이 끝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조짐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에 연이어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도 핵실험이 이뤄지면 로켓 발사에어 바로 핵실험이라는 2단계의 로드맵의 반복패턴이 동일하다.
북한이 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핵무기 개발에서 나아가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가고 있음을 공개 홍보하는 태도다. 지금까지 발사해 온 로켓들의 성능이 조금씩 개량되면서 사거리가 늘어난 것에 비례해 보면 반드시 탄두중량을 조정한 핵무기 폭파실험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토록 국제사회의 온갖 압박과 경제제재 속에서도 대륙간탄도탄 핵무기를 고집하는데 는 당연히 ‘생존의 사투’라고 하는데 이의를 달 수 없다. 외관상 호전적 성향을 띤 핵무기 개발이지만 공격용이라기 보다는 일단 방어적 개념의 생존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정일이 남긴 ‘10·8 유훈’의 내용 일부를 보면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배경이 잘 나타나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훈 내용은 탈북자 출신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이 북한 최고위층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훈의 첫 머리에는 ‘선군사상을 끝까지 고수할 것. 국방에 소홀하면 대국의 노예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 군사력을 최고의 생존가치로 여긴다는 내용이다. 대국은 특정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해석될 만한 유훈내용이 담겼다.
김정일은 유훈에서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깝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라고 지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일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의 동의와 협조를 집요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김정일의 약점을 이용해 끝까지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증대라는 잇속만을 챙긴 채 죽기 직전까지 후계구도를 인정하지 않는 냉정한 자세를 견지했다.
선군사상을 위한 전략으로 유훈은 핵무기를 들었다. 김정일은 ‘핵,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게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유언했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김정일은 분명히 적시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쏜 후 즉각적으로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미사일도 왜 거리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 유훈은 엄정히 밝히고 있다. 김정일은 ‘미국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 미국의 영향력 약화해야’ 등을 언급했다.
심리적 대결은 북한의 평상시 전술적 태도로 보아 다름 아닌 ‘기싸움’이다. 적당한 협상 보다는 벼랑끝 전술로 임해야 한다는 의지다. 미국의 묵인 내지 동조만 있으면 국제사회의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는 내용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북한이 끝없이 통미봉남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은밀한 독대를 한 밑그림이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이 같은 유훈을 현재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다.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고 이를 보좌하는 군부세력 중 걸출한 리더십을 갖은 1인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일 유언’은 현 김정은 체제의 ‘국정 지상목표’이면서 ‘북한의 헌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자간 협의체인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은 자신들을 방해하는 회의가 아니라 디딤돌로 삼으려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합의한 대로 오는 6월부터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따라 일정 차질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김정일은 유훈에서 ‘6자회담을 우리의 핵을 인정하고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제 제재를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한다. 6자회담을 잘 이용해야’ 등의 유훈이 곁들여져 있다.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 이외의 나라와는 전혀 다른 속셈이다.
이 모든 내용을 하나의 단어로 언더라인을 친다면 ‘생존’이다. 북한은 그만큼 지금 체제를 유지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사생결단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에게는 더 이상 후퇴할 곳도 비빌 언덕도 없다. 가장 든든한 우방인 중국도 믿지 말라는 유언은 그래서 북한의 고립상황을 그대로 웅변한다.
이런 북한을 상대하는 남한의 대북전략은 사사건건 대응하는 것 보다는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임해야 한다. 김정일이 마지막 유훈에서 ‘김씨 가문에 의한 조국 통일이 종국적 목표’라고 한 것은 이처럼 ‘핵생존 능력’을 확보한 뒤 가야할 중장기 목표다.
결국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가 국제사회의 공식 인정을 받게 되는 날에 대비한 대북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한은 그것이 이뤄지는 날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핵실험과 로켓실험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지라도 북한의 핵무기가 인도와 같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묵인과 동조를 얻으면 우리는 그야말로 ‘대책없는 안보위기의 나라’로 전락한다.
군사력에서 즉각 비대칭 전력으로 떨어지는 순간 미국의 핵우산도 전혀 의미 없게 된다. 남·북간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이는 곧 주변국이 암묵적으로 벌이는 큰 게임의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소위 정치·경제적 우방이라고 하는 국가들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장기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핵무기가 김정일의 목표대로 합법적 지위를 갖게 되는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면 정말 섬칫한 일이다. 그 수순의 이면에 미·중·일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존성을 담보한 핵무기 보유 명분이다. 이스라엘(미·영 묵인)에 대항해 이란이, 인도(미·중 묵인)에 대항해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안보리의 이상한 잣대가 아니라 바로 생존의 잣대상 당연했다.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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