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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합법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 수순을 밟는 와중에도 통일부는 구태의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사진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뉴시스 제휴>
북한의 대남 협박발언이 나날이 호전적이고 원색적이다. 이 같은 북한의 ‘막말 공세’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즈음 발언 수위는 한층 지나치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의 대북정책 기조가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오히려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갈지 자’ 걸음걸이를 하고 있어 답답하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우리 쪽 대통령을 ‘쥐XX’라고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최근 조평통은 “두목 쥐XX든 졸개 쥐XX든 다 때려잡아 치울 것”이라고 위협했다. 누가 봐도 유치하지만 북한은 거침없이 해댄다. 하지만 북한의 발언 수위 보다는 그 배경을 찬찬히 살펴야 한다.
이 같은 원색적인 협박 발언이 겉으로는 청와대의 북한 비하발언이 있은 후 나오는 모양을 갖추기는 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 토론회에서 “북한체제의 본질은 정치집단임과 동시에 종교집단인 신정(神政) 세습체제”라며 “김정은은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세습지도자인 동시에 주체사상이라고도 하는 김일성교(敎)의 교주이자 제사장”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앞서서도 ‘이명박 역적무리’, ‘서울 한복판을 날려버릴 특별행동조치’, ‘무서운 파멸적 후과’, ‘무자비하고 섬멸적인 타격’, ‘단호히 징벌’, ‘발악적인 몸부림’ 등의 과격한 용어를 마구 써댔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북한의 대립각이 날카롭게 세워줬다고 봐야 한다. 더불어 숨겨진 의도가 합법적 핵보유국의 수순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마당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입장이 강경하고 엄정하게 정립됐다고 보인다. 하지만 대북기조를 정하고 이를 실무적으로 총괄·지휘하는 통일부는 여전히 어정쩡하하다. 강경기조도 아니고 유화기조도 아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한 애매한 행보를 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최근의 남·북간 긴장 상태를 감안한 입장표명을 하기는 했지만 왠지 김 빠진 맥주 같은 맹탕 발언이었다. 류 장관은 이른바 ‘대북 유연화 조치’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당분간 유보’라는 말을 했다. 종잡기 힘든 모호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재론하지만 북한의 대남 강경책은 나름대로 계산된 정치적 수순이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체제유지(핵보유국 지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대남 수위가 앞으로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섣부른 유연화 완화 내지 유보 등으로 북한의 정치 로드맵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면 너무나 순진하다.
북한의 기본 노선이 핵무기를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으로 보유하는데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키를 미국이 쥐면서 통미봉남을 통한 북·미간 독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다. 도무지 북·미간에 어떤 거래가 은밀히 이뤄졌는지 또는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강경 행보를 하는 배경에 대한 정보파악이 안 돼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철저히 힘의 논리로 생존성을 담보해 가고 있는 북한을 향해 통일부 장관이 ‘낮잠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그래서 한심스럽다.
우리가 북한 수뇌부의 생각이나 정책을 적극적으로 리드해 가는 방식은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태도로는 안 된다. 대북강경 기조를 가든지 아니면 확실한 유화정책을 취하든지 둘 중 하나를 확실히 골라야 한다. 강경책을 가고자 한다면 중국과의 단독협상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든지 해야 한다.
류우익 장관은 최근 또 소신이 불분명한 얘기를 했다. 그는 “도를 넘는 비난과 협박을 해온데 대해 즉각 대응하기 보다는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에두른 표현을 했다. 나아가 류 장관은 “경계심을 갖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상황을 합리적으로 지켜보는 노력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간 긴장관계는 우리가 더욱 시급한 사안이 됐다. 엄정한 대북관리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미·중·일 등 주변 강국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국익을 계산한 행동이 나와에 함에도 그것이 보이질 않는다.
단순한 대북간 평면적 사고방식으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다. 차라리 무식한 강경책을 통해 주변 강국과 협상할 카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핵무기의 합법적 지위를 보장받으려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길이다.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공식적으로 갖는 순간 우리는 미군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남한의 모든 국방정책과 무기들이 비대칭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미국의 핵우산 조차 무력해질 상황이 온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스카이 비평’을 통해 언급했다. 우리도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보유는 물론 합법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기 위한 외교적 대책과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할 다급한 상황이다.
류 장관은 이런 말도 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바른길로 나와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했다. 일국의 장관이 미국 조차 핵타격이 가능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에 대해 이런 식의 도덕 교과서 같은 초등학생 수준의 얘기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물론 고의적으로 별 의미 없는 정치적인 발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부 장관이 수사적 발언이나 할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알리고 소통해 나가면서 북한을 관리해야 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장관이 이에 대한 솔직하고도 명쾌한 언급이 없다면 남한의 대북관련 정책은 그야말로 대책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빈약하다고 해서 유화적인 제스처가 통한다고 하면 오산이다. 강·온 양면을 동시에 구사하되 지금은 강경대응을 통해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 실제로 현실화 되는 극단의 시나리오도 짜야 한다. 이를 통해 안보를 우리의 손으로 지킬 수 있는 수정된 대북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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