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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대담집 책을 전격 발간해 또다시 ‘안 신드롬’이 불고 있다. 그의 책이 다른 대권후보들에 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철수 생각이 철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장점만을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인상까지 주기에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예기치 못한 ‘치명적 독’을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사진=뉴시스>
그림자 내지 숨은 그림 찾기 행보로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안철수의 대선행보’가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 돌발적으로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누가 봐도 ‘대선카드’를 공개적으로 던진 것이지만 여전히 분명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림자 행보의 피날레를 날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세론’의 유일한 양자대결 대항마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안철수의 생각’(이하·안의 생각)이란 책은 그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오히려 헛갈리게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안의 생각’은 마구 남발하는 공약이라기 보다는 국가를 ‘이렇게 경영해 보겠습니다’라는 선언적 성격이 짙다. 따라서 책에는 ‘안의 생각’ 이전에 ‘안의 철학’ 내지 ‘안의 사유’와 ‘안의 고민’ 등이 더 많이 흠씬 젖어 있어야만 했다.
좌우의 이념 대립을 넘어 상식과 비상식을 설파하는 그의 순수성은 사실 20~30대를 열광케 하는 아이콘이 됐다. 안의 생각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대립을 정의와 순수로 아우르려고 하는 통합의 메시지가 신선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의 ‘정치적 지조’라고 평가될 일이다.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그의 행보는 누가 봐도 기성 정치와는 모양과 방식이 다른 정치적 걸음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뉴패러다임의 정치적 지조는 그의 선한 이미지와 오버랩 되면서 기성정치에 신물 난 젊은이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안의 생각’에서 그는 그동안의 언행을 감안해 보았을 때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그의 경제관을 보면 대단히 실망스럽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노선을 혼합해 도무지 ‘무슨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지조처럼 상식적인 경제관을 설파하고 있으나 그 상식이 현실에서 과연 상식으로만 통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상식과 비상식은 구분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 및 조건 등에 따라 무수히 넘나들기 때문에 그것을 분리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일 경우가 많다.
우리 경제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다. 시장경제의 부작용인 이른바 ‘파리 떼’(각종 경제범죄)들을 가장 속편하게 잡는 방법은 파리가 먹을 음식물을 전부 없애는 일이다. 시장경제를 뒤엎어 버리면 그만이다.
그의 징벌적 벌금제, 기업집단법 제정,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은 시장의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어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안의 생각’은 당장은 좋아 보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아 공동의 선과 사회적 선을 실현하는 지름길인 것처럼 보인다.
안 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의 생각’은 그의 통치이념이 된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임에도 이처럼 ‘몰이배식 단죄’ 또는 ‘마냐사냥식 처벌’과 즉방 효과가 나타나는 ‘스테로이드 처방’ 등에 의존한다면 대통령이야 책임을 면하고 후한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장주의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안의 생각에는 이런 시장주의에 대한 근본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의 안을 섞어 놓은 듯 해 생각의 깊이가 약해 보인다. 기본 경제관을 제네럴하게 읊조리고는 있으나 이 조차 대선용이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것은 그가 깊은 사유 보다 정치적 행보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시장주의에 금이 가면 당장은 그 표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안의 지론인 분배의 정의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가 국민들에게 펼쳐진다. 하지만 성장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큰 반시장적 개념으로 통치를 하려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중장기 국민기만 프로젝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안의 생각’이 그래서 순진하고 철부지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가 기업인으로 냉정히 돌아오면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경제전쟁(시장경쟁)을 해야 한다.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이 바로 시장이다.
이처럼 냉엄한 시장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해 왔다. 자유시장이 강한 체질의 대한민국에 바탕이 됐다. 오늘날 세계 8위의 무역대국과 수출 7위라는 단군 이래 가장 큰 ‘밥솥’도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하게 가장 빠른 시기에 국부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경제적 국운융성은 수많은 땀과 피의 혹독한 대가다. 이렇게 만든 밥솥을 오늘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부정하면 후세대들은 밥솥을 만들기 보다는 밥을 먹는 것에만 자꾸 탐하게 된다.
안의 경제관은 그래서 무섭기까지 하다. 젊은 층들에게 자칫 눈앞의 달콤함에만 빠져들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의 생각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힘겹고 고달프게 이룬 ‘부국’이라는 야망이 없어 보인다. 속된말로 진군의 나팔을 불면서 무조건 전진을 명령해도 선진국이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백기어’를 넣는 식의 인기정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안의 생각’이 보다 깊은 사유나 철학을 기반으로 하려면 오늘날의 각종 부조리와 문제점 조차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악행과 범죄를 가슴으로 호흡하지 않으면 그 반대의 정의는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곳저곳에서 좋은 것만을 골라 최상의 것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라는 것을 순진하게도 안 원장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다. 장점의 장점은 더욱 치명적인 독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모른다면 정말 위험하다.
인간의 욕망기제와 이면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때로는 같이 호흡해야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이 가능한 것이 상식인데, 이를 무조건 배척한 채 좋아 보이는 옷만을 걸치려 하면 상황판단 자체가 어렵거나 두려워 피하게 되고 도망 다닐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외로운 판단기회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불행해진다.
지금까지 나온 잠룡들의 대선용 책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철학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안의 생각’은 그 중에서도 사유가 있어 보이지만 기대만큼 실망을 더 주었다. 안 원장은 지금이라도 ‘안의 생각’에 대해 스스로 대해부를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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