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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신용카드 활성화,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 등의 도입 목적을 이뤘다는 이유로 정부가 폐지를 고려하자 여론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3년 연장을 결정했지만 전문가들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계속적 유지 또는 공제비율 확대 등 제도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20년이 넘도록 존치된 이유는 서민들의 부담 완화에 있다면서 제도를 폐지할 경우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년 반짝 시행 신용카드 소득공제, 근로소득층 세 부담 우려에 20년째 존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 도입돼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당시 도입 취지는 신용카드의 사용을 활성화시켜 자영업자들의 과표를 양성화하고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도입 당시 3년 뒤 효력을 상실하는 일몰 조항이 단서로 붙여졌으나 근로소득자들의 세제 혜택 감소로 인한 증세 부담이 문제로 지적되며 20년째 존치돼 왔다.
올해 말까지 연장이 예고됐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축소 방안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도입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는 축소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정비할 것이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은 상당한 우려감을 내비쳤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축소·폐지될 경우 세수 확보를 위해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혜택 감소로 현금 유동량이 증가하는 대신 자영업자들의 탈세가 자행되며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연봉 5000만원 전후의 근로자들이 적게는 16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정도의 증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는 자체 분석결과를 발표한데 이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에서는 입법 취지가 완성됐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지하경제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GDP의 약 20% 규모에 달한다”며 “증세를 하려면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복지자원이 필요하니 세금을 더 내달라고 해서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이 꼼수를 부려서 세금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용카드 주 이용층인 직장인, 대학생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65.9%로 절반을 상회했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학생의 경우 연장 여론이 83.7%로 압도했으며 사무직과 노동직 등도 각각 73.8%, 70.1% 등을 기록하며 연장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3년 연장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 의원 측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2017년 귀속분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이 2조4000억원으로 전체 근로소득공제액 12조 5000억원의 19.2%에 달하는 만큼 소득공제 폐지가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세를 추진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수확보를 위해 제도를 폐지한다면 일시적으로 세수가 증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카드사용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탈세 방지 및 감시 기능이 약화돼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홍 부총리는 결국 축소 방침을 철회했다. 13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했고 공제한도의 경우 총 급여액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15%를 최대 200~3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하는 현행 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 부담 완화, 탈세방지 등 긍정적 효과 많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필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게 제도의 핵심인 만큼 오히려 제도의 영구 존치와 소득공제 비율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정문호(33·남) 씨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소득공제를 갑작스럽게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빠듯한 상황에서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3년 추가 연장을 결정했는데 영구적으로 제도를 존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운다는 김성수(남·가명)씨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이미 여러 차례 연장됐는데 계속 연장 여부만 결정할 게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때가 온 것 같다”며 “이 제도에 대한 사회 각층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 세 부담 완화라는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법으로 손봤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존치를 통해 세 부담 완화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공제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는 수혜 층의 8~90%가 근로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만큼 갑작스러운 폐지가 이뤄지면 서민 증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교수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많은 수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축소하면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며 “세수 부족도 문제가 되는데 세금이 투명화 됐다지만 현금거래가 늘게 되면 소득 탈루가 이어지게 되고 세금을 더 걷는 것 보다 더 많은 탈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세수 투명성을 갖추고 세수기반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비중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신용카드를 쓴다는 것은 곧 소비가 있다는 것인데 소비가 있는데 세제혜택이 없으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향후 공급 소득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우리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의료비나 교육비 등에서 세제혜택을 늘려주는 방안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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