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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에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에 “우리나라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국가채무비율을 40% 이상으로 급등시키는 한이 있어도 대폭적으로 재정을 확대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에 한 발언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4년 전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채무비율 40%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며 ‘나라 곳간이 바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文대통령, 기재부 ‘국가채무비율 40%로 관리’ 보고에 재정확대 요구
문 대통령을 둘러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 논란은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20일 정부와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향후 재정 운용 방향과 관련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관리재정수지는 -3% 안팎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500조원을 돌파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0.2%로 40%를 처음 돌파한 뒤 2022년에는 4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보고를 들은 문 대통령은 “미국은 100%, 일본은 200%가 넘는데 우리 정부는 40% 안팎에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유럽연합(EU)의 권고치가 60%지만 우리는 통일 비용과 연금 부담이 각각 10% 정도 될 것으로 가정해 40%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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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성일] ⓒ스카이데일리 |
홍 부총리의 설명에 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며 “지금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기재부가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소극적인 재정 대응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아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40% 내세우며 4년 전엔 朴정부 비판하더니 집권한 후엔 딴소리”
문 대통령의 재정확대 요구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40%를 강조하며 당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40%선을 넘었다”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 730조원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게 떠넘기게 되었다”며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이 없는 예산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6년 국가채무비율은 최종 38.2%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경제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꾸게 되면서 기존 입장도 뒤집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선거용 세금 퍼붓기와 국민 매표(買票)를 통한 정권 연장 생각만 가득하니 기재부를 상대로 재정확대를 재촉하는 것이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정부 당시 국가채무 40%선의 예산안에 대해서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던 당사자가 바로 문 대통령이다”며 “이 정도면 정말 내로남불, 현실망각의 결정판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 경제는 더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채무가 40%를 넘기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불어난다는 것이 재정학자들의 일반적인 통설이다”며 “복지예산의 증가와 예타 면제 등으로 선심성 선거예산이 대폭 확충될 것이라는 예측 가운데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국가재정에 대해서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정책을 사용하려 한다”며 “다만 성장이 아닌 복지예산에 집중하고 있으니 정작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경기활성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확장 정책은 미래를 팔아 현실을 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경기 침체가 구조적 문제일 수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 반복은 위험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는 방법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반복되면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승구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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