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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정부가 사업비로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조성한 핵심 인프라 사업이다. 그러나 개통 후 7년이 지난 현재 주된 사업 목적이던 화물운송·여객수송은 물론이고, 요트·보트 대중화 등 핵심기능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이름만 뱃길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자전거길 같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이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사업추진 과정부터 삐걱, 현실은 세금만 갉아먹는 애물단지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연결하는 경인아라뱃길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내륙 운하다. 원래 아라뱃길은 홍수 발생 시 물을 바다로 빼내는 역할을 하는 굴포천의 방수로로써 아예 없던 물길을 새로 개통한 것은 아니다. 이에 당시 정부가 기존에 있던 굴포천을 추가로 확장해 한강과 연결한 것으로 총 길이 18㎞, 폭 80m, 수심 6.3m 규모로 개통했다.
그러나 사업개시 당시부터 경제성과 수질오염 등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경제성 평가가 수반돼야 하는데, 보통 편익의 현재가치와 비용의 현재가치의 비율을 나타내는 편익-비용 비율(Benefit-cost ratio)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는 투자사업으로 판단해 사업의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생각이 달랐다. 이에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감사원을 통해 경제성 평가를 재실시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 재검토를 통보한 후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우여곡절 끝에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시행을 맡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2년 5월 경인아라뱃길을 전면 개통하고 난 후 지금까지 최초 화물운송 목표량인 4717만t의 10% 수준인 478만t의 화물 운항을 했다. 아라뱃길 폭 자체가 80m에 불과해 고중량 화물을 운송하는 대형 선박이 운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라뱃길 곳곳에 설치된 교량도 큰 화물선 운항에 방해되는 요소로 꼽힌다.
물류단지 역시 사업계획의 96%를 분양하면서 그에 파생되는 해상물류 건을 기대했지만 입주한 업체들은 해상운송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라뱃길을 이용한 물류 운송은 전무한 상황이다. 매년 이관대상 시설 보완 및 아라천, 항만·갑문 운영관리 등으로 60억~80억 원에 달하는 관리비가 투입되는 반면 벌어들이는 수입은 선박 접안료 등으로 고작 몇백만원 수준으로 투입된 사업비에 비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여객운송 상황도 좋지 않다. 현재 유일하게 아라뱃길에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운송 여객선 이용객도 연간 12만명 수준으로 현재까지 이용고객은 86만명에 불과했다. 애초 계획인 약 430만명에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동절기에는 이용고객이 거의 없고 그나마 이용객이 가장 많은 봄·가을철에는 1만2000여명에서 많게는 1만5000여명 수준이다. 평일은 오전11시, 오후1시, 오후 3시 등 3회 운행하고 토요일은 오후 6시 운행이 추가돼 4회 운행을 하고 있지만 이용객 수에 따라 운행 횟수는 유동적인 실정이다.
레저문화 보급도 시원치 않은 현실이다. 아라뱃길에서 레저선을 이용할 수 있는 아라마리나는 카약과 범퍼보트, 수상자전거 보트·요트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애초 정부는 선박 이용료를 낮춰 국민들이 손쉽게 요트·보트를 이용해 요트·보트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현재 보트·요트 체험 시 요금은 30분당 1만5000원으로 애초 목표인 낮은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많지 않다. 체험장을 기준으로 굴포천을 기점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30분인데 탑승인원이 4인 이상 시 운행이 가능하다. 또 뭔가 즐길만 하면 이용시간이 끝나거나 비용을 더 주고 이용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자전거타려고 피 같은 세금 냈나…활용방안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이처럼 경인아라뱃길의 현실은 암담하다. 기자가 취재를 할 당시 자전거도로 옆에 위치한 운하에는 지나다니는 화물선은 없고 오직 자전거를 타는 몇몇 시민들만 보였다.
아라폭포 앞 쉼터에서 만난 정현석(24·남)씨는 “방학기간이라 집에서 가깝고 경관이 좋은 아라뱃길에 방문해 자주 자전거를 타는데 막상 화물선이 운항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며 “당시 정부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많은 세금을 투입했던 것으로 아는데 화물선 운송은 전무하고 경관만 좋은 자전거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청운교 인근 자전거 도로로 향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선(62·남)씨 역시 “주말이 돼야 그나마 자전거족들이 많지만 평일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아라뱃길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주민으로서 암담하고 지금이라도 원래 개통 목적에 맞게 뾰족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라뱃길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각 지자체와 관련부처 등 유관기관이 모여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아라뱃길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운하 기능을 포기하거나 수상·레저 등 관광 기능에 집중할 지의 여부를 내년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상 화물선이 주로 운항하는 주운수로에는 레저선박이 운항할 수 없어 레저기능 강화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4년 서울시의 요청으로 운행 중단 된 한강-경인 아라뱃길 구간 운행 재개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전국체전 시 성화봉송과 인천시 선수단이 이동하는 경로로 이용하자는 등의 활용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일회성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장수홍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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