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보다 세입자가 아파트값 더 걱정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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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만평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3-03-23 00:30:53

▲젊은 신혼부부들이 신접살림을 시작할 때는 부모가 도와주지 않고는 대개 전세 또는 월세로 시작한다. 특히 부모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살림집을 장만해야 할 처지이면서 처녀·총각 시절 저축을 많이 해놓치 않았다면 월세가 불가피하다. 서울에서 20여평의 전세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통상 1~2억원의 목돈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이 돈을 신혼부부가 힘겹게 마련했다면 그 돈은 두 사람에게 미래를 위한 금쪽 같은 종자돈이자 목숨줄 같은 돈이다. 설사 대출을 일부 받은 돈이라도 ‘빚’이기에 더 무서운 돈이다. ▲힘들게 마련한 전세자금이라면 전세계약을 할 때 당연히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혹시 하자가 있는 부동산에 계약하거나 주인인 불분명한 사람과 계약하면 전세금을 부분 또는 전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주인의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 등기필증, 해당 본인을 삼자 크로스 확인(사진과 주민등록번호)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를 이를 대충 해버리고 만다. 심지어 선순위 권리관계(근저당·압류 등)를 계약시와 잔금 지급시 꼭 확인해야 함에도 이 조차 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록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데 자신의 권리가 후순위에 있거나 아니면 엉뚱한 주인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전세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한번 실수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만큼 전세 세입자는 가능한 모든 것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특히 요즈음처럼 해가 갈수록 부동산 값이 추락하는 시기에는 민감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중 담보인정비율인 LTV 한도 60%를 초과한 대출자가 무려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대출액이 경매낙찰률을 넘어 소위 ‘깡통주택’으로 전락한 대출자도 20만 명에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함에도 수도권 전세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임차보증금 손실에 대비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21.3%가 ‘없다’는 응답을 했다. 10명중 8명꼴이라는 얘기다. ‘만사불여튼튼’ 식으로 꼼꼼히 확인하고 ‘확정일자’(권리확정) 등을 받아도 간간히 전세금 피해 사건이 터지는 마당에 이들은 참 속 편한 세입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52.7%)은 ‘보증금 피해를 걱정할 정도로 집값이 떨어질 줄 몰라서’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 무관심했던 것이다. 부동산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전세 세입자들은 자신의 집이 없다고 해도 이를 강 건너 불 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전세 세입자들이 주인 보다 집값 떨어지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하는 판이니 극도의 침체기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 대한상공회의소(회장·손경식)가 최근 수도권 전세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과 시사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집값하락과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 ‘그렇다’51.7%)고 답했다. 집값은 내리는데 전세값은 치솟으면서 세입자 2명중 1명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 현재 보증금과 대출금 비중이 높아 경매처분시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주택이 수도권에서만 19만 가구에 달한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계속 오를 전망이고 전세물건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최근 집값 하락과 전세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액이 집값의 70%를 상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세계약 체결시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대출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등의 보증금 보장조치를 취해야 한다.

▲ 세입자 5명중 1명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보증보험 가입 등 임차보증금 손실에 대비한 대책이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21.3%가 ‘없다’고 답했다. 전세보증금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전세가격 안정대책이 시급하다.

▲ 대한상의는 “집값의 하방압력이 있고 주택구매 여력을 갖춘 사람들까지 전세거주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전세난을 해소하고 자금력이 약한 세입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거래가 살아나고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등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켜야 서민 주거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전세보증금 문제 사례]직장인 A씨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밤잠을 설친다. A씨는 지난 2011년 4월 4억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를 3억7000만원 주고 전세를 얻었다. 집주인이 당시 집값이 10억원을 웃돌아 전세금과 근저당금액을 빼도 2억원의 지급여력이 있다고 했기 때문. 그러나 최근집값이 8억원으로 떨어지면서 A씨의 집은 깡통전세가 될지 모를 판이다. A씨는 “올해 4월 전세기간이 만료되서 나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다른 전세계약자가 나타나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 자료:대한상의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스카이 만평 기자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